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오면 꺼지는 부산 도로… ‘시한폭탄’ 노후 하수관 주의보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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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개 중 4개 내구연한 20년 넘겨
집중호우 땐 하중 못 견디고 파열
최근 지반침하 56건 중 25건 원인
시, 예산 부담 탓 전면 교체 난색
대형 사고 위험 커 지속 관리해야

부산의 낡은 하수관이 지반침하를 일으키며 도로 안전을 위협한다. 지난달 17일 부산 경성대부경대역 앞에 발생한 지반침하. SNS 캡처 부산의 낡은 하수관이 지반침하를 일으키며 도로 안전을 위협한다. 지난달 17일 부산 경성대부경대역 앞에 발생한 지반침하. SNS 캡처

부산 곳곳의 낡은 하수관들이 도로를 갉아먹으며 지반침하 현상을 일으키고 있다. 노후 하수관을 이대로 방치한다면 집중호우 때마다 지반침하가 지속될 수밖에 없기에 부산시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3일 부산시에 따르면 집중호우가 내린 지난달에만 북구 만덕1터널 인근 이면도로와 남구, 해운대구, 동래구 등에서 모두 5건의 지반침하가 발생했다. 특히 지난달 17일 발생한 남구 경성대부경대역 3번 출구 앞 지반침하 현상의 경우 가로 3m, 세로 8m, 깊이 0.4m로 그 면적이 넓어 복구가 진행되는 동안 시민들이 통행에 불편을 겪고 있다. 다음 달은 돼야 해당 도로가 완전히 복구될 전망이다.

부산시에 따르면 2020년부터 현재까지 부산에서 56건의 크고 작은 지반침하가 발생했다. 특히 올해 현재까지 10건의 지반침하가 생기며 지난해 발생한 8건을 이미 넘긴 상황이다. 지반침하는 도심지에서 인위적인 원인에 의해 발행하는 현상으로, 자연 상태에서 지반 자체의 특성상 생기게 되는 싱크홀과는 다른 개념이다.


지반침하를 일으키는 주된 원인으로 노후 하수관이 지목된다. 2020년부터 발생한 지반침하 56건 중 하수관 손상이 원인인 경우는 25건으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한다. 노후한 하수관이 땅의 하중을 견디지 못하고 부서지며 그 위에 있던 흙이 내려앉아 지반침하가 발생하는 것이다.

특히 최근처럼 많은 양의 비가 내릴 경우 노후 하수관이 하중을 견디지 못하고 파열될 가능성은 더 커진다. 부산시 도로계획과 관게자는 “하수관의 경우 지하 1m 이하의 깊은 지점에 묻히는데, 비가 오면 흙이 물을 머금으며 하수관이 견뎌야 하는 하중이 커져 이음부에 틈새가 생기면서 부서질 수 있다”며 “비가 많이 오면 하수관 내부를 흐르는 물의 양도 배로 늘어나 노후 하수관이 견디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부산 전역에는 이처럼 지반침하를 일으킬 수 있는 노후 하수관이 다량 매설돼 있다. 환경부가 올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부산 하수관의 약 42.2%가 통상적인 내구 연한인 20년을 넘긴 상황이다. 집중호우와 태풍 등 갑자기 많은 비가 내릴 경우 절반에 가까운 하수관이 취약한 상태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부산시는 비용 문제로 인해 노후 하수관을 전면 교체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부산시 공공하수인프라과 관계자는 “하수관 교체 비용은 환경부 30%, 부산시와 구군에서 70%를 부담하고 있기에 전면 교체할 경우 예산 부담이 크다”며 “하수관 공사를 할 때 도로 통행이 전면 금지되기에 현실적인 어려움과 부담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지반침하는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정부와 지자체가 하수관의 상태를 끊임없이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산대 토목공학과 박수완 교수는 “노후 하수관 전체를 교체하는 것이 어렵다면 CCTV를 탑재한 로봇으로 균열 부위를 발견하는 장비 검사 횟수를 늘려 문제점을 선제적으로 발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조사 결과를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어 문제 지역을 파악하고 유지·보수를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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