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인간과 자연의 만남’에 기초한 세계미술사
거의 모든 순간의 미술사/존-폴 스토나드
<거의 모든 순간의 미술사>는 340장의 이미지를 곁들인 세계미술사 책이다. 미술품은 인간과 자연의 만남에 대한 기록이라는 간단한 명제에 기초해 있다.
인류 초기 시대에 인간 마음속에 불이 번쩍 켜졌다. 지구 곳곳에서 동굴 벽화가 그려지거나 사자상 등의 조각이 만들어졌는데 그것은 세상의 지식을 얻는 과정이었다. 처음 불이 켜진 그 시대를 우리는 후기 구석기 시대쯤으로 부른다. 이후 ‘부릅뜬 눈’ ‘우아함의 시대’ ‘옥과 청동의 시대’를 거쳐 사회가 복잡해지는 ‘제국으로 향하는 길’을 지나 종교가 미술의 큰 근원이 되자 ‘고통과 욕망’ ‘황금빛 성인’ ‘선지자의 이름’으로 칭하는 시대들이 일별된다.
르네상스 이후 시대를 조망하면서는 ‘천재의 시대’ ‘그림자와 그것이 주는 힘’ ‘열린 창’ ‘인간이 되기로 선택하는 것’ 등으로 미술사는 진행된다고 보고 있다. 20세기가 열릴 즈음 세잔이 ‘대수욕도’를 그렸는데 그것은 가시 세계의 기록에 전념한 그 이전 6세기 동안의 유럽 회화를 결산한 정점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수천 년간 이미지 창작에 부여된 전제와 관습의 대부분을 과감히 떨쳐낼 시대가 왔다는 것이다. 마티스 피카소 몬드리안 등이 등장했다.
하지만 세계대전이 터지면서 인간의 삶과 자연 세계에 닥친 비극이 20세기 후반 예술의 이미지를 형성하게 됐다. 특히 4000만 명이 목숨을 잃은 2차 대전의 트라우마를 겪은 이후 미술은 고통의 비명을 지르는 것으로부터 시작됐다. 존-폴 스토나드 지음/윤영 옮김/까치/592쪽/3만 9000원.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