“내 안전은 내가 지킨다” ‘묻지마’ 여파 호신용품 구입 붐
칼부림 시국 속 시민 불안감 고조
최루스프레이·경보기 등 불티나
섣부른 대응보다 현장 벗어나야
최근 전국에서 이어지는 ‘묻지마 흉기 난동’과 살인 예고로 시민들의 불안감이 높아지면서 호신용품을 구입해 안전을 지키려는 이들도 증가하는 모습이다. 유튜브를 포함한 SNS에서는 구매한 호신용품의 후기를 공유하는 콘텐츠가 인기를 끌고 있다.
8일 〈부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 관악구 신림동 칼부림, 경기 분당구 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 등 전국적으로 ‘묻지마 흉기 난동’이 벌어지면서 안전을 지키기 위해 호신용품을 구매하려는 사람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 쇼핑몰 인터파크쇼핑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서울 신림동에서 발생한 흉기난동 사건 이후 다음 날인 지난달 22일부터 지난 3일까지 12일간 호신용품 거래가 크게 늘었다. 호신용품 거래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23% 증가했고 전월(6월22일∼7월 3일)과 비교해 399%가량 늘었다. 경기 분당구 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 하루 뒤인 지난 4일에는 낮 시간대 주문량이 12일간 합계 판매량과 맞먹을 정도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쇼핑몰인 11번가에서도 호신용품 거래액이 증가했다. 같은 기간 11번가에서 판매된 호신용품 거래액은 지난해에 비해 202%가량 늘었다. 흉기 난동이 발생하기 전인 지난달 9일부터 21일까지의 거래액과 비교하면 사건 이후 거래액은 224% 증가했다. 호신용품 중에서는 최루스프레이가 가장 많이 팔렸고, 경보기, 삼단봉, 호루라기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호신용품을 구매한 이들 중 남성 고객 증가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네이버데이터랩에 따르면 ‘호신용품’을 키워드로 한 검색량도 신림동 흉기 난동 사건과 서현역 사건 이후 급증하는 모습을 보였다.
최근 호신용품을 찾는 인원이 늘다 보니 유튜브 등 SNS에서도 호신용품 관련 콘텐츠가 인기를 끄는 모습이다. 유튜브에는 지난달 21일부터 이날까지 수십 개에 달하는 호신용품 관련 콘텐츠가 올라왔다. 영상은 경보기, 삼단봉을 포함한 호신용품의 사용 방법을 설명하거나 휴대성과 성능 등을 분석해 제품을 비교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이 밖에도 전기충격기, 가스총 등을 허가 없이 사용하면 어떻게 되는지 설명하는 영상도 있었다. 현행법상 10mA 이상의 전류가 흐르는 전기 충격기의 경우 관할 경찰서에서 소지 허가를 받아야 한다. 구독자 415만 명을 보유한 인기 유튜버 ‘허팝Heopop’은 지난 4일 방범 조끼, 호루라기, 삼단봉, 전기충격기 등 호신용품을 소개하는 영상을 올렸다. 해당 영상은 이날 낮 3시 기준 조회수 32만 회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상대방을 공격할 수 있는 호신용품을 사용할 경우 정당방위라 하더라도 특수상해 등의 혐의가 적용될 수 있고 경찰 허가가 필요한 호신용품도 있다며 주의해서 사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인근에서 묻지마 흉기 난동이 발생할 경우 섣불리 대응하기보다는 그 자리를 최대한 피하는 게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