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에도 콜록콜록’ 여름보다 더 뜨거운 독감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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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수, 동 기간 사상 최대
31주 차, 2016년 3배 달해
소아·청소년 비율 가장 높아
코로나 신규확진 점차 둔화
4급 전환, 1주 더 검토될 듯

한여름에도 인플루엔자(독감) 유행이 지속돼 주의가 요구된다. 지난달 25일 서울 시내 한 병원에 인플루엔자 국가예방접종 지정의료기관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한여름에도 인플루엔자(독감) 유행이 지속돼 주의가 요구된다. 지난달 25일 서울 시내 한 병원에 인플루엔자 국가예방접종 지정의료기관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이례적으로 한여름에도 인플루엔자(독감) 등 호흡기 감염병 유행이 꺾이지 않고 있다. 고열 등 독감 의심 증상을 보여 병원을 찾은 환자의 수는 통계치 작성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14일 질병관리청의 감염병 표본감시 주간소식지에 따르면 올해 31주 차(7월 30일~8월 5일) 인플루엔자 의사환자분율은 14.1명이다. 이는 외래환자 1000명당 의사환자(38도 이상의 갑작스러운 발열과 더불어 기침 또는 인후통을 보이는 자)의 수가 14.1명에 달한다는 말이다. 2주 전 29주 차(7월 16일~22일)에 17.3명을 기록한 데 비해서는 완만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으나, 여전히 유행 기준을 훨씬 넘어선 수치다.

이는 질병청이 인플루엔자 의사환자분율 집계를 시작한 2000년 이후 동기간 최고치다. 이전까지 31주 차에 가장 많은 의사환자 수가 발생한 연도는 2016년으로, 의사환자분율은 4.7명이었다. 올해 같은 기간 의사환자분율이 이전 최고치에 비해 3배 더 많은 것이다.

인플루엔자는 늦봄인 5월까지 유행하다 여름이 가까워질수록 환자 수가 줄어드는 양상을 보인다. 하지만 올해는 늦봄이 지나고 한여름이 찾아와도 환자 수가 크게 줄지 않는 등 이례적인 추세를 보이고 있다. 심지어 지난 7월에는 인플루엔자 의사환자 발생이 6월보다 늘어나 17명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2022~2023 절기의 유행 기준은 4.9명인데, 올해는 의사환자분율이 유행 기준 아래로 떨어진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유행세가 계속 지속되는 것이다.

의사환자의 연령대로 살펴보면 소아·청소년이 가장 많다. 31주 차 의사환자분율을 연령대로 살펴보면 7~12세가 26.7명으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으로는 13~18세가 26.0명을 기록했다.

인플루엔자뿐 아니라 아데노바이러스로 인한 급성호흡기감염증 입원환자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질병청의 표본감시 참여기관에 입원한 아데노바이러스 감염 환자는 26주(6월 25일∼7월 1일)에 216명에서 급격히 증가해 30주에는 515명, 31주에는 611명을 기록했다.

이례적인 여름 독감은 실내 마스크 의무 착용 해제와 관련된 것으로 분석된다. 독감은 보통 겨울에 유행하면서 집단 면역을 형성하는데, 지난 겨울은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유지되면서, 과거에 비해 크게 유행하지는 않았다. 이에 따라 독감 집단면역이 형성되지 않았는데, 올봄부터 마스크 착용 의무가 대부분 장소에서 해제되면서 이례적으로 늦봄과 여름까지 유행이 이어졌다는 것이다. 동아대병원 가정의학과 한성호 교수는 “마스크를 쓰지 않는 것이 일상이 되면서 집단 면역이 형성되지 않은 인플루엔자, 호흡기 감염병 유행이 계속되고, 코로나19의 재유행도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코로나19의 중증화율이 많이 낮아졌지만, 면역 저하자나 고령층 등 고위험군에게는 독감과 코로나19 모두 위험할 수 있다. 사람이 많이 모인 곳에서는 개인 방역을 철저히 지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한편, 질병청은 앞서 이달 중 코로나19 감염병 등급을 2급에서 4급으로 전환을 발표할 계획이었으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6주 연속 증가세를 보이면서 이를 잠정 연기했다. 다만, 재유행 증가폭이 점차 둔화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한 주 더 검토할 계획이라고 이날 밝혔다. 질병청 관계자는 “한 주간 더 유행상황을 면밀히 검토하고 이후 전문가 자문회의를 거쳐 방역조치 전환에 대해 발표할 예정”이라며 “현재 방역 상황과 향후 일반 의료체계 전환에 대해 의료계와 전문가 의견을 다각적으로 청취 중”이라고 전했다.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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