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 뷰] 국회부산도서관에서의 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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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미 부산컨테이너터미널 영업본부장

독서는 여름 무더위 이기는 좋은 방법
명지에 국회 첫 지역 분관 도서관 개관
바다 관련 좋은 도서 추천해 관심 끌어
해양문화와 함께 도서관 발전시켜야

지난 8일 입추, 10일 말복을 지나면서 많은 사람이 피서를 다녀왔을 것이다. 여름 성수기가 아직 보름가량 남은 이달 중 휴가를 계획한 이들도 많지 싶다. 극심한 무더위를 피하기 위한 장소로는 바다나 계곡 또는 깊은 삼림의 휴양지가 인기일 게 분명하다. 어떤 이들은 휴가 기간에 냉방이 잘 되는 카페나 서점에서 독서로 시공간을 뛰어넘는 여행을 했거나 이러한 계획을 세우고 있을 것이다.

부산 강서구 명지동에 피서하기에 좋은 도서관이 있다. 지난해 3월 국내 최초의 국회 지역 분관 도서관으로 개관한 국회부산도서관이 그곳이다.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가까이 있는 국회도서관은 1952년 의정활동 지원기관으로 문을 열어 입법과 정책 관련 정보를 효과적으로 제공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국회가 대국민 지식정보 지원과 지역균형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설립한 시설이 국회부산도서관이다. 이곳은 최고 수준의 복합 문화공간과 ‘지식 리조트’ 역할을 천명하고 있어 인접한 부산신항 터미널에서 근무하는 필자도 즐겨 찾는다. 국회부산도서관에서는 부산 시민 누구나 회원으로 가입해 소장 도서와 각종 자료를 살펴볼 수 있다. 직접 도서관을 방문하지 않아도 모바일이나 PC에서 E북을 대출받아 읽을 수 있다.


국회부산도서관이 휴가철을 맞아 ‘여름 바다’를 주제로 각 분야 좋은 책들을 추천해 관심을 끈다. 이 중 필자가 감명받은 세 권을 추천하고자 한다.

첫 번째는 인문·철학서 〈모든 삶은 흐른다〉이다. 프랑스 철학자 로랑스 드빌레르가 지난해 출간해 현지에서 극찬을 받았다. 책에서는 낯선 ‘인생’을 제대로 ‘항해’하려면 바다를 이해하라고 강조한다. 누구나 처음인 이번 생에서 삶이 곡예를 하는 것 같거나 내 의지와 무관하게 떠밀려 가는 걸 느낄 때 바다의 밀물과 썰물, 무인도, 섬, 등대, 방파제 등이 가진 철학적 사유를 따라갈 것을 권한다. 타인을 조종하려는 사람들을 떨쳐 내고 자신이 추구하는 걸 찾아 인생의 주인공이 되는 용기를 내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태풍이 몰아칠 때, 바람이 잦아들어 잠잠해졌을 때도 한시도 쉬지 않고 계속 물결치는 바다처럼 우리 삶도 물결치며 흐를 뿐이니 인생에 내던져지지 말고 인생이 나로부터 비롯될 수 있도록 항해의 키를 잡는 방법을 생각하도록 만드는 좋은 책이다.

두 번째 책은 역사·문화 부문의 〈처음 읽는 바다 세계사〉이다. 국사와 세계사를 연결해 국가별 글로벌 역학 관계를 헤아리는 수준의 ‘역사 덕후’라면 바다와 세계사의 관계를 새롭게 조명한 이 책이 매우 흥미로울 것이다. 저명 해양 연구가인 헬린 M 로즈와도스키 미국 코네티컷대 교수는 바다가 어떻게 인류 문명을 꽃피우고 발전시켰는지 또 때로는 삼켜 버렸는지를 잘 보여 준다. 반대로 인류가 바다를 이용하거나 정복하고 향유하면서 현재에 이른 과정도 서술했다. 결국 바다는 기록 보관소이자 역사라는 게 책의 주장이다.

마지막은 과학·공학 부문 〈바다 생물 콘서트〉이다. 필자가 아쿠아리움과 해양박물관 견학 후 끝도 없는 질문을 던지는 조카와의 대화를 위해 읽은 책이다. 플랑크톤에서부터 바다거북, 해달, 펭귄, 대왕고래, 심해 문어, 산호와 해조류에 이르기까지 해양 생태계를 이루는 수많은 생물에 대한 다양하고 재미있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저자는 세계적인 해양생물학자 프라우케 바구쉐 박사로 서문에 “내가 느낀 바다에 대한 사랑과 이 유일무이한 세계를 보호하려는 소망을 독자들에게 일깨울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썼다. 이 책은 해양 보호를 호소하는 대신 쉽고 간결한 문장으로 바다의 가치와 중요성을 총체적으로 느끼게 하는 매력이 있다. 플랑크톤과 산호초를 통한 지구의 생명과 역사에 대해 깔끔하게 서술한 부분이 그렇다. 책을 읽은 후 조카에게 얘기해 주니 반응이 좋다.

부산 시민들이 국회부산도서관에 관심을 갖고 ‘지식 리조트’로 자주 이용할 만하다. 기원전 300년께 고대 이집트에는 당대 최대 수출항으로 번영을 누린 도시 알렉산드리아가 있다. 나일강 하구에 위치해 지중해와 아프리카, 아라비아, 인도를 연결하며 대단히 번성했다. 이 항만도시는 무역으로 벌어들인 많은 돈으로 동쪽 해안에 100만여 권의 장서를 소장한 큰 도서관을 지었는데, 인류 역사상 가장 유명한 도서관의 하나인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이다. 이 도서관은 훗날 대화재로 소실됐다고 전해졌지만, 사실은 도시의 쇠락과 시민의 무관심으로 영세화된 탓에 사라졌다는 분석도 있다.

개항 147년의 역사 속에 동북아시아 물류의 거점 항만으로 성장한 부산항을 가진 부산의 국회부산도서관이 올해 운영 2년 차를 맞았다. 이 도서관이 부산, 부산항, 해양문화와 함께 발전할 수 있도록 시민들의 애용과 사랑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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