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철근누락’ 설계·감리에 전관업체들과 3년간 2335억원 수의계약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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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박정하 의원 LH 자료 분석
LH출신 창립한 업체 수의계약 최다
처장·부장급 영입한 곳도 6건 수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이한준 사장이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LH 서울지역본부에서 열린 사장 주재 회의에 어두운 표정을 지은 채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이한준 사장이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LH 서울지역본부에서 열린 사장 주재 회의에 어두운 표정을 지은 채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철근 누락’ 아파트의 설계·감리 용역을 발주하면서 전직 임직원들이 일하고 있는 ‘전관 업체’들과 3년간 2335억원 어치 수의계약을 맺은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이 LH에서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하주차장이 붕괴된 인천 검단 안단테 아파트를 포함해 16개 단지 설계·감리에 참여한 전관업체 18개사가 2020년 6월부터 올해 6월까지 수의계약으로 LH 용역 77건을 따냈다. 이들 업체가 수주한 수의계약 용역은 총 2335억원 규모다. 전관업체란 퇴직한 LH 임직원들을 영입한 업체를 말한다.

가장 많은 수의계약을 맺은 A건축사사무소는 LH 출신이 창립했으며 현 대표이사도 LH 출신이다. 3기 신도시 공동주택 설계용역 등 11건을 343억원에 수주했다. A사는 철근 누락이 확인된 1개 단지를 설계했고 3개 단지에선 감리를 맡았다.

LH 처장·부장급을 영입한 B건축사사무소는 고양창릉·파주운정 등 신도시 아파트 단지 설계용역 6건을 275억원에 수주했다.

인천 검단 안단테 아파트를 설계한 C사는 3년간 수의계약으로 설계용역 6건, 269억원 규모를 따냈다. 검단 아파트 설계 역시 50억원 규모 수의계약이었다. C사는 LH뿐만 아니라 서울시·서울주택도시공사(SH)·조달청·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출신의 전관을 채용했다. 공사 수주를 위해 관련기관 출신 인사들을 대거 채용한 것이다.

무량판 기둥 154개 전체에 전단보강 철근을 빠뜨린 양주회천 아파트를 설계한 D종합건축사사무소는 설계용역을 수의계약으로 7건, 217억원 어치를 수주했다. LH 처장 출신 등을 영입한 이 회사는 양주회천을 포함해 철근 누락 2개 단지의 설계를 맡았다.

전관 업체와의 수의계약 문제는 앞서 감사원도 지난해 6월 지적한 바 있다.

감사원은 LH가 2016년 1월부터 2021년 3월까지 5년 3개월간 맺은 1만 4961건의 계약 중 3227건(21.6%)이 전관 업체와 맺은 것이라고 밝혔다. 또 LH가 전관 업체와 맺은 계약 34.1%는 수의계약으로, 특혜 가능성이 크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었다.

이한준 LH 사장은 지난 11일 “공공주택 설계·시공·감리에서 LH가 가진 권한을 과감하게 민간이나 다른 기관에 넘기겠다”고 말했다.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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