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의 섬’에서 만난 조선통신사의 역사 [2023 조선통신사]
일본 쓰시마 조선통신사 역사관
2021년 개관 120점 자료 전시
가이던스 영상에는 한글 자막
지난해 문을 연 쓰시마박물관
양국 연계 설명할 한국 유물도
‘국경의 섬’ 일본 나가사키현 쓰시마시에 간다면 들를 곳이 있다. 쓰시마 조선통신사역사관(2021년 10월 30일 개관)과 쓰시마박물관(2022년 4월 30일 개관)이다. 이 중에서도 조선통신사역사관은 우리와도 연관이 깊은 만큼 꼭 한 번쯤 가 보길 권한다. 지난 5~6일 쓰시마에서 열린 ‘2023 이즈하라항 축제’에 4년 만에 참가한 한국 방문단과 함께 두 곳을 돌아봤다. 두 곳의 관장을 겸하고 있는 마치다 가즈토(67)가 직접 안내를 맡았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한일 간에 왕래가 완전히 끊겼던 시기에 두 곳이 개관해 그동안 한국인 방문자는 많지 않았다. 그러나 올 2월 말에야 승객 100명까지 탑승 조건으로 부산항~쓰시마 히타카쓰항 운항이 재개됐고, 이후 단계적으로 제한하다가 4월 29일 전면 해제함으로써 한국인 방문객이 점차 늘고 있다.
조선통신사가 출발했던 부산에도 조선통신사역사관(2011년 4월 개관)은 있다. 부산의 조선통신사역사관을 운영 중인 부산문화재단 이미연 대표이사와 쓰시마 조선통신사역사관 마치다 관장은 이번 이즈하라항 축제 기간에 만나 역사관 연계 협정 조인식을 갖고 상호 협력을 다짐했다.
■쓰시마 조선통신사역사관
조선통신사 역사를 전문으로 소개하는 전시관이다. 2017년 3월 쓰시마의 한 단체가 ‘조선통신사에 의한 지역 활성화’를 제언한 것을 계기로 구상됐다. 그 후 개관까지는 4년여의 세월이 걸렸다. 마치다 관장은 “비록 작은 시설이지만 쓰시마 시민과 관광객들에게 조선통신사 정보를 제공하고자 하는 마음은 크다”고 밝혔다.
전시 자료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2017년 10월 31일) 자료 복제 외에 조선통신사 연구를 개척한 재일동포 사학자 고 신기수(1931~2002) 선생이 소장했던 일부 자료, 비영리단체(NPO) 법인인 조선통신사연지연락협의회 이사장을 맡고 있는 마쓰바라 가즈유키(인터뷰 기사 참조) 컬렉션 실물 자료, 해설 패널 등 107건 120점에 이른다.
전시 구성은 △엔트런스(입구) 전시 △기본 전시(조선통신사의 일본 방문, 쓰시마 번의 역할, 일본의 입구 쓰시마) △조선통신사 여정 △아메노모리 호슈와 조선 외교 △문화 교류 △조선통신사와 민중 △에필로그 조선통신사의 활용 등이다. 이 외에도 조선통신사 관련 정보를 검색할 수 있는 코너와 의상 체험이 마련돼 있다.
전시품 중에는 조선통신사 행렬도, 조선통신사선 모형이 눈에 띄었다. 또 현덕윤-아메노모리 호슈가 성신당에서 담소를 나누는 종이 인형도 전시됐다. 부산 훈도였던 현덕윤은 1711년 조선통신사 상통사로 일본을 방문해 아메노모리 호슈와 친분을 맺었고, 후일 낡은 관청을 사재를 들여 개축하고 ‘성신(誠信)’이라고 당(堂)에 이름을 붙였다. 이 종이 인형은 문미순 작가(통신사 행렬 인형 제작)가 부산문화재단에 기증해 줘서 전달한 것이다.
마치다 관장은 “조선통신사와 쓰시마 사람들의 관계를 알기 쉽게 해설한 9분짜리 가이던스 영상 ‘조선통신사~쓰시마의 성신 교린’을 먼저 시청한 뒤 조선통신사 역사, 쓰시마와 관계, 아메노모리 호슈의 성신 외교 등에 관한 자료를 보면 좋을 것”이라고 권했다. 역사관을 만들 때 가장 중점을 둔 가이던스 영상엔 한글 자막도 들어 있다.
개관 시간은 오전 9시 30분~오후 5시. 휴관일은 매주 목요일(공휴일인 경우 그다음 평일), 12월 28일~1월 3일. 관람료는 일반·대학생 220엔(15인 이상 단체 170엔), 초·중·고교생 110엔(단체는 80엔).
■쓰시마 박물관
조선통신사역사관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위치한 쓰시마박물관은 쓰시마에 관한 1만 4000점의 자료를 모아 놓은 종합 박물관이다. “쓰시마에 관한 자료를 모으고, 지키고, 알린다”는 취지에 맞춘 만큼 쓰시마의 자연, 역사, 문화, 예술을 종합적으로 다루고 있다. 또한 “쓰시마에 전해지는 문화재를 소중히 지키며 쓰시마를 알고 배울 수 있는 장을 만들어 쓰시마를 사랑하는 마음을 키우고 쓰시마의 문화재를 후세에 계승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지상 2층(일부 3층) 규모로, 쓰시마 번주였던 소씨(宗氏) 가문이 조선통신사 관련 자료를 모아 두던 고분 창고 이미지에 영감을 받아 디자인했다고 한다. 검은색의 큰 지붕 건물이 모던한 분위기를 풍겼다. 건물 설계는 2023년 창립 96주년을 맞은 이시모토건축사무소와 토탈미디어가 공동으로 맡았다.
마치다 관장은 “전시는 고대, 중세, 근세, 근현대로 나눠서 이뤄지는데, 특히 중점을 두고 봤으면 하는 곳은 중세”라면서 “한국과 일본의 연계를 설명할 수 있는 한국 도자기나 불상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전시장을 돌아보면서 눈에 띈 전시품은 한국 관련 유물이다. 함께 박물관을 돌아본 문화재청 한나래 학예연구관은 “13세기 고려에서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사자 모양 청자연적’이 가장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일부 파손돼 원형 그대로는 아니었지만 청잣빛이 고왔다. 두 마리 용이 꼬리를 물 듯 새겨진 ‘청자 투조 용문 의자’도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한편 박물관이 들어선 가네이시성터에 대해 묻자 마치다 관장은 “카네이시성 유적지는 쓰시마 번주 소씨(宗氏)가 살던 곳으로 국가유적지여서 박물관은 살짝 벗어나서 지어졌다”며 “국가사적지에는 건물을 지을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정문인 야구라문은 복원한 것이라고 전했다. 가네이시성 성문을 지나 조금 안쪽으로 들어가면 덕혜옹주결혼봉축기념비도 있다.
박물관 개관 시간과 휴관일은 조선통신사역사관과 같다. 관람료는 일반 550엔(15인 이상 단체는 440엔), 고등학생·대학생은 330엔(15인 이상 단체는 260엔), 초·중학생은 220엔(15인 이상 단체는 170엔). 특별 전시는 전시마다 요금이 다르다.
쓰시마(일본)=김은영 선임기자 key66@busan.com
김은영 선임기자 key66@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