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 상징 조선통신사선 13차 항해, 새 한일 관계 알리는 상징으로 봐야” [2023 조선통신사]
마쓰바라 가즈유키 연지연 이사장
한일 민간 교류 일본 최일선에서 이끌어
쓰시마박물관에 통신사 자료 88점 제공
“기성세대뿐 아니라 미래 세대 교류 중요”
일본 조선통신사연지연락협의회(이하 연지연) 마쓰바라 가즈유키(78) 이사장을 처음 만난 건 2007년 도쿄에서 열린 프리드리히 에베르트재단 국제심포지엄에서다. ‘지역 통합과 역사 화해’를 주제로 내건 심포지엄에 패널로 참가했는데, 한일 관계에 남다른 관심을 가진 그로서는 그런 행사 하나도 지나치지 않았다.
그 후로도 오랫동안 한일 관계, 특히 조선통신사 이야기만 나오면 그의 이름은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그리고 마침내 2017년 10월 31일 조선통신사 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는 데도 그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지난 6일 이즈하라항 축제 하나로 열린 조선통신사 행렬 재현에 앞서 조선통신사선이 정박한 대주해운 부두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조선통신사선(재현선) ‘13차 항해’에 대한 감회부터 밝혔다.
“평화의 상징 조선통신사선이 부산에서 파도를 넘어 당시와 같이 쓰시마에 들어온 것은 정말 훌륭하고 대단한 일입니다. 역사를 잘 모르는 사람은 관광선 한 척이 들어왔나 정도로 생각할 수 있지만, 역사적 깊이를 생각하면 당시 역사를 현재에 불러내는 정도의 획기적인 사건입니다. 앞으로 새로운 한일 관계가 있을 거라는 기대도 있어 한일 양국 정부와 국민들이 상징적으로 받아들여도 좋습니다.”
후쿠오카대 법학부를 졸업한 그는 1974년 (주)대주해운을 설립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연지연 이사장은 1995년부터 맡아 왔고, 19개 지자체와 민간 단체 50∼60곳이 속해 있다. 연지연을 통해 일본 곳곳에서 조선통신사와 관련한 다양한 문화 교류 사업을 펼치고 있다. 부산문화재단과도 오랜 인연을 갖고 협력해 왔다.
“제가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연지연 덕분에 1995년부터 28년간 일본 국내의 1도(도쿄) 2부(교토 오사카) 12개 현(나가사키 등 통신사가 거쳐 간 현)을 전부 연결한 것입니다. 아마도 민간에선 가장 큰 광역 문화 단체가 아닐까 싶습니다.”
마쓰바라 이사장은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2010년 한국 정부가 수여한 수교훈장 숭례장(국권의 신장 및 우방과의 친선에 공헌이 뚜렷한 자에게 수여)을 받았다. 그보다 앞서 2005년엔 부산시장 감사장도 받았다.
조선통신사 기록물은 1607년부터 1811년까지 조선 조정이 일본에 12차례 파견한 통신사의 외교 기록, 여정 기록, 문화교류 기록 등 총 111건 333점을 아우른다. 이 중 48건 209점을 일본이 확보했는데, 상당수는 연지연이 힘을 보탰다. 특히 마쓰바라 이사장은 달리는 말 위에서 부리던 여러 무예인 ‘마상재’(쓰시마시 지정문화재이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도권(그림)’ 등을 직접 수집한 바 있다.
“(쓰시마조선통신사)역사관 명예관장 혹은 마쓰바라 역사관장이라는 말을 종종 듣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제가 수집한 아메노모리 호슈 등 조선통신사 관련 자료 79건 88점을 쓰시마박물관(쓰시마조선통신사역사관 포함)에 위탁했으니 계속 교체하면서 전시할 겁니다.”
하지만 마쓰바라 이사장은 조선통신사 관련 행사가 잠시 멈췄던 시간에 대한 아쉬움도 감추지 않았다.
“한국과 일본 정부 간 관계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코로나19가 찾아왔고, 이런저런 이유로 한일 국민 간 교류가 완전 단절됐을 땐 정말 가슴 아팠습니다. 코로나19는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정부 간 관계로 인해 한국과 일본, 두 나라 국민이 자유롭게 왕래하지 못하는 것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니까요.”
사실 조선통신사선의 ‘제13차 항해’를 가장 기다려 온 사람도 마쓰바라 이사장일지 모른다. 그는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가 재현한 조선통신사선 모형과 똑같은 배를 가지고 있다”며 “한국의 배가 형, 내가 가진 배가 동생”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부산에서 타고 온 조선통신사선과 초량왜관 모형도 마쓰바라 이사장이 자비 제작해 쓰시마 조선통신사역사관에 제공해 전시 중이다.
212년 만의 항해라고 이름 붙인 조선통신사선이 이즈하라항에 입항할 때도 마쓰바라 이사장의 도움이 컸다. 그는 배가 편히 정박할 수 있도록 자신의 항만 부지에 머무는 배는 다른 곳으로 치우는 수고를 감수하면서까지 조선통신사선에 부지를 내줬다.
“2018년 배가 완성될 즈음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홍순재 학예연구사가 내년(2019년)엔 일본으로 갈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는데 이듬해 한일 관계가 악화하는 등의 이유로 결국 배는 출발하지 못했어요. 그런데 홍 학예연구사가 일부러 일본에 찾아와 배가 와야 하는데 약속을 못 지켜서 죄송하다는 말을 전하더군요. 그리고 이번에 만나서 ‘약속 지켰습니다’라고 하길래 꼭 안아줬는데 눈물이 났습니다.”
앞으로 활동 계획을 묻자, 마쓰바라 이사장은 “연지연이 속한 여러 지역에서 통신사선이 언제 오냐고 다들 묻는다”며 “과거 사절단이 그랬던 것처럼 쓰시마뿐 아니라 내년에는 시모노세키, 그다음에는 오사카 이런 식으로 과거에 갔던 길을 점점 더 넓혔으면 한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그는 “21세기 새로운 한일 관계를 맞이하려면 미래 세대를 위한 한일 교류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선통신사선에 청소년과 대학생, 21세기를 짊어질 미래 세대를 태우고 싶습니다. 젊은 친구들이 배를 타고 직접 공부하면서 각 지역 학생과 우호 교류를 만들어 가는 추억을 만들면 좋겠습니다. 그게 바로 새로운 한일 관계입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한일 간에도 청소년 교류가 계속되도록 예산 등을 지원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게 되도록 저도 계속 요구할 겁니다.”
김은영 선임기자 key66@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