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MoCA, 오늘 만나는 미술] 미술관을 둘러싼 녹색의 연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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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패트릭 블랑 ‘수직정원’

‘미술관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대부분 자신이 인상 깊게 관람했던 전시나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언급할 것이다.

하지만 건축물 내부의 설비 구조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프랑스의 퐁피두센터, 독특한 모양의 거대한 금속으로 둘러싸인 스페인의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 초대형 돔 안에 7천여 개의 별이 형성되는 루브르 아부다비 등 세계 유명 뮤지엄 사례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독창적 미술관 외관’은 우리에게 그 어떤 유명 작가의 작품보다 깊은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부산현대미술관 외관을 장식하고 있는 프랑스의 식물학자이자 건축 조경가인 패트릭 블랑(Patrick Blanc)의 ‘수직정원’에 주목한다.

12세, 호기심 많던 시절의 블랑은 자신의 수족관 정화를 위해 독일 잡지 ‘아쿠아리오필’을 탐독하던 중 부직포를 활용한 수직 정원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된다. 1972년 식물학을 공부하는 대학생으로 성장한 블랑은 동남아시아를 여행하며 그가 상상한 ‘벽에 잘 적응할 수 있는 열대 식물’을 발견한다. 그리고 1978년 생물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10년 뒤 ‘식물 벽’으로 첫 번째 특허를 출원하게 된다.

블랑의 녹색 방법론이 처음 소개된 것은 1986년 라빌레트의 과학도시였다. 이를 계기로 그는 세계적 명성을 자랑하는 프랑스의 건축가 장 누벨의 눈에 띄게 된다. 장 누벨과의 협력을 통해 파리의 명물 카르티에 재단 건물을 녹색 공간으로 조성하기에 이른다. 이후 이탈리아, 미국, 인도, 일본, 태국, 폴란드, 독일, 영국, 호주 등 세계 여러 나라에서 블랑의 작은 녹색 혁명은 눈부신 성과를 거두게 된다.

프랑스국립과학원 연구원이기도 한 블랑이 부산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을숙도에 건설된 부산현대미술관이 계기가 됐다. 부산현대미술관 외벽에 조성된 수직정원은 175종 4만여 본의 식물이 메마른 콘크리트 건물을 덮으며 미술관에 고유의 아름다움과 함께 자연 친화적 정체성을 부여한다. 식물의 계절적 변화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발생하는 노후화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부산현대미술관을 대중의 기억 속에 블랑의 녹색 연금술이 펼쳐지는 독창적 공간으로 인식되게 만들었다.

연규석 부산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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