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하와이의 눈물

김건수 논설위원 kswoo33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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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광기는 아름다운 자연을 한순간에 잿더미로 만든다. 1941년 12월 7일 일본의 진주만 공습을 받은 하와이가 그랬다. 진주만은 태평양 하와이 제도 오아후섬 남쪽 해안에 있는 항만이다. 당시 공습으로 미국 군함 애리조나호가 침몰했고 1102명의 선원이 목숨을 잃었다. 하와이는 그때 크게 파괴됐다. 미국이 태평양전쟁에 참전하는 결정적 계기가 된 사건이다.

태평양전쟁 말기 시간이 흐를수록 열세에 몰린 일본은 스스로도 어쩌지 못할 광기에 휩싸인다. 인간어뢰 ‘가이텐(回天)’이 대표적이다. 적함을 발견하면 바닷속에서 사람이 직접 조종해 돌격하는 길쭉한 철제 통 모양의 자폭 병기였다. 탈출 장치가 없으므로 출격은 곧 죽음을 의미했다. 하늘에는 ‘가미카제’, 바다에는 ‘가이텐’이었다. 가이텐이 주로 출격한 곳이 남태평양과 서태평양이었다. 현존하는 가이텐 실물은 두 개가 있다. 일본 도쿄 야스쿠니신사에 하나, 하와이 진주만 국립공원 내 잠수함 박물관에 하나. 일본이 일으킨 무모한 전쟁이 아시아 태평양의 많은 나라와 국민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로 남아 있음을 상징하는 증거다.

하와이는 역사적으로 폴리네시아 혈통의 원주민이 살았던 땅이다. 1898년 미국의 식민지가 된 데 이어 1959년 미국의 50번째 주로 편입됐다. 하와이는 우리나라와도 남다른 인연이 있다. 19세기 하와이에서는 사탕수수 위주의 플랜테이션이 성행했다. 노동력을 팔려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발길 속에 한국인도 있었다. 102명의 한국인이 호놀룰루에 첫발을 내디딘 1903년 1월 13일은 한국 이민사의 시발점으로 기록된다. 이후 이민의 역사는 일제강점기로 이어졌다. 머나먼 타국 땅에서 한인들은 악전고투했다. 독립운동을 위해 협회를 만들고 피땀 흘려 번 돈을 독립운동 자금에 보탰다. 1941년 모든 한인 단체가 연합해 재미한족연합위원회를 결성한 곳도 하와이였다.

지금 하와이는 마우이섬을 덮친 화마로 신음 중이다. 8·15 광복절 즈음 떠올리게 되는 감격의 공간도 아니요,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는 이미지와도 전혀 어울리지 않는, 비현실적 풍경이다. 하와이가 잿더미로 변한 데에는 기후변화와 함께 미국 정부의 부실 대응이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름다운 자연이 인간의 욕심에 의해 파괴되는 아픔을 이미 겪은 바 있는 하와이다. 그 고통이 또 다른 방식으로 되풀이되는 건 아닌지 안타깝기만 하다.

김건수 논설위원 kswoo333@busan.com


김건수 논설위원 kswoo33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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