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 부산 스타트업] “부트렉 그래픽 티셔츠로 MZ세대 마음 사로잡았죠”
[Up! 부산 스타트업] 케이브 샵
이미지 차용 제3의 디자인 창작
미국서 출발 하위문화 한국 소개
16~24세 고객 중심 인기 끌어
매출 급속 성장 해외 진출 꿈꿔
한국에서는 아직 생소한 ‘부트렉(bootleg)’ 의류로 단숨에 MZ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은 스타트업이 있다. 2021년 부산 해운대에서 출발한 케이브 샵이다. 사전적 의미의 ‘부트렉’은 ‘해적판의’, ‘불법의’라는 뜻이다.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 미국에서 다양한 그래픽 이미지를 조합해 만든 제3의 이미지를 의류에 적용하면서 ‘부트렉 그래픽 디자인 의류’가 탄생했다. 캐나다에서 유학하던 케이브 샵 탁재현(29) 대표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한국에 귀국하면서 부트렉 의류를 디자인하고, 판매하는 온라인 샵을 창업했다.
■새로운 문화로 ‘주목’
부산 출신인 탁 대표는 캐나다에서 중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서 마케팅을 전공했다. 캐나다 마케팅 에이전시에서 인턴십이 확정돼 원래였으면 취업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밟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팬데믹으로 무산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원래부터 옷을 좋아해서 의류 분야에 관심은 많았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한국에 들어오게 되면서 무슨 일을 하면 좋을까 고민을 하다가, 이참에 좋아하고 관심 있었던 의류 분야에서 창업을 해보자고 결심했습니다.”
탁 대표가 시도한 ‘부트렉 그래픽 디자인 의류’는 당시 한국에서는 아주 생소한 분야였다. 그도 그럴 것이 부트렉 의류는 미국에서 하위문화로 출발해 대중화된 지 20년 남짓이기 때문이다.
부트렉 의류는 힙합 래퍼가 공연을 하면서 판매하던 공연 상품에서 시작됐다. 여러 이미지를 차용해 제3의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 티셔츠에 디지털로 인쇄해서 판매했는데, 연예인, NBA 농구 스타 등이 자주 착용하면서 유행이 됐다.
대중에게 익숙한 캐릭터라든지, NBA 농구 스타의 얼굴 등 다양한 이미지를 조합해 하나의 이미지로 디자인하고 이를 티셔츠로 만들어 즐기는 하나의 문화가 탄생한 셈이었다. “나름 한국 내 시장 조사를 해봤거든요. 지금은 그래도 부트렉 의류를 하는 곳이 열 손가락 안에 꼽을 만큼은 생겼는데 창업 당시만 해도 3군데 정도밖에 없어서 저도 반신반의했습니다. 창업 자금 400만 원으로 온라인 숍을 내고 출발했죠.”
창업 첫 달 케이브 샵의 매출은 250만 원이었다. “첫 매출을 보고 ‘내가 틀리지 않았구나’ 확산하게 됐습니다. 부트렉 티셔츠에 관심 있을 만한 구매층에 마케팅을 잘한 점도 한몫했던 것 같고요.”
■현장 이벤트로 접점 확대
치열한 의류 시장에서 창업 첫 달부터 유의미한 매출을 올릴 수 있었던 배경은 케이브 샵의 마케팅 전략이 먹혔기 때문이다. 부트렉 의류는 힙합을 좋아하는 젋은 층이나 NBA를 좋아하는 해외농구 팬에게는 잘 알려져 있다. 탁 대표는 이 부분을 파고들었다.
“사실 맨땅에 헤딩이긴 했는데요. 유튜브에서 힙합이나 농구 컨텐츠를 제작하는 웬만한 크리에이터에게 다 이메일을 보냈습니다. 구독자 이벤트를 할 때 케이브 샵의 부트렉 티셔츠를 협찬하겠다고 제안을 한 거죠. 이벤트를 통해 케이브 샵을 알게 된 분들이 초기에 꽤 구매를 많이 해줘서 성장하는 데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온라인 판매 위주다 보니 현장에서 고객과의 접점이 많지 않았는데, 최근에는 현장에서 고객과 만날 일이 많아졌다. 지난달 7일부터 16일까지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하이퍼그라운드에서 열린 ‘부산패션마켓’에 부산 브랜드 중 하나로 고객과 만났다.
“다양한 연령층에서 관심을 보였지만 특히 16~24세 고객의 반응이 뜨거웠는데요. 사실 온라인 샵에서는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고객이 대부분인데, 부산에서도 내 옷에 관심이 많구나라는 걸 알게 된 재밌는 경험이었습니다. 그래서 올해 안에 해운대에서 쇼룸을 준비하고 있고요. 그리고 아무래도 힙합 신에서 출발한 의류인 만큼 옷 사이즈가 기본적으로 큰 편인데, 작은 사이즈나 유아용을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한 계기가 됐죠.”
케이브 샵은 음반 레이블 회사인 커스텀레코드와 함께 손을 잡고 ‘드랍더마이크’라는 힙합 오디션을 지원하고 있다. 우승자에게 케이브 샵 의류를 지원한다. “서울 힙합 라운지 이벤트 기획에 참여하기도 하고요. 제가 기획을 제안하기도 하고, 제안받기도 하는데 재밌는 일이라고 판단되면 참여하는 편입니다. 부트렉 의류가 문화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보니 온라인 외에 오프라인에서도 다양한 이벤트에 참여하려고 노력합니다.”
■해외로 역진출 목표
케이브 샵은 한국, 그것도 부산에서 출발한 토종 브랜드로, 해외에 역진출을 꿈꾸고 있다. 미국에서 출발했지만, 디자인만 좋다면 해외에서도 소비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제 3년 차 스타트업이지만, 매년 10배 이상 매출이 성장하고 있어 가능성을 입증했다. 케이브 샵의 ‘트레비스 스캇 티셔츠’(아래 작은 사진)는 지금까지 누적 판매량이 1500장 이상이 될 정도로 효자 상품이 하나둘 씩 탄생하고 있다. 미국 출신 유명 래퍼인 트레비스 스캇의 이미지를 차용해 만들었다.
“조금씩 케이브 샵의 이름이 알려지면서 해외 진출의 목표를 세웠습니다. 지금까지는 거의 혼자 디자인하고, 주문을 받으면 생산하는 방식으로 진행해 왔는데, 앞으로는 아티스트와 협업해 새로운 디자인을 속속 출시할 예정입니다. 주 고객군은 MZ세대 남성인데요, 여성용 라인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주로 상의에만 집중해 왔다면 앞으로는 하의도 선보이려고 합니다.”
탁 대표는 창업 초기 유튜브의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도움을 받은 만큼, 디자인 노하우나 의류 브랜드 운영에 대한 노하우를 공유하는 유튜브 콘텐츠 제작에도 나설 예정이다. “유튜브 활동이 새로운 기회를 열어줄 수 있다고 생각해서 재밌게 해보려고 합니다. 지인들이 길에서 제가 만든 옷을 봤다고 사진을 보내주면 신기하기도 하고 뿌듯합니다. 앞으로 케이브 샵을 부틀렉 의류 종합 브랜드로 키우고 싶습니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