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삐 풀린 가계부채…尹정부, 50년 주담대·인터넷은행 영업 손본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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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흘 만에 주담대 1조 ‘급증’
전체 가계대출 증가세 뚜렷
50년 주담대, ‘만 34세 이하’ 제한둘 듯
인터넷은행 주담대도 제동 임박

한국경제의 최대 뇌관인 가계부채가 이달 들어 열흘 만에 주택담보대출만 1조 원 이상 불어나는 등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의 모습. 연합뉴스 한국경제의 최대 뇌관인 가계부채가 이달 들어 열흘 만에 주택담보대출만 1조 원 이상 불어나는 등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의 모습. 연합뉴스

한국경제의 최대 뇌관인 가계부채가 이달 들어 열흘 만에 주택담보대출만 1조 원 이상 불어나는 등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최근 인기를 끄는 50년 만기 초장기 주담대 상품을 시작으로 가계대출의 고삐를 다시 죄기로 했다. 인터넷은행의 공격적인 비대면 주담대 영업 행태도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10일 기준 679조 8893억 원으로 집계됐다. 7월 말(679조 2208억 원)과 비교해 이달 들어 열흘 만에 6685억 원 늘어난 규모다.


특히 최근 가계대출 증가세를 주도하는 주담대는 같은 기간 1조 2299억 원(512조 8875억 원→514조 1174억 원)이나 뛰었다. 이런 추세로 미뤄 전체 은행권과 금융권의 가계대출 증가세도 4월 이후 8월까지 5개월 연속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가계대출이 진정되지 않자 금융당국이 결국 조치를 취하고 나섰다. 지난 11일 은행연합회는 소속 은행들에 일제히 공통 양식을 보내 50년 만기 주담대 판매 실적과 조건 등을 채워 회신해달라고 요청했다. 앞서 10일 기획재정부·국토교통부·한국은행·금융감독원·주택금융공사·은행연합회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가계부채현황 점검회의’에서 50년 만기 주담대가 가계대출 증가의 한 요인으로 거론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50년 만기 주담대는 만기가 길어질수록 대출자가 갚아야 할 전체 원리금은 늘어나지만,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1년 단위로 소득 대비 원리금 감당 능력을 보기 때문에 당장 현재 대출자 입장에서는 전체 대출 한도를 늘릴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당국이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을 ‘DSR 우회 수단’으로 지목하는 이유다.


이에 따라 정부는 우선 연령 제한을 도입할 전망이다. 가계부채현황 점검회의 참석자는 “50년 만기 상품에 나이 제한을 두는 쪽으로 참석자들의 의견이 거의 모아졌다”고 전했다. 대출 상한 연령은 ‘만 34세 이하’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인터넷은행의 주담대에 대한 규제도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2분기 말(6월 말) 현재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17조 3220억 원으로, 1분기 말(13조 8690억 원)과 비교해 불과 3개월 사이 3조 4530억 원(24.9%) 급증했다. 2분기 석 달 동안 새로 취급한 주택담보대출만 3조 5290억 원에 이른다. 케이뱅크의 주택담보대출도 1분기 말 2조 8300억 원에서 2분기 말 3조 7000억 원으로 30.1% 뛰었다.


정부와 금융권에서는 이처럼 주담대를 빠르게 늘리는 인터넷은행들의 영업 행태가 인가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인터넷은행의 태동 당시 취지는 자신들의 데이터베이스(DB)가 풍부하니 신용 심사를 잘해서 중·저신용자에 대한 중금리 대출을 늘리고, 서류심사 통해 담보를 잡는 등의 구태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은행권에서는 정부가 거론하는 요인과 대책이 과연 가계대출 증가 문제의 핵심과 관련이 있는지 의심스럽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40년 이상 만기의 주택담보대출 출시도 사실상 정부가 금리인상기 대출자의 원리금 부담을 덜어주라고 독려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고 반박했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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