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생종이라도 살리자”… ‘수확 전쟁’으로 피해 최소화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조생종 배 출하기에 태풍 만나
“안 익은 것만 빼고 모두 수확”
악천후에 과일 가격 상승 전망

경남 진주시의 한 배 과수원 모습. 농민들은 태풍 상륙 전 최대한 많은 양을 수확한 상태다. 김현우 기자 경남 진주시의 한 배 과수원 모습. 농민들은 태풍 상륙 전 최대한 많은 양을 수확한 상태다. 김현우 기자

올해 초 저온 피해와 장마철 폭우, 폭염 등 연이은 이상기후로 큰 피해를 본 지역 과수농가들이 가까스로 태풍 피해에서 벗어났다.

10일 한국배영농조합법인에 따르면 진주와 하동 등 경남지역 배 농가들은 올해 초 이상고온과 영하권 꽃샘추위가 교차하는 변덕스러운 날씨가 이어지면서 배꽃의 80% 정도가 떨어지는 등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조생종인 ‘원황’과 ‘화산’ 품종은 그나마 피해가 덜했지만 중·만생종인 ‘신고’는 수확을 포기해야 할 정도였다.

농민들로선 조생종이라도 제값을 받기 위해 장마철 폭우와 폭염 속에서 악전고투를 이어왔는데, 하필 조생종 출하 시기에 갑작스레 태풍 소식이 전해진 것. 배는 과실에 비해 상대적으로 꼭지가 약하기 때문에 태풍이 불면 낙과 피해가 큰 편이다. 통상적으로 태풍의 간접 영향권에서도 20~30% 정도 피해를 입을 정도다. 그런데 제6호 태풍 ‘카눈’의 경우 경남지역을 관통하는 만큼 강풍으로 인한 피해가 더 클 것으로 예상됐다.

배 선별장 역시 수확된 배들을 포장하기 위해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김현우 기자 배 선별장 역시 수확된 배들을 포장하기 위해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김현우 기자

농민들이 생각한 최선의 태풍 대책은 최대한 많이 조생종을 수확하는 방법이었는데, 실제 농민들은 밥 먹는 시간, 쉬는 시간까지 아껴가며 수확에 나섰다. 경남 진주시의 한 배 재배 농민은 “날씨가 무더워 과실은 잘 익었다. 하지만 태풍에 낙과 되면 의미가 없기 때문에 최대한 많이 수확을 했다. 안 익은 것만 빼고 모두 수확할 정도”라고 말했다. 또 다른 농민 역시 “올해처럼 오락가락 변화무쌍한 날씨는 처음이다. 농사 망쳤다는 이야기는 진작에 나왔고 ‘신고’ 품종 피해가 워낙 크기 때문에 절박한 심정이다. 조생종이라도 살리기 위해 집중했다”고 덧붙였다.

수확기에 접어든 복숭아나 수확을 앞둔 사과 재배 농가 역시 걱정이 크긴 마찬가지. 특히 사과의 경우 냉해와 우박 피해에 이어 최근에는 긴 장마로 인한 탄저병 피해까지 속출한 상태다. 여기에 태풍 소식까지 들려오면서 어떻게든 피해를 줄이기 위해 어느 정도 익은 과실은 모두 수확했다. 함양의 한 사과 재배 농민은 “성한 열매도 많이 없다. 올해처럼 농사 짓기 힘든 때가 없었다. 그만큼 기후 조건이 안 좋았는데 태풍까지 온다고 해서 걱정이 클 수밖에 없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수확을 앞둔 사과나 수확기에 접어든 복숭아 농가 역시 태풍 북상 소식에 마음을 졸이고 있다. 김현우 기자 수확을 앞둔 사과나 수확기에 접어든 복숭아 농가 역시 태풍 북상 소식에 마음을 졸이고 있다. 김현우 기자

최대한 조생종 수확을 서두른 탓에 다행히 배와 사과 등 지역 대표 과일들의 낙과 피해는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수확량이 초기에 집중된 데다 악천후로 인해 전체적인 과수 수확량이 감소하면서 배와 사과, 복숭아 등의 가격이 상승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진주청과시장협동조합의 한 관계자는 “이미 물량이 많이 줄었는데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지난해 대비 15~20% 정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과수 가격이 많이 오를 수밖에 없는데 당장 추석 때 얼마나 오를 지 걱정이다”고 말했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