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생활과 공동체 삶 함께 누리는 ‘코리빙’으로 고독사도 예방
인기 끄는 유럽 노인 주거 형태
해외에서는 오래 전부터 은퇴자나 고령자 가구 등 노인계층 전반을 아우르는 주거 복지 서비스가 발달해 왔다. 저소득층 일부를 위한 주거 대책에 머문 한국과 다른 모습이다.
유럽의 경우 ‘코리빙(Coliving)’이 노인 주거의 주요한 형태로 자리잡았다. 코리빙은 거주자들의 개인 주거공간과 함께 공유 공간이 마련된 협동 주거 형태다. 사생활이 보장되는 독립 공간에서 생활이 가능하면서도 공동 주방, 식당, 코워킹(Coworking) 사무실, 카페 등을 갖춘 공유 공간 비중을 크게 만들어 공동체의 삶을 누릴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이러한 공유주거 시스템은 복지국가인 북유럽국가들이 고령화로 늘어나는 독거노인 문제를 해결하고 이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도입했다. 1970년대 덴마크 등 북유럽을 중심으로 시작돼 영국, 미국, 일본 등지로 확산됐다.
특히 영국에서는 그 숫자가 꾸준히 늘어날 정도로 코리빙이 인기를 끌고 있다. 영국의 코리빙은 한 주택 단지 내에 10~30세대 정도가 소규모로 모여 사는 모델이다. 입주자들이 거주하는 공간에는 대개 작은 침실 하나와 작은 거실, 화장실 정도가 채워진다. 식사를 하기 위해선 공유 공간에 나타나야 하고, 세탁이나 우편물 등을 찾기 위해서라도 밖으로 나가야 해 이웃과 얼굴을 마주치고 자연스럽 교류를 가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이처럼 모여 살며 가까운 유대 관계를 지속하는 것이다.
코리빙은 노인들의 고독사, 우울증 등을 예방하는 등 사회적 비용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영국 정부 차원에서도 코리빙을 급속한 고령화로 인한 사회적 부담을 공공과 민간이 분담해 해결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책으로 본다.
전문가들은 한국에서도 고령자의 수요를 파악한 다양한 주거 형태가 도입되는 등 ‘평범한 중간층을 위한 주거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부산연구원 이재정 책임연구위원은 “국가나 공공기관 등에서는 노인의 생애주기에 맞는 건강조건, 심리·사회적 상태, 경제적 여건, 가족 관계 등을 고려해 외국의 경우처럼 다양한 주거 형태를 제안할 수 있어야 한다”며 “초고령사회가 더욱 빨라지는 시대에 있어 부산도 노인 주거 격차를 줄이고 노인 주거 복지를 위한 새로운 시도들을 적극 모색해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