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 체험에 버스킹 관람까지…부산·여수의 특별한 시티투어버스
무더위 식혀 줄 부산 ‘썸머 호러 나이트 투어’
어두컴컴 버스 안 처녀 귀신·몽달귀 등 출몰
광안리해수욕장에선 귀신과 기념 사진 찍기
이벤트 융합된 여수 ‘시간을 달리는 버스커’
뮤지컬·버스킹 감상하며 추억 쌓을 수 있어
퀴즈 풀기·사연 소개 등 참여형 프로그램도
어떤 도시를 여행할 때 그 도시의 매력을 짧은 시간에 보고 느낄 수 있는 수단은 단연 시티투어버스다. 시티투어버스는 도시 여행의 시간과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고 다양한 코스와 테마로 뭇 여행객들을 끌어들인다. 2~3시간 안에 도시의 대표 명소를 비롯해 숨은 매력까지 담아낸다는 점에서 시티투어버스는 도시의 얼굴이라고 할 만하다. 시티투어버스의 변신은 무죄다. 영국 런던과 프랑스 파리에는 최고급 요리를 먹을 수 있는 시티투어버스가, 미국 뉴욕에는 배우나 가수 지망생들이 선보이는 공연을 즐길 수 있는 시티투어버스가 달린다. 국내 주요 관광 도시에서도 반가운 변신을 시도 중이다. 도심의 경치를 즐기는 것은 기본, 공포 체험과 공연 관람의 재미까지 더한 부산과 전남 여수시의 아주 특별한 시티투어버스를 타 봤다.
■귀신 출몰하는 부산 ‘썸머 호러 나이트 투어’
“허허허~ 다들 반갑습니다. 어서 타세요!” 지붕이 뻥 뚫린 2층 시티투어버스 앞에 염라대왕이 탑승객들을 반갑게 맞이한다. 버스가 부산역을 출발하고, 버스 안에는 괴기스러운 음악이 흘러나온다. 마이크를 잡은 염라대왕이 창밖으로 보이는 부산의 맛집과 명소를 소개한다. “부산에 오면 밀면은 꼭 먹어야 해… 저기 보이는 곳이 아미동인데, 일제강점기에 일본인들이 아주 많이 살았어. 공동묘지도 있었지. 일제가 패망한 뒤에 거기 살던 사람들이 자기 나라로 돌아갔는데, 그 뒤에 6·25전쟁으로 피란민들이 정착하면서 그 묘지 비석으로 집을 만들고 기둥도 만들고….” 버스가 부산대교를 지나 영도에 진입하자 영도 삼신할매 전설도 소개한다. “허허~ 영도에 사는 사람이 낮에 외지로 이사를 하면 사업 등이 망해 다시 돌아오게 된다지 아마~.”
명소를 지날 때마다 전문 문화관광해설사의 해설도 빠지지 않는다. “피란민들이 몰려든 영도에는 학교가 특히 많았습니다. 가수 강다니엘이 여기 신선중학교를 나왔어요. 저기 부산보건고는 개그우먼 신봉선이 나온 학굡니다… 흰여울마을은 MZ세대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많아요. 이곳 앞바다는 크로아티아의 아름다운 에메랄드빛 바다와 꼭 닮았습니다.”
영도 하늘전망대에서는 잠시 내려 야경을 즐기는 시간을 갖는다. 바다 쪽으로 뻗어 나간 전망대에 서서 바다를 바라보고 있으면, 갑자기 처녀 귀신 분장을 한 드론이 하늘로 날아오른다. 깜찍한 처녀 귀신의 등장에 곳곳에서 까르르 웃음이 터진다. 모두가 기념 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다.
‘썸머 호러 나이트 투어’의 하이라이트는 귀신 출몰 시간이다. 버스가 어두컴컴한 태종대 입구에서 멈추고 조명이 꺼진다. 으스스한 음악과 함께 귀신들이 나타난다. 소복을 입은 처녀 귀신, 상투를 튼 몽달귀신이 버스 안을 이리저리 두리번거리고, 호랑이를 닮은 장산범은 흰 머리를 길게 늘어뜨리고 어슬렁댄다.
광안리해수욕장에서는 귀신들과 기념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 함께 사진을 찍고 싶은 귀신에게 요청을 하면 광안리해수욕장을 배경으로 잊지 못할 추억을 남길 수 있다.
귀신 출몰 못지않게 스릴 넘치는 시간도 기다리고 있다. 버스가 부산항대교에 오를 때 360도 회전하는 나선형 진입로(램프)를 지나가는데, 차도 폭이 차량 한 대만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좁고, 가드레일도 웬만한 차량 높이보다 낮다. 높은 2층짜리 시티투어버스를 타고 회전 구간을 지나면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처럼 아찔하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경우 탑승을 자제하도록 하고 있을 정도다. 스릴 만점에 탑승객들의 탄성이 이어진다.
부산의 대표적인 관광 콘텐츠인 야경을 즐기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수많은 컨테이너가 쌓여 있는 아름다운 항만 뷰와 마린시티의 마천루가 빚어내는 도시 야경, 바다 위 여객선과 요트들이 뿜어내는 불빛에 탑승객들의 시선이 한참 머문다.
무더위를 식혀 줄 공포 체험 시티투어버스인 ‘썸머 호러 나이트 투어’는 지난 4일 시작됐다. 부산역을 출발해 부산대교~남항대교~송도해수욕장~남항대교~영도 흰여울마을~영도 하늘전망대~태종대~부산항대교~광안리해수욕장~광안대교를 거쳐 다시 부산역으로 돌아오는 코스(2시간 30분 소요)다. 다음 달 8일까지 매주 금요일(총 6회·오후 7시 출발) 운행된다.
■흥겨운 버스킹 함께하는 여수 ‘시간을 달리는 버스커’
‘여수 밤바다/이 조명에 담긴/아름다운 얘기가 있어/네게 들려주고파~.’ 버스커 버스커의 노래 ‘여수 밤바다’는 여수의 아름다운 야경을 표현한 곡이다. 10년이 지난 곡이지만 지금도 널리 불리며 전남 여수를 전국적인 관광 도시로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여수의 시티투어버스는 ‘낭만버스’라 부른다. ‘시간을 달리는 버스커’는 ‘낭만버스’ 여러 코스 중 노래 ‘여수 밤바다’와 가장 잘 어울리는 테마 시티투어버스다. 창밖으로 아름다운 여수 밤바다를 바라보며, 뮤지컬과 버스킹을 감상할 수 있다.
버스는 이순신 광장에서 출발한다. 승객은 2층 버스의 2층에 탑승한다. 뮤지컬과 버스킹 공연을 감안해 뚜껑이 있는 버스다. “여기에서 보시는 공연은 평가하는 것이 아닙니다. 단지 함께 즐기면 됩니다!” 마법사 복장을 한 문화관광해설사는 공연 진행도 맡는다.
버스 출발과 함께 정면과 측면에 설치된 화면에서 샌드아트를 볼 수 있다. 샌드아트는 곧 시작될 뮤지컬의 줄거리를 담았다. 샌드아트가 끝나면 남자 배우와 여자 배우가 등장, 뮤지컬이 시작된다. 고려시대부터 조선 전기, 조선 후기를 거쳐 현재에 이르기까지 여수의 역사를 기초로 시간을 초월해 이어지는 남녀의 우연 같은 운명을 담은 사랑 이야기가 펼쳐진다. 배우들은 사이사이에 사투리를 섞어 가며 여수의 먹거리와 볼거리를 감칠맛 나게 소개한다.
소호동동다리에 도착하면 버스에서 내려 산책을 한다. 야경 명소 소호동동다리는 742m 길이의 나무 덱 해안 산책로다. 밤이 되면 알록달록 예쁜 경관 조명을 밝힌다. 커다란 하트 모양의 조형물 아래 통기타가 설치된 포토존은 사진 명소다. 통기타 포토존 앞에는 실제 버스킹이 펼쳐지고 있어 귀가 즐겁다.
버스로 돌아오면, 좌석마다 낭만버스 엽서가 놓여 있다. 소중한 이에게 마음을 전할 수 있는 엽서다. 다들 몇 년 만에 써 보는 엽서인지 낯설고 어색해하면서도 한참을 고민하다가 글씨를 써 내려간다. 이렇게 쓴 엽서는 버스에서 내릴 때 1층에 있는 우체통에 넣으면 된다. 일상으로 돌아가 엽서를 잊고 지내다 소중한 누군가 이 엽서를 받고 감동을 받는 모습을 떠올리면 입가에 미소가 절로 생긴다.
엽서를 다 적어 내려갈 즈음 버스킹이 시작된다. 버스킹은 3부로 진행된다. 4인조 밴드가 다양한 연령층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노래로 낭만과 흥을 돋운다. 떼창은 ‘시간을 달리는 버스커’ 버스 안에선 흔한 풍경이다. 앙코르 공연도 이어진다. 돌산대교 야경을 볼 수 있는 구간에서는 버스 안에 조명이 꺼지고, ‘여수 밤바다’ 노래가 흘러 나와 감성에 젖는다.
명소를 지날 때마다 여수를 이해할 수 있는 문화관광해설이 곁들여진다. 여수의 역사와 문화, 명소 등을 주제로 퀴즈를 풀어 보는 ‘여수 퀴즈 팡팡’과 낭만버스에 미리 보낸 탑승객의 사연을 뽑아 케이크와 꽃다발을 증정하는 참여형 이벤트 ‘사랑의 세레나데’도 진행된다.
버스가 종착점에 다다른다. “바로 옆에 앉아 있는 소중한 이들에게 지금 이 순간 꼭 하고 싶은 말을 해 주세요~.” 문화관광해설사의 말이 끝나자마자 버스 안에선 달콤한 외침들이 울려퍼진다. “사랑해” “너무 멋져” “고마워” “네가 제일이야”…. 올해 5월 12일부터 시작된 ‘시간을 달리는 버스커’는 오는 12월 2일까지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운행(오후 7시 30분 출발·2시간 소요)한다. 글·사진=이대성 기자 nmaker@busan.com
이대성 기자 nmaker@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