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 중단된 약 납품하라?… 애먼 약사 잡은 해수부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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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 비치 기준에 없는 약 공급
약사법 위반 혐의 약사 넷 벌금형
해수부 목록 업데이트 않은 탓

정부가 생산 중단 여부와 관계없이 목록에 있는 비상의약품만 선박에 반입할 수 있다고 고집하는 바람에 애꿎은 약사들이 벌금형을 받게 됐다. 담당 부처인 해양수산부가 관련 목록을 업데이트하지 않은 탓이다. 해수부는 즉시 시정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13일 남해해양경찰청에 따르면 남해해경은 지난 3월 약사법 위반 혐의로 약사 4명을 검찰에 송치했고, 이들은 최근 벌금 50만 원 등의 벌금형 처분을 받았다. 이들은 해수부가 관련 고시 중 ‘선내 의약품 등의 비치 기준’에 명시하고 있지 않은 약품을 선내에 공급한 혐의를 받았다.

부산항에 입항한 선박은 비상 상비약을 실어야만 출항할 수 있다. 해당 약사들은 비치 목록에서 이미 생산 중단된 물품은 비슷한 성분이나 효능이 더 좋은 신약으로 납품했다. 하지만 비치 기준에 명시된 약을 공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해당 약사들을 송치한 것이다.

해경은 해수부 의견에 따라 약사들이 비치 기준에 명시된 약들 중 이미 생산이 중단된 경우 비슷한 성분의 약을 공급한 것을 위법하다고 봤다. 남해해경 관계자는 “기준에 없는 약들은 처방전을 통해서 공급받아야 한다”며 “선박이라는 특수한 공간에서 마약성분 등의 약이 공급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비치 기준을 통해 공급할 수 있는 약을 정해두고 있다. 해수부 의견조회를 통해 약사들을 검찰에 송치한 것”이라고 말했다.

해수부에 따르면 해당 비치 기준은 3년마다 재검토돼야 하지만 생산이 중단된 약들에 대한 업데이트는 이뤄지지 않았다. 장기 항해를 하는 선박의 선원들은 항해 도중 약을 공급받을 수 없기 때문에 선박에 비치하는 상비약은 비상 시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해수부는 즉각 보건복지부와 협의를 통해 기준을 현실에 맞게 반영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해수부 선원정책과 관계자는 “보건복지부와 협의를 통해 비치 약품 목록 변경이 가능하다. 현실에 맞게 기준을 고쳐 선원들의 건강과 안전을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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