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인구'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

김마선 기자 m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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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마선 콘텐츠센터장

부산 330만 명 아래, 감소율 1위
노인은 처음으로 70만 명 돌파
10년 뒤 300만 명도 위태로울 듯
기후변화처럼 인구 감소도 ‘상수’
‘있는 사람’ 행복하게 관심 높여야
노인, 청년, 돌봄 등 콘텐츠 고민

지난해 2월 중학교를 졸업한 아들의 앨범을 보고 꽤 놀랐다. 웃는 아이들 속에서 아들을 찾으니 한 반이 겨우 21명. 학년 전체가 네 반, 다 합쳐봐야 80명 남짓이다. 창고를 뒤져 내 중학교 앨범(1989년)을 꺼내 봤다. 흑백사진 속 59명이 4열 횡대로 운동장 스탠드에 쫙 서있다. 전체가 열 반이니 약 600명. 같은 부산인데 30년 만에 참 많이 변했다 싶었다.

전국이 물난리 충격에 빠져 있던 지난달 27일 부산에 반갑지 않은, 그렇다고 그다지 놀랍지도 않은 뉴스가 전해졌다. 바로 ‘인구 감소’ 소식이다. 정부가 진행한 인구주택총조사에서 지난해 부산의 인구 330만 명(329만 6000명)이 ‘깨졌다’는 것이다. 감소율로 치면 부산과 울산이 공동 1위(-0.9%). 경남이 2위(-0.8%)를 하면서 이웃끼리 동병상련이다.


‘깨졌다’는 표현 속에 위기감이 담겼다. 인구 감소 자체가 그다지 뉴스가 안 되니 자꾸 자극적인 팩트를 찾게 되는 것 같다. 같은 조사에서 부산의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처음으로’ 70만 명을 돌파했다. 정확히 70만 2000명. 한 해 전(67만 명)보다 4.7% 증가한 것이다.

인구 감소와 그로 인한 고령화는 지역의 경쟁력 하락을 부른다고들 한다. 일할 사람은 적고, 부양 대상자는 많다는 점에서다. ‘지역소멸’이라는 말까지 심심찮게 나오는 지경이다. 부산의 ‘위기의식’은 대부분 여기에서 출발한다. 부산시나 구·군청도 어떻게 하면 이 추세를 막을까 백방으로 궁리하고 뛴다. 과연 어떻게 해야 인구 감소 폭을 줄일 수 있을까. 그것이 어렵다면 이 상황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최근 어느 책을 읽다가 새삼스러운 사실 하나를 깨달았다. 지금의 부산이 우리가 간절하게 원했던 모습이라는 점이다. 인구 감소는 그 간절한 바람 중 하나였다. 언론계 20년 선배가 쓴 자서전에 이런 상황이 잘 담겨 있었다.

책에는 그가 보도한 기사가 함께 실렸다. 부산의 고질적 문제를 진단하는 기획에서 ‘인간 홍수’를 만병의 근원으로 꼽았다. 하루 226명꼴로 느는데, 교통정체 공해 주택난 등을 유발한다고 지적했다. 보도 시점이 1989년이다.

간절한 바람 덕분일까. 부산 인구는 1995년 388만 명을 정점으로 줄기 시작했다. 정부의 장래인구추계를 보면 앞으로 10년 뒤 부산의 인구는 300만 명을 턱걸이 하고, 고령인구는 100만 명을 눈앞에 둘 것으로 예상된다.

인구 감소가 부산만의 현상은 아니다. 정부 수립 이후 처음으로 2021년(5173만 8000명)에 줄었고 지난해에도 추세가 이어졌다. 산업화 과정에 인구가 폭증한 관성 때문인지 인구 감소는 낯설다. 누구는 노동집약적인 농경사회의 출산 습관이 바뀌는 과정이라고 분석한다.

기후변화처럼 인구 감소는 ‘상수’이자 ‘뉴 노멀’이다. 우리의 관심이 ‘있는 사람’을 어떻게 행복하게 할까로 더 모아져야 할 것 같다. 이것이 돼야 사람이 모이고, 아이도 낳을 것이다. 세계 최저의 출생률, 최고의 자살률은 개개인이 행복하지 않다는 것을 말한다. 〈부산일보〉는 이 점에 착안해 콘텐츠를 고민한다. 올해 기획으로 고립 청년, 액티브 에이징(Active Aging)과 노인 주거, 유아휴직 등이 있었다.

고립 청년은 사회적 관계를 끊은 이들을 말한다. 부산복지개발원에 따르면 적게는 7500명, 많게는 2만 2500명의 고립 청년이 부산에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팬데믹을 거치면서 더 늘었다. 최근 잇따르는 무차별 범죄에서 보듯이 이들을 사회로 끌어오는 것이 과제다. 고립, 빈곤, 분노의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

액티브 에이징은 ‘활력 있는 나이 듦’이다. 노인이 수혜 대상이 아닌 능동적 주체가 될 수 있게 역량을 높이자는 것이다. 고령친화 동네 공동체가 대표적이다. 노인이 살기 편한 도시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외신을 보니 영국에서는 고령화에 맞춰 횡단보도 보행신호 시간을 20% 늘린다고 한다. 부산은 명색이 세계보건기구의 ‘고령친화도시’(2016년 지정)다.

육아와 돌봄 환경을 바꾸는 것도 빠뜨릴 수 없다. 〈부산일보〉는 지난달 부산의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25%) 실태를 분석해 보도했다. 전국 평균(29%)보다 낮다. 가정에서든 사회에서든 육아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할 시점이다.

끝으로 그동안 인구 감소라는 현실 앞에서 습관적으로 ‘자기 비하’를 해온 것은 아닌지 반성한다. 물론 ‘우는 놈 떡 하나 더 준다’는 속담이 있고 ‘위기의식’이 도시 발전에 긍정적이기도 하다. 거대 이벤트와 인프라 유치를 통해 국면을 전환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은연중에 자긍심 하락이라는 부작용도 없지 않다. ‘노인과 바다’의 도시라는 자조로는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 나부터 개개 시민이 행복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예나 지금이나 앨범 속 아이들의 표정은 밝기만 하다.


김마선 기자 m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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