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한 강도·짧은 시간 영향권… 부산, ‘힌남노’보다 피해 적었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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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재난본부, 272건 안전조치
태풍 인한 인명 피해 아직 없어
가로수 쓰러져 도로 곳곳 통제
강서구 도로 침수 차량 고립 ‘아찔’

제6호 태풍 ‘카눈’이 한반도를 관통한 10일 부산 기장군 해안가 도로가 높은 파도와 강풍에 밀려온 해조류와 부유물로 뒤덮여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제6호 태풍 ‘카눈’이 한반도를 관통한 10일 부산 기장군 해안가 도로가 높은 파도와 강풍에 밀려온 해조류와 부유물로 뒤덮여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제6호 태풍 ‘카눈’ 중심에서 점차 멀어지면서 부산은 한숨 돌렸다. 태풍이 할퀴고 지나간 상처는 곳곳에 남았지만, 지난해 태풍 ‘힌남노’ 때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었다는 반응이다. 부산지역은 태풍 직접 영향권을 벗어나면서 순차적으로 도로 통제가 해제되고 피해 복구가 이뤄지고 있다.


10일 부산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까지 태풍 피해와 관련해 272건의 안전조치를 실시했고 이중 인명구조 3건, 구급이송 2건을 완료했다. 다행히 현재까지 부산에서 태풍으로 인한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태풍 카눈이 부산으로 접근해 비바람이 몰아치면서 시설물 피해가 잇따랐다. 이날 오후 1시 50분 수영구 광안동의 한 건물에서 외벽 마감재가 떨어져 소방이 조치를 취했다. 오후 1시 19분 남구 대연동 건물에서 유리가 떨어지기도 했다.

가로수가 쓰러지면서 부산 도로 곳곳이 통제되기도 했다. 오전 11시 35분 북구 덕천동의 한 도로로 가로수가 쓰러져 교통 정체를 유발했다. 오전 8시 49분 북구 화명동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으로 가로수가 쓰려졌다는 신고가 접수돼 소방이 안전조치에 나섰다. 오전 8시 24분 서구 남부민동에서는 아파트 창문이 밖으로 떨어지려 해 안전조치가 이뤄졌다. 중구의 한 도로에서는 대형 가로수가 뿌리째 뽑혔고, 부산진구에서도 가로수가 넘어져 한때 차량이 통제됐다.

인명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는 아찔한 상황도 연출됐다. 이날 오전 7시 54분 강서구 화전동의 한 도로가 침수돼 차량 안에서 20대 운전자가 고립됐다. 신고를 받고 약 10분 만에 운전자를 구조했다. 금정구 금정중 본관 뒤 공장 석축이 이날 오전 무너져 토사가 유출되고 학교와 공장의 경계 역할을 하던 캐노피가 무너졌다. 태풍에 따라 이날은 원격 수업을 진행해 학생 등의 인명 피해는 없었다.

지난해 9월 태풍 힌남노 때보다 부울경 지역은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었다. 태풍의 강도 자체도 힌남노에 비해 약했던 데다, 카눈이 직접 영향권에 든 시간도 많지 않았던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이번 카눈은 한반도 전체를 관통하는 경로로 인해, 한반도 전역이 태풍의 영향권에 들어 큰 우려를 낳았으나, 내륙을 따라 이동하면서 비바람의 위력도 약화한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에 따르면 태풍 카눈은 이날 오전 9시 20분께 경남 거제 인근에 '중' 강도로 상륙했다. 당초 남해안 앞바다에서 세력을 키우며 강도 '강'으로 상륙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실제 상륙 시점에서 세력이 약해졌다. 카눈은 초속 30m가 넘는 강풍을 동반하기도 했으나, 강풍이 부는 시간이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태풍은 가을철에 발생할 수록 더 강하게 발달하면서 큰 피해를 주는데, 이번 태풍 카눈은 한여름에 발생해 크게 위력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해수욕장 인근 지역이 월파와 침수 피해 우려가 컸지만, 다행히 피해는 적었다. 지난해 월파와 침수로 큰 피해를 입었던 송도해수욕장은, 인근 상가 건물 유리창이 일부 파손되고 입간판이 탈락하긴 했지만 상대적으로 피해가 덜해 주민들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송도해수욕장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간판이 떨어지는 등 일부 피해는 있지만 지난해보다 태풍 피해가 적어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태풍의 영향으로 부산지역은 한동안 강한 바람이 불고 집중호우 등 2차 피해가 나타날 수도 있기 때문에 부산시는 긴장 태세를 늦추지 않고 있다. 시는 이날 오후 3시 기준 하천변 26곳과 도로 18곳, 공원·등산로 11곳, 낙동강 둔치 주차장 25개소, 해수욕장 7곳 등 총 93곳의 출입을 여전히 통제 중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도심지의 낙하물 사고와 해안가 너울성 파도의 위험이 높으니 위험한 곳의 접근을 자제해 달라”고 말했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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