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차도 인명사고 막아라” 팔 걷은 패션기업 세정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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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웨어 자회사 세정아이앤씨
2020년 초량 사망사고 계기로
국내 첫 자동차단 시스템 도입
전국 10개 지하차도 구축 완료

부산 동구 초량1지하차도 현장에 설치된 세정아앤씨의 자동차단 시스템. 세정아이앤씨 제공 부산 동구 초량1지하차도 현장에 설치된 세정아앤씨의 자동차단 시스템. 세정아이앤씨 제공

부산을 대표하는 패션기업 세정그룹이 전국 지하차도의 안전을 책임지고 나섰다.


세정그룹의 자회사인 세정아이앤씨는 경남 김해시, 고성군 등의 지하차도에 자동차단 시스템 구축에 나서고 있다고 10일 밝혔다.

세정아이앤씨는 통합 관제시스템이나 소방안전점검 솔루션 등을 주로 개발하던 소프트웨어 회사였다. 그러나 2020년 동구 초량 지하차도 사망사고를 계기로 전국 최초로 지하차도 자동차단 시스템을 개발한 것이 계기가 되어 여러 재난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맞춤형 재난솔루션을 내놓는 중이다.

세정아이앤씨가 개발한 ‘침수 우려 지하차도 자동차단 시스템’은 지하차도에 침수 상황이 발생하면 해당 지자체 담당자가 본인의 업무 구역 내에서 손쉽게 지하차도의 차량 진입을 차단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종전에는 지자체 담당자가 지하차도 인근 CCTV로 침수 여부를 지켜보다 상황이 심각해지면 소방당국에 위험을 통보하고 차단을 요청해야 했다.

초량 지하차도 사망사고도 이처럼 유관 기간 사이에 재난 정보를 공유하고 결정을 내리는 사이 빠르게 수위가 올라가면서 벌어진 사고였다.


그러나 세정아이앤씨는 지하차도 내에 수위계를 설치하고, 지자체에 침수 수준을 실시간 그래픽으로 정확하게 전달하게 했다. 침수 상황은 주의와 금지, 총 2단계로 구분해 관리하고 제어한다.

차량 진입이 불가한 상황이 되면 지자체 담당자가 앉은 자리에서 곧바로 차단기를 작동시킬 수 있다.

현장에서는 차단기가 내려가면 지하차도 위에 설치한 전광판으로 차량에게 재난 상황이 안내된다.

세정아이앤씨는 동구청의 발주를 받아 지난 2020년 초량 1지하차도에 국내 첫 자동차단 시스템을 도입했다. 그 후 부산뿐만 아니라 서울시와 충북 옥천군 등 잦은 침수가 이어지던 전국의 지하차도에 지속적으로 자동차단 시스템 설치 요청이 이어졌다. 지난해까지 세정아이앤씨가 자동차단 시스템을 구축한 전국의 지하차도는 서울시 월계 지하차도 등 총 10개소다. 8월 현재 경남 김해시와 고성군에서 3곳의 지하차도에 추가로 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세정아이앤씨 측은 거듭되는 인명 피해에도 지하차도 차단 시스템에 대한 인식 자체가 부족했지만 다행히 최근 지자체마다 시스템 구축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정아이앤씨 안병진 이사는 “부산에서도 초량 사고 이전에도 사망사고가 있었지만 별다른 조치가 없다 결국 2020년의 비극 이후에 시스템 도입이 시작됐다”며 “토목 공사가 동반되지 않아 큰 수익이 나는 사업 모델은 아니지만 내 가족이 당할 수도 있는 재난을 우리가 개발한 시스템으로 막는다는 사명감으로 일하고 있다”고 전했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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