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세 도입 땐 해운기업 최대 4조 9000억 원 더 부담해야”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KMI, 영향 분석 보고서 발간
탄소배출권 거래제 시행되면
최대 8000억 원 대 부담 발생
“정부 차원 선제적 대응 필요”

국제해사기구(IMO)가 지난달 7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개최한 제80차 해양환경보호위원회 회의(MEPC 80) 모습. 부산일보DB 국제해사기구(IMO)가 지난달 7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개최한 제80차 해양환경보호위원회 회의(MEPC 80) 모습. 부산일보DB

해운분야에 탄소세가 도입되면 국내 해운기업이 최대 4조 9000억 원을 더 부담해야 할 것으로 전망됐다. 강화되는 환경 규제에 대비해 국내 해운업이 생존하려면 기업을 넘어 정부 차원의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은 탄소배출량 감축을 위한 시장기반 조치가 도입될 경우 국내 해운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이와 같이 추정된다고 13일 밝혔다.

탄소배출량 감축을 위한 시장기반조치란 온실가스 배출을 비용으로 보도록 해 감축을 유도하는 제도를 말한다. 선박의 연료유 1t당 탄소부담금을 부과하는 탄소세와 배출권을 할당해 탄소배출권 시장에서 매매하게 하는 탄소배출권 거래제가 포함된다.

연구책임자인 KMI 김한나 전문연구원은 이들 조치가 해운산업에 확대될 경우 우리나라 해운기업이 추가로 부담해야 할 비용과 그에 따른 수익성, 재무구조에 미치는 영향을 실증적으로 분석했다.

연구에서는 지난해 5월 클락슨 WFR 데이터 기준으로 우리나라 해운기업의 연간 연료 소모량과 탄소배출량을 추정했다. 그 결과 우리나라 해운기업 총 95개 사의 선박 1094척이 연간 9211kt의 연료를 소모하고 2850만t의 탄소를 배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종별로 보면 컨테이너선(209척) 807만t, 벌크선(309척) 802만t, 유조선(67척) 357만t 순이었다.

이를 바탕으로 각각 5가지로 가격 시나리오를 설정해 탄소세와 탄소배출권 거래제 도입에 따른 우리나라 해운기업의 비용 부담액을 비교했다. 그 결과 우리나라 해운기업 전체의 탄소세 비용 부담액은 최소 1조 700억 원에서 최대 4조 8916억 원, 탄소배출권 거래제 비용 부담액은 최소 2163억 원에서 최대 8307억 원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두 조치 중에서는 비용 부담 측면에서 탄소배출권 거래제가 탄소세보다 우리나라 해운기업에 더 유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규모가 작은 기업의 경우 탄소세 가격에 따라 2021년 대비 수익성과 재무비율이 마이너스로 전환된 반면 탄소배출권 거래제가 도입되면 수익성과 재무구조는 하락하지만 마이너스 실적까지는 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국제해사기구(IMO)는 2050년까지 국제해운 부문에서 탄소중립(넷제로)를 달성하기로 하고 연료유 표준제로 불리는 기술적 조치와 온실가스에 가격을 부과하는 경제적 조치를 더한 ‘결합 조치’를 2027년부터 도입하기로 했다.

이에 앞서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중간 목표로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55% 감축한다는 ‘Fit for 55(핏 포 55)’에 따라 내년부터 EU 탄소배출권 거래 시스템(ETS)를 해운 분야에도 전면 시행하기로 했다.

KMI 김한나 전문연구원은 해운기업의 탄소 저감을 위한 설비 투자 등과 더불어 정부 차원의 선제적 정책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김 연구위원은 “정부는 해운기업의 친환경 선박 개발과 건조 지원 확대, 친환경 선박전환 보조금 지원사업 확대, 민간 자본의 선박금융 참여 확대 방안 마련, 친환경 선박 건조 시 조세 혜택 부여 등의 정책적 지원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