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89명 숨졌지만 집계조차 어려워… 언제 꺼질지 모르는 하와이 산불
100년 만의 미국 최악 산불
해변까지 번지며 장기화 우려
‘지상 낙원’ 하와이 마우이섬을 잿더미로 만든 산불은 100년 만에 미국 최악의 산불 참사로 기록될 전망이다. 현재까지 집계된 사망자만 최소 89명이다. 불탄 면적은 서울 여의도의 약 3배 규모인 것으로 확인됐다. 앞으로 산불이 규모를 키우며 장기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국 A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8일(현지 시간) 시작한 산불은 12일 현재 마우이섬 해변까지 걷잡을 수 없이 번져 피해가 속출했다. 조시 그린 하와이 주지사는 12일 현재 사망자가 최소 89명으로 집계됐으며 앞으로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피해 지역이 사실상 전소돼 정확한 사망자 집계는 일주일 넘게 걸릴 수 있다고 그는 밝혔다.
웨스트 마우이 등에서 파손된 주택은 2200채에 달하며 이재민은 4500명으로 집계됐다. 현지 언론에서는 이재민이 1만 명을 넘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피해 규모는 60억 달러(약 7조 9900억 원)에 육박한다.
하와이 산불 사망자는 1918년 미네소타주 산불 참사 이후 가장 많다. 당시 미네소타주 북부 칼턴 카운티 등을 덮친 산불로 주택 수천 채가 불타고 수백 명이 숨졌다. 가장 최근에 발생한 최악의 산불로는 2018년 캘리포니아 북부 패러다이스 마을에 산불이 번져 85명이 숨진 게 손꼽힌다. 또 이번 화재는 1960년 하와이섬 힐로에서 쓰나미로 사망자 61명이 발생한 이래 63년 만에 하와이주 최악의 자연재해가 됐다.
산불 피해 면적은 지난 11일 기준으로 총 2170에이커(8.78㎢)로 추산됐다. 이는 여의도 면적(2.9㎢)의 약 3배에 달하는 규모다. 이 수치는 주요 피해 지역인 서부 해변 라하이나에서만 조사된 것이어서 섬에서 산불이 진행 중인 다른 2곳을 포함하면 피해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
피해가 갈수록 확산되지만 산불 진화는 더딘 편이다. 당국은 지난 11일 오후 3시 기준으로 라하이나 지역에서는 85%, 중부 해안인 풀레후·키헤이 지역에서는 80%, 중부 내륙인 업컨트리 지역에서는 50% 산불이 진화된 상황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산불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미 CNN방송에 따르면 마우이에서 소방관들과 동행해 화재 현장을 촬영 중인 전문 사진작가 대니얼 설리번은 “나무뿌리가 땅속에서 불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토양 온도가 82∼93도로 올랐다. 지상에는 불이 없다고 볼 수 있으나 땅속에서는 나무뿌리가 타고 있어 불이 어디서든 튀어 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바람이 며칠 동안 잔잔해져 불을 잡는 데 도움이 됐지만 워낙 큰 산불이어서 진압에 어려움이 크다”고 전했다. 또 현지 전문가들은 최근 몇 달간 하와이에 비가 내리지 않고 가뭄이 이어져 토양이 매우 건조한 상태여서 산불이 재확산될 우려가 크다고 분석한다.
김형 기자 mo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