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5급 사무관, 자녀 담임 아동학대로 신고
‘왕의 DNA 가진 아이’ 당부 편지… 담임 ‘무혐의’

해당 사무관 사과문… “편지는 치료기관 자료 중 일부”

12일 서울 종각역 인근 도로에서 열린 제4차 안전한 교육 환경을 위한 법 개정 촉구 집회에서 참여한 교사 등이 묵념하고 있다. 연합뉴스

교육부 소속 5급 사무관이 자녀의 초등학교 담임 교사를 아동 학대로 신고하고 직위를 이용해 협박한 사실이 드러났다. 교육부는 해당 직원을 직위 해제하기로 하고 조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 11일 대전시교육청은 이날 5급 사무관 A 씨에게 직위해제를 통보했다. 초등교사노조에 따르면 A 씨는 지난해 11월 3학년 자녀의 담임 교사 B씨를 아동 학대로 신고했다. B씨는 관련 법령에 따라 즉시 직위 해제됐다. 노조에 따르면 A씨는 교육부 사무관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담임 교체를 할 수 있다고 B씨를 협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밤늦게 B씨에게 전화하는 일도 잦았고, 자녀가 2학년 때 자신의 민원으로 담임이 교체되기도 했다고 언급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A 씨는 후임으로 부임한 C 씨에게는 “왕의 DNA를 가진 아이이기 때문에 왕자에게 말하듯이 듣기 좋게 돌려서 말해도 다 알아듣는다”는 내용을 포함한 자녀를 지도하면서 지켜야 할 수칙을 담은 편지도 보냈다고 노조는 전했다. 편지에는 “‘하지 마, 안돼’ 등 제지하는 말은 절대 하지 않는다” “또래의 갈등이 생겼을 때 철저히 편들어 달라” “인사를 잘해야 한다는 부담에 가두시면 자존감이 심하게 훼손된다”는 등의 당부가 담겼다. 또 “왕의 DNA를 가진 아이이기 때문에 왕자에게 말하듯이 듣기 좋게 돌려서 말해도 다 알아듣는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하지만 B 씨는 지난 5월 대전지방검찰청으로부터 아동 학대와 관련해 ‘혐의없음’을 처분 받았다. B 씨는 정신과 상담을 받고 우울 장애로 약물을 복용했으나 지난 6월께 복직한 상태다. 학교는 교권보호위원회를 열고 A 씨 행위를 명백한 교권 침해로 판단하고 서면 사과와 재발 방지 서약 작성 처분을 내렸다. 교권보호위원회에서는 A씨가 B씨에게 보낸 편지가 증거로 활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교원단체는 ‘교육부 사무관 갑질’과 관련해 재발 방지 대책과 함께 교권 보호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했다. 전국초등교사노조(초교조)는 지난 11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모든 갑질과 악성 민원을 가한 학부모가 교육부 사무관이라는 현실이 경악스럽다”며 “악성 민원과 아동학대 고소 남발로부터 교사를 지킬 대책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도 입장문을 내고 “학교 지원과 교사 보호에 앞장서야 할 교육부 사무관이 오히려 학교를 힘들게 하고 교사의 교권을 훼손하는 행위를 한 데 대해 분노한다”며 “교육부는 철저한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A 씨는 사과문을 통해 “선생님과 학교 관계자 등에게 마음의 상처를 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라며 “이번 불찰로 이제까지 아이를 지도하고 보호해 주신 선생님들의 감사한 마음조차 훼손될까봐 마음이 아프다”고 밝혔다. 또한 ‘왕의 DNA를 가진 아이’라는 내용이 담긴 편지에 대해서는 “담임 선생님에게 드린 자료는 제가 임의로 작성한 것이 아니라 치료기관의 자료 중 일부”라며 “교장 선생님과 상담 중 아이의 치료를 위해 노력한 과정을 말씀드렸더니 관련 정보가 있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새 담임선생님께 전달드렸다”고 덧붙였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