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생 감소·임금 체불’ 고신대 이병수 총장 사실상 ‘해임’
당초 보직 교수 교체만 지시
고려학원이사회, 사임서 수리
대학가 “사태 책임 물은 듯”
이사회 차원 대책수립 요구도
속보=재정난으로 교수 임금 체불 사태에 직면한 고신대(부산일보 8월 7일 자 6면 등 보도)가 이사회에서 총장을 사실상 해임했다. 교수협의회 총장 불신임, 임금 체불 등 학교가 위기에 빠지면서 총장 교체를 단행한 것이다. 이병수 총장은 지난해 5월 임시 이사회에서 선임된 후 1년 3개월 만에 총장직에서 물러나게 됐다.
학교법인 고려학원이사회는 “고신대 이병수 총장의 사임서 수리를 보고 받았다”고 13일 밝혔다. 이 총장은 지난 6월 교수협의회로부터 불신임을 받은 뒤 이사회에 사표를 제출했다. 이후 이사회는 보직 교수진을 새로 구성할 것을 학교 측에 지시했지만 이 총장의 사표는 수리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달까지 2개월 연속 교수 임금이 체불되는 등 운영난을 겪자 이날 이사회에서 이 총장의 사표를 수리했다. 이사 10명, 감사 3명이 출석해 열린 이사회는 이 총장의 사표를 수리하고 오는 17일까지 임기를 마치도록 의결했다. 차기 총장이 선임될 때까지 교학부총장이 총장 직무 대행을 맡는다. 이사회는 17일 이후 2주간 총장 모집 공고, 후보 접수 등의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다음 달 7일 오후 3시 총장 선출을 위한 이사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이 총장의 사표는 지난 6월 교수평의회가 이 총장 불신임 결의안을 채택하면서 불거졌다. 지난 6월 19일 교수 45명 중 86%의 찬성으로 결의안이 채택됐다. 교수평의회는 결의안에서 ‘부울경에서 전년보다 신입생 숫자가 감소한 유일한 대학’이라고 학교의 현실을 꼬집었다. 고신대는 올해 신입생 868명 모집에 721명만 등록해 등록률 83.06%로 부산의 대학 중에서 하위권을 기록했다. 2021학년도 97.2%, 2022학년도 90.4%로 선전했으나 올해 신입생 모집률은 대폭 하락했다.
대학가에서는 이 같은 사표 수리를 두고 이사회가 이 총장에게 일련의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물은 것으로 분석한다. 앞서 이사회에서는 보직 교수 교체 등으로 학교 문제를 ‘봉합’하려 했으나 임금 체불 문제 등이 터져나오면서 총장 거취를 결정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차기 총장은 재정난 극복과 함께 다음 달부터 진행될 올해 신입생 모집에 사활을 걸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고신대의 경우 지난해 차기이월자금(잉여 자금) 적자가 7억 원에 달하는데, 신입생 모집에서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할 경우 학교 이미지 등의 측면에서 위기 타개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익명을 요청한 한 고신대 교수는 “총장 거취와는 별개로 이사회 차원에서도 대학의 회생 방안, 지역 사학으로서 신뢰할 수 있는 운영 정상화 방안 등을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고신대는 신입생 충원 미달과 함께 지난 6월부터 정해진 날짜에 교수 임금이 지급되지 않았고 지난달에는 의대 기초교수 보직수당과 부교수 이상 임금이 절반만 지급됐다. 나머지 절반은 13일 현재까지 지급되지 않고 있다. 고신대 핵심 학과인 의대는 운영비가 지난 5월부터 제대로 지급되지 않아 1학기 교육에 차질을 빚기도 했다. 의대 학생회 등을 중심으로 2학기 학과 운영비 등이 보장을 요구하며 등록 거부 움직임도 일고 있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