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빌라 신축 바람 부는 달맞이고개, 재건축 바람도 분다
3년 전 무산 이진캐스빌 재건축
이달 말 주민동의서 내고 재추진
최근 100억대 빌라 분양 비롯
부촌 이미지 부활 기대감 한몫
조합 대신 사업시행자 신탁 방식
장단점 분명해 사업 성공 관심
부산 해운대구 중동 달맞이고개에 고급 빌라 재건축 바람이 분다.
13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해운대 이진캐스빌 재건축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는 주민 동의를 80% 이상 받아 이달 말 동의서를 해운대구청에 제출할 예정이다. 재건축을 위해서는 주민들의 동의를 75% 이상 받아야 한다. 추진위는 기존 2개 동, 108가구를 2개 동 150가구로 재건축한다는 계획이다.
추진위는 3년 전 재건축을 시도했지만 당시 부동산 상황이 좋지 않아 사업이 무산됐었다. 그러나 최근 달맞이고개 일대에 100억 원대 고급 빌라가 들어오는 등 달맞이고개를 바라보는 부동산업계의 시선이 달라지면서 사업을 재추진을 하게 됐다.
달맞이고개는 1990년대까지 부산을 대표하는 부촌 가운데 하나였다. 와우산 자락에서 해운대 바다를 내려다보는 명품 입지여서 예전부터 고급 주택이 많았다. 하지만 기존 주택은 점점 노후화하고 해운대 해변 주변으로 초고층 아파트가 들어서며 부촌 이미지가 퇴색한 상태다.
해운대 바닷가를 중심으로 한 아파트 개발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달맞이고개 일대의 몸값이 달라졌다. 해운대구 내 유일하게 남은 개발 후보지로 떠오르며 상황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100억 원대 하이엔드 빌라인 ‘애서튼 어퍼하우스’, 40억 원이 넘는 하이엔드 빌라인 ‘상지카일룸’ 등이 잇따라 분양하면서 위상을 서서히 회복하는 모양새다.
정비업계 한 관계자는 “하이엔드급 빌라 외에도 달맞이고개와 인접한 엘시티, 하이엔드 브랜드 ‘아크로’가 입점하기로 한 중동 5구역 재개발 등과 연계해 일대 전체가 변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정비사업 재추진의 도화선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추진위가 기존 조합 방식이 아닌 신탁사가 조합을 대신하는 사업시행자 신탁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것도 업계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현재 부산에는 사직 1-5 재건축정비사업 만이 사업시행자 신탁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사업시행자 신탁 방식은 정비 사업장의 고질적인 문제로 꼽히는 조합 내부 마찰 없이 속도를 낼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정비 사업에선 조합원 사이에 갈등이 벌어지거나, 시공사가 공사비 인상을 요구하는 등의 문제로 사업이 길어지면 추가로 발생하는 비용을 조합원이 부담해야 한다. 최근에는 원자재 가격, 인건비 등이 올라 공사비가 급증해 이 같은 갈등 요소가 크다.
게다가 신탁 방식 정비사업은 신탁사가 자금 조달을 책임진다. 자체 자금이나 신용 등으로 정비사업에 드는 비용을 부담하는 구조라 부담이 적다는 것 역시 장점이다. 전문성이 있는 만큼 시공사와의 갈등 국면에서도 일반 조합보다 협상력을 더 갖추고 있다고 평가받는다.
물론, 장점만큼이나 단점도 명확하다. 가장 큰 단점은 수수료다. 신탁사에 분양수익 2.5~3.5% 수준의 수수료를 지급해야 한다. 이는 부동산시장 상황, 정비사업장의 규모나 위치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기존 조합 방식으로 추진했다면 발생하지 않아도 될 비용이다. 성공 사례가 아직 많지 않다는 점도 선뜻 신탁방식을 택하기 어려운 이유다.
부동산업계 한 전문가는 “건설사 수주전 등을 통해 달맞이고개의 입지에 대한 시장 평가를 알 수 있는 데다 기존 조합 방식이 아닌 사업시행자 신탁 방식의 성공 여부 등도 확인할 수 있는 사업지라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