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온, 태풍 다음은 적조? 숨 돌릴 틈 없는 어민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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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호 태풍 카눈 경남 앞바다 관통
시설 피해 없이 폭염만 누그러뜨려
고수온 기세도 꺾여 예년 수준으로
수온 진정되자 적조 출현 가능성 ↑

경남권 최대 양식어류 산지인 통영시 산양읍 앞바다에 있는 가두리 양식장에서 사료를 공급하고 있다. 김민진 기자 경남권 최대 양식어류 산지인 통영시 산양읍 앞바다에 있는 가두리 양식장에서 사료를 공급하고 있다. 김민진 기자

펄펄 끓는 바다에 속이 타들어 가던 경남 어류양식업계가 겨우 한숨 돌렸다. 남해안을 관통한 제6호 태풍 ‘카눈’이 폭염을 누그러뜨리면서 한껏 달아올랐던 고수온의 기세도 한풀 꺾였다. 별다른 시설물 피해도 없이 고비를 넘겼지만, 어민들은 좀처럼 마음을 놓지 못하고 있다. 또 다른 불청객 적조 때문이다.

국립수산과학원 고수온속보를 보면 카눈 상륙 직전인 지난 9일 28도에 육박했던 경남 남해 연안 수온은 11일 26도 선까지 떨어져 평년 수온에 근접했다. 태풍이 몰고 온 폭풍과 폭우가 달아오른 바닷물을 식히고 뒤섞어 준 덕분이다.

다만, 아직은 해역별 온도 차가 큰 데다 오는 16일 이후 대조기에 접어들면 수온의 일일 변동성이 크게 나타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게 수과원의 설명이다. 실제 통영을 중심으로 경남 서쪽 바다는 고수온 ‘주의보’가, 동쪽 진해만은 한 단계 높은 고수온 ‘경보’를 유지할 정도로 편차가 크다.

어민들도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고 있다. 보름 넘게 이어진 고수온에 가뜩이나 체력과 면역력이 떨어진 양식어류에 급격한 수온 하강은 오히려 독이 되기 때문이다. 바다 생물에 수온 1도의 변화는 육상 기온 4도 이상과 맞먹는 충격이다.

적조가 발생한 해역에 황토를 살포하는 모습. 부산일보DB 적조가 발생한 해역에 황토를 살포하는 모습. 부산일보DB

적조도 골치다. 적조는 양식 어류 폐사를 유발하는 유해성과 영향이 미미한 무해성으로 나뉜다. 유해 적조는 식물 플랑크톤인 코클로디니움(Cochlodinium polykrikoides)이 이상 증식할 때 출현한다. 점액질 성분으로 물고기 아가미에 붙어 질식사시킨다.

보통 개체 수 1000/mL 이상의 고밀도 적조가 덮칠 때 폐사가 발생하지만 고수온 환경에선 사정이 달라진다. 충분한 영양 공급을 못 받아 지칠 대로 지친 상태라 평소라면 거뜬히 버텨낼 수백 개체 수준의 저밀도 적조도 치명적이다.

고수온 피해와 마찬가지로 적조 피해도 우럭(조피볼락)에 집중되는 이유다. 경남도 내 입식된 양식 어류(2억 5400만여 마리)의 절반이 넘는(1억 3500만여 마리) 우럭은 고수온에 특히 취약한 한류성 어종이다.

경남 앞바다에선 공식 집계가 시작된 1995년, 우럭 등 양식 어류 1300만여 마리가 적조에 떼죽음한 이후, 2013년 200만여 마리가 집단 폐사해 최악의 해로 기록됐다. 이어 이듬해 447만여 마리, 2015년 144만여 마리, 2019년 212만여 마리를 끝으로 지난해까지 3년간은 피해 없이 지나왔다.

30도를 넘나드는 수온에 적조 생물 역시 제때 성장하지 못한 탓이다. 하지만 올해는 고온 현상이 예년보다 일찍 진정되는 모양새다. 코클로디니움은 수온이 26도 이하로 떨어지고 일사량이 증가하면 급속도로 세력을 넓힌다. 특히 올해는 긴 장마로 인해 육지의 영양염이 다량 바다로 유입돼 최적의 환경이 만들어진 상태다.

적조 방제 모습. 부산일보DB 적조 방제 모습. 부산일보DB

그나마 규조류와 편모조류 등 경쟁생물이 우점해 있어 단기간 내 적조 발생 가능성은 적다. 최근 전남 앞바다를 붉게 무들인 것도 무해성 세라티움(Ceratium furca) 적조다. 잦은 기상변화로 언제든 코클로디니움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지금 추세라면 이례적인 ‘가을 적조’ 발생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2006년, 2009년, 2012년의 경우, 9월 이후 발생한 적조가 10월까지 세력을 유지하면서 적잖은 피해를 남겼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 원전 오염수 걱정에 안 그래도 소비가 안 돼 죽을 맛인데 하루, 하루 긴장의 연속이다. 지금은 폐사 걱정이라도 덜 수 있길 바랄 뿐”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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