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무차별 공습에 23일 된 갓난아이·12세 소년도 숨져
하루에만 헤르손주 17차례 포격
민간 시설·마을·도시 반복 공격
전쟁 중 어린이 최소 500명 숨져
젤렌스키 “범죄에 반드시 복수”
끝이 보이지 않는 전쟁이 이어지는 우크라이나에서 생후 23일 된 유아와 12세 난 어린이가 러시아군의 포탄 공격으로 부모와 함께 목숨을 잃는 사건이 발생했다. 전쟁 이후 현재까지 우크라이나에서는 최소 500명의 어린이가 목숨을 잃은 것으로 알려진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보복을 공언했다.
13일(현지 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와 독일 dpa 통신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주 군정 당국은 이날 러시아군의 포격으로 최소 7명의 주민이 숨지고 13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생후 23일 된 여아가 부모와 함께 현장에서 목숨을 잃었다. 또 숨진 여아의 오빠인 12세 소년은 중상을 입고 의료시설로 옮겨졌으나 치료 중 숨졌다.
헤르손 군정 책임자인 올렉산드르 프로쿠딘은 또다시 비극이 벌어졌다면서 14일을 희생자를 위한 애도의 날로 지정했다.
NYT는 “이 지역은 지난해 11월 러시아군이 헤르손주 주도 헤르손에서 드니프로강을 넘어 철수한 뒤 끊임없이 포격을 당했다”고 짚었다. 강 건너에 새 방어선을 구축한 러시아군이 한때 자국 영토로 선언했던 헤르손주 일대를 겨냥해 무차별 포격을 가해왔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남동부 항구도시 마리우폴 인근에선 러시아군 병사 간 벌어진 총격전에 휘말려 미성년자를 비롯한 우크라이나 민간인 다수가 사상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현재 러시아군에 점령되지 않은 다른 지역에서 활동 중인 페트로 안드류센코 마리우폴 시장 보좌관은 이날 텔레그램을 통해 마리우폴 인근 마을에서 체첸군 병사와 현지 사령관 휘하 병력이 말다툼 끝에 총격전을 벌였고 이로 인해 10대 소녀 두 명이 숨졌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검찰은 지난해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현재까지 최소 500명의 어린이가 목숨을 잃었다고 이날 밝혔다. 또 부상을 입은 어린이의 수는 1100여 명으로 집계됐으나 교전 지역과 점령지를 대상으로 조사가 이뤄진다면 미성년자 사상자 수는 더욱 늘어날 수 있다고 전했다.
dpa 통신은 “러시아는 이웃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17개월에 걸쳐 총력전을 벌여왔으며 이 기간 러시아군은 반복적으로 민간 시설과 도시, 마을을 폭격해 왔다”면서 “유엔은 공식적으로 9000명 이상의 민간인이 이번 분쟁에서 숨진 것으로 집계했지만 실제 규모는 훨씬 클 수 있다”고 적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군이 이날 헤르손 지역에만17차례나 포격을 가했다면서 보복을 공언했다. 그는 이날 텔레그램으로 공유한 영상 연설에서 “모든 점령군이 파괴되고 모든 러시아군 장비가 불탔으며 그들의 본부와 창고에는 화재가 났다. 케르치 대교(크림대교)에선 연기가 솟고 있다. 이 모든 건 러시아의 어떤 범죄도 대응 않고 넘어가는 일이 없을 것이란 점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김형 기자 mo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