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부산롯데타워

강윤경 논설위원 kyk9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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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은 대한민국 최고의 마천루 도시다. 광안대교를 배경으로 엘시티, 마린시티, 센텀시티를 잇는 스카이라인은 이제 부산의 상징처럼 됐다. 국내 최고층 건물은 서울 잠실의 롯데월드타워다. 지상 123층, 높이 554.5m로 세계에서도 5번째다. 그런데 국내 초고층빌딩 10곳 중 3곳이 서울, 1곳이 인천에 있지만 6곳은 부산에 있다. 해운대 엘시티 타워(411m·101층)를 포함한 3개 동이 2~4위, 해운대 마린시티 두산위브더제니스와 아이파크가 7, 8위고 문현금융단지의 BIFC가 9위다. 모든 것이 수도권에 몰려 있지만 높이만은 부산이 압도하는 셈이다.

마천루는 ‘하늘(天)을 문지르는(摩) 집(樓)’으로 건물이 매우 높아 하늘에 닿을 듯하다는 의미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인 두바이 부르즈 할리파(828m·163층)처럼 하늘을 찌를 듯한 기세로 우뚝 선 건물이 마천루다. 하늘에 닿고자 했던 인간의 욕망은 바벨탑을 쌓았고 지금도 끝 간 데 없이 이어진다.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 건설 중인 제다 타워(168층)는 완공되면 세계 최초로 1㎞를 돌파하는 건물이 된다. 세계 최고층 건물은 그 자체로 도시의 랜드마크다. 그러나 초고층빌딩이 들어선 후 도시가 침체에 빠진다는 ‘마천루의 저주’도 있다.

부산에서는 2010년 마천루를 향한 욕망이 극에 달했다. 100층 건물 3곳을 짓고 랜드마크 삼아 경제와 관광 부흥을 이끈다는 계획이었다. 해운대관광리조트를 재개발해 101층 건물을 올리는 엘시티, 센텀시티에 추진된 108층 솔로몬타워, 그리고 옛 부산시청 터의 107층 부산롯데타운이 그 주인공이었다. 그중 현실에서 꿈을 이룬 곳은 엘시티다. 물론 랜드마크는 그저 높은 건물이 아니라 지역 특성을 효과적으로 반영한 상징적 이미지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공법과 투자의 한계를 극복하고 이룬 성취에도 불구하고 엘시티를 부산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부르기 힘든 이유다.

부산롯데타워가 건축허가 23년 만에 17일 첫 삽을 뜬다. 342.5m, 67층 규모로 뱃머리에 이는 파도 모양을 디자인에 입혔다고 한다. 그동안 특혜 논란, 경관 심의 불합격, 백화점 영업 중단 등 숱한 곡절을 겪었다. 그 세월 아파트를 포함한 107층 타운은 전망대와 아트 갤러리 등이 중심이 된 타워로 바뀌었다. 이곳이 주목받는 것은 부산을 대표하는 상징적 공간이라는 특성 때문이다. 원도심 부활, 나아가 부산 부흥을 이끌 진정한 랜드마크로 우뚝 설 수 있도록 롯데의 분발을 촉구한다.

강윤경 논설위원 kyk93@


강윤경 논설위원 kyk9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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