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워진 차선 정비 하세월 빗길 운전대 잡기 겁난다
부산시 간선도로만 주기적 점검
나머지는 민원 접수 의존 ‘허술’
구군서 현황 파악 없이 계약부터
비가 쏟아지는 날이면 택시기사 송 모(62) 씨는 차선이 제대로 보이지 않아 걱정이다. 태풍 카눈의 영향으로 지난 9일 저녁 시간 많은 비가 내렸는데, 앞도 잘 보이지 않는데 차선마저 빗속에 사라져 교통사고 위험이 크다고 한다. 도로에 물이라도 고여있으면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송 씨는 “비가 많이 내리는 밤이면 앞이 잘 보이지 않고 어두컴컴한데 차선마저 지워져 있으면 상대 차선을 침범해 사고 날 확률이 높다”며 “특히 화물차가 많이 지나다니는 지역의 도로 상태는 더 심각하다”고 말했다.
부산 시내 곳곳 차선 도색 정비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빗길 교통사고 위험이 크다. 비가 많이 내리는 날이면 어김없이 차선이 보이지 않아 운전자들의 안전은 위협받는 실정이다. 시와 일선 지자체가 담당하는 도로도 다르고 관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지자체의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3일 부산시 교통정보서비스센터에 따르면 부산 시내 차선의 연장 12만 6434km(차선을 모두 합한 값) 중 시가 담당하는 차선 도색 도로는 ‘도로 폭 14m 이상, 5차선 이상’ 기준에 해당하는 3446km이다. 지난 6월 기준 시가 맡은 도로 연장 3446km 중 270km 구간 차선 정비가 이뤄졌다. 나머지 도로는 부산 16개 구·군 등에서 자체적으로 도색 업무를 담당한다. 시의 차선 도색 예산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도 20억 원으로 책정됐다.
도로교통공단 노면 표시의 반사 성능 및 관리 규정에 따르면 노면 표시를 할 때는 시간대나 기상 상태 등에 관계없이 운전자와 보행자에게 잘 보일 수 있도록 흰색(240mcd/lx), 노란색(150mcd/lx), 청색(80mcd/lx) 기준을 충족하도록 반사 장치를 설치해야 한다. 설치 후 노면 표시 반사재료의 반사성능은 재설치 기준을 유지해야 한다. 젖은 노면일 경우 도로 밝기 최소 기준은 흰색(100mcd/lx), 노란색(70mcd/lx), 청색(40mcd/lx), 빨간색(23mcd/lx)이다. 우천 시 흰색(60mcd/lx), 노란색(40mcd/lx)는 돼야 한다. 최소 기준에 미달하거나 균열, 마모 등 발생 때 검사를 통해 재시공을 해야 한다.
시가 담당하는 도로 연장 3446km가 도색을 필요로 하진 않지만, 세부적인 정비가 필요한 도로 현황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민원과 불시 순찰에 의존해 차선 도색 등을 진행한다. 교통량이 많은 주요 도로나 간선 도로는 주기적인 점검에 나서지만 나머지 도로는 민원이 접수되거나 불시 순찰인 수시 점검에 의존한다. 점검 중 이상이 파악되면 작업에 나서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정비가 필요한 도로 현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것은 구·군도 마찬가지다. 일례로 부산진구청의 경우 올해 유지 관리 계약 1억 9000만 원의 도색 예산을 업체에 투입하지만 정비가 필요한 도로 현황은 파악 못하고 있다. 중구청도 도색 관련해 올해 7450만 원 계약을 진행했지만 현황 파악은 미비하다. 그나마 남구청은 유엔교차로 일원 330m 도로에 야간 및 빗길에 잘 보이는 차선 시험 도색을 완료했고 확대할 계획을 갖고 있었다.
차선 도색 관리가 제대로 되기 위해선 시와 일선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색 점검을 하는 기관이 시와 구·군으로 나뉘어 현황마저 공유되질 않아 체계적인 계획 수립마저 어려운 상황이다.
도로교통공단 최재원 교수는 차선이 보이지 않으면 그만큼 사고 위험도 높아지기 때문에 시인성 높게 도색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부산의 경우 화물차도 많이 다녀 도로의 피로도도 높아지고 균열도 자주 일어난다. 중앙부처와 의견을 나눠 예산을 확보해 꾸준한 관리를 해야한다”고 말했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