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전 대통령도 가세… 여야, 잼버리 책임 공방 ‘전면전’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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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에 “부끄러움은 국민 몫”
대통령실 ‘적반하장·후안무치’ 평가
국힘 “전북 졸속 매립에 준비 부족”
민주 “전현 정부 국정조사 하자”
16일 임시국회, 충돌 장기화 전망

김관영 전북도지사가 14일 전북도청 브리핑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파행 사태에 대해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관영 전북도지사가 14일 전북도청 브리핑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파행 사태에 대해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파행으로 얼룩진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가 끝나면서 여야가 전면적인 책임 공방에 돌입했다. 여권의 ‘전 정부 책임론’에 반발한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난 13일 “부끄러움은 국민 몫”이라며 논쟁에 가세하자, 대통령실이 “후안무치”라고 받아치는 등 전현직 권력이 직접 충돌했고, 여기에 정부와 잼버리 주관 지자체인 전북도의 갈등도 노출되고 있다. 16일 시작되는 임시국회와 감사원 감사 등 잼버리 파행 후속 조치 등을 둘러싸고 여야 충돌이 길어질 전망이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1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새만금 잼버리 대회로 우리는 많은 것을 잃었다. 국격을 잃었고, 긍지를 잃었다”면서 “부끄러움은 국민의 몫이 됐다”고 언급했다. 이어 “사람의 준비가 부족하니 하늘도 돕지 않았다”며 “낙후된 지역경제를 성장시킬 절호의 기회라고 여겨 대회 유치에 총력을 기울였던 전북도민은 불명예만 안게 되었다”고 밝혔다.

여권이 문재인 정부 당시 스카우트 잼버리 대회를 유치했다는 점을 고리로 ‘전 정권 책임론’과 전북도의 부실 운영 문제를 집중 제기하자 문 전 대통령이 현 정부의 준비 부실을 지적하며 반박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자 대통령실 관계자는 14일 오후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의 메시지를 비판한 한 신문 사설을 거론하면서 “(해당 사설에서 문 전 대통령에 대해)‘적반하장이고 후안무치’라고 썼다”며 “그런 평가를 유의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여야도 이날 관련 발언과 논평을 쏟아내며 격돌했다. 국민의힘은 잼버리 행사 부지 선정 과정 부적절성, 관련 예산 사용의 문제점 등을 부각하며 전 정부·전북도 책임론을 집중 제기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전봉민 의원실이 이날 공개한 새만금개발청 자료에 따르면 새만금이 대회 개최지로 선정된 2017년 8월까지 전체 용지조성 계획 중 35%인 103.2㎢가 조성 또는 매립 중이었지만, 해당 부지 대신 선정된 잼버리 야영지 부지 매립은 2020년 1월 시작돼 작년 12월에 준공됐다.

전 의원은 “새만금 일대에 이미 매립이 완료된 땅이 얼마든지 있었지만 지자체가 지지부진한 간척지를 조성하기 위해 새 부지를 잼버리 장소로 결정하고, 졸속으로 매립 공사를 추진하는 바람에 기반 시설 설치 등 잼버리 준비 기간은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정경희 의원도 전날 “잼버리 조직위·전라북도·부안군·농어촌공사·새만금개발청 등에서 잼버리 관련, 수의계약으로 계약한 건수가 전체 계약 272건 중 188건으로, 69.1%나 된다. 금액도 무려 117억 3455만 원에 달한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여권이 ‘남 탓’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전현 정부를 포괄한 국회 국정조사를 하자고 거듭 요구했다. 박광온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세계 청소년이 보는 앞에서 남 탓만 하는 모습이 잼버리 사태보다 더 부끄럽다”며 “최소한 이 정부 들어 있었던 준비 부족에 대해서는 인정하기를 바란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여당의 대대적 감사 예고에 대해서도 “감사원을 동원해 본질을 흐리려는 시도를 포기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책위 수석부의장인 김성주(전북 전주병) 의원도 전날 기자회견에서 “잼버리 대회 전체 경비 1170억 원 중 전 정부 시기인 2021년에는 156억 원, 윤 대통령이 취임한 지난해에는 398억 원, 올해는 617억 원이 투입됐다”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와 한덕수 국무총리의 사퇴, 그리고 국회 국정조사를 요구한다”고 맞섰다.

새만금 잼버리 집행위원장을 맡은 김관영 전북도지사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개최지 도지사로서 책임을 통감하지 않을 수 없고, 마음의 상처를 입은 국민에게 깊이 사과드린다”면서도 “허위사실로 전북도민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행위에 대해 더는 묵과하지 않겠다”고 반발했다. 그러자 국민의힘은 “도민의 명예를 정말 중시한다면, 사퇴로 책임지라”고 쏘아붙였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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