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한’ 관광안내센터, 여행객 1만 명 중 고작 2명만 이용
영도·수영구 등 사실상 ‘개점휴업’
지도·책자 비치 기초 정보만 제공
비석마을센터, 외국어 안내도 없어
광주 동구는 MZ 맞춤형 특화 인기
지자체, 콘텐츠 차별화 서둘러야
코로나19 팬데믹 종식 이후 부산을 찾는 관광객이 확연하게 늘었지만 지역 관광의 거점 역할을 담당하는 각 관광안내센터는 찾는 이가 없어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관리 주체인 지자체가 형식적으로 운영하는 것을 넘어 차별화된 콘텐츠를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오전 10시 부산 영도구 봉래동. 바다에 접한 영도관광안내센터 1층에 들어가니 방문객은 한 명도 없다. 원래대로라면 여행객을 맞아야 할 관광 정보 영상에서는 기계가 꺼져 흑백 화면만 흘러나온다. 영도관광안내센터의 핵심 콘텐츠인 영도대교가 움직이는 4D 미니어처는 고장이라도 났는지 작동조차 하지 않아 활기가 떨어진 센터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듯했다.
한국관광데이터랩이 집계한 결과, 지난 6월 한 달 동안 영도구를 방문한 관광객은 총 160만 9230명이었다. 같은 기간 영도관광안내센터를 찾은 관광객은 겨우 338명(0.02%)으로 나타났다. 관광객 1만 명이 영도구를 방문할 때 고작 2명 정도가 영도관광안내센터를 이용한 것이다. ‘영도 여행을 시작하는 여행객이라면 반드시 거쳐야 할 랜드마크’라는 영도구청 홈페이지에 적힌 영도관광안내센터 소개 문구가 민망할 정도의 성적표다.
다른 관광지도 사정은 비슷하다. 부평깡통시장, BIFF 광장 등 유명 관광지가 많은 중구를 찾은 관광객은 6월 329만 3730명이었는데, BIFF 광장 인근 부산종합관광안내소에는 같은 기간 3460명(0.1%)만 방문했다. 피서철로 인파가 집중되는 광안리 관광안내소에도 6월 2933명이 방문했다. 이는 수영구를 찾은 316만 7448명 중 극히 일부(0.09%) 수준이다.
관광안내센터 이용이 저조한 주요 이유로 콘텐츠 부재가 지목된다. 관광안내센터 대부분은 지도, 책자 등 기초적인 관광 정보를 제공하는 데 그친다. 이러한 정보는 개인 휴대전화로 검색할 수 있어 구태여 시간을 들여 관광안내센터를 방문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외국 관광객을 위한 외국어 안내가 없는 것도 이유 중 하나다. 서구 아미동 비석문화마을 안내센터에는 외국어 표기 안내 지도가 없다. 비석마을은 일본인 공동묘지를 토대로 조성된 마을이라는 점에서 일본과 연관성이 크지만 기본적인 일본어 안내조차 전무하다.
서구청 관계자는 “이달 일본 여행객으로부터 비석마을 관광지도에 일본어 설명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민원이 제기됐다”며 “현재 외국어 표기 안내지도 제작을 적극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차별화된 콘텐츠로 오히려 관광 명소가 된 관광안내센터도 있다. 광주 동구의 ‘여행자의 ZIP(집)’ 관광안내센터의 경우 지난해 7월 개관한 지 1년 만에 누적 방문객 4만 명을 넘겼다. MZ세대를 중심으로 유행하는 MBTI를 동구 유명 관광명소 8곳에 접목해 맞춤형 여행 프로그램을 개발한 것이 호응을 얻은 배경으로 분석된다.
‘여행자의 집’ 강귀문 팀장은 “광주 동구 관광명소를 배경으로 한 야외 방 탈출 게임을 제작하는 등 관광객이 체험하고 즐길 수 있는 관광안내센터가 되도록 노력했다”며 “아무래도 관광지라는 콘텐츠는 한정적일 수밖에 없지만 관광안내센터가 나서 관광 주제를 새롭게 개발해 관광객을 유도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여행자의 집’ 사례처럼 정보 전달만으로 충분하다는 기존의 관광안내센터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영산대 관광컨벤션학과 오창호 교수는 “관광안내센터는 정보 제공뿐만 아니라 포토존, 쉼터 등 최대한 여러 기능을 갖춰야 한다”며 “관광안내센터가 방문객이 모이는 지역 유명 관광지를 직접 찾아가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