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의 친구들] 유기동물 무료 중성화 수술 앞장
부산시수의사회
동물권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직업이 바로 수의사다. 동물의 질병 예방과 치료, 외상 수술, TNR(중성화 후 방생) 사업 등 동물복지 전반에 걸쳐 중요한 역할을 도맡는다.
올해로 창립 60주년을 맞은 부산광역시수의사회(회장 이영락)도 동물복지 발전을 위해 달려왔다. 부산시수의사회를 이끄는 이영락 회장은 중학생 때부터 ‘아픈 동물을 치료하는 사람’이 되겠다는 꿈을 품은 ‘동물애호가’다. 그는 수의사로 살아온 33년을 돌아보며 “아픈 동물이 치료를 받아 잘 살아갈 때의 기쁨과 만족감이 크다”면서 “제일 가치 있는 삶이라 생각한다”고 힘줘 말했다.
부산진구에서 부산종합동물병원을 운영하는 이 회장은 2020년 제24대 부산시수의사회장에 당선된 데 이어 올해 제25대 회장으로 연임하는 데 성공했다. 현재 부산시수의사회에 회원으로 등록된 수의사는 450명, 동물병원은 280곳에 달한다.
부산시수의사회는 1년에 두 차례씩 사설 보호소나 유기동물이 많은 지역을 찾아가 예방접종과 중성화사업 등을 무료로 해 주는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매번 20여 명의 수의사들이 참여하고, 사료도 후원한다. 동물단체나 사설 보호소로부터 별도의 요청을 받아 봉사활동에 나설 때도 있다. 또 파트너를 맺은 동물보호단체나 국경없는 수의사회, 민간 보호소 등이 필요로 할 때 협조해 TNR이나 진료를 한다. 부산시수의사회는 동물권 보호에도 적극적이다.
한번은 통영에서 어느 노부부가 기른 강아지 한 쌍이 번식을 거듭해 80마리로 불어나는 일이 있었다. 이에 통영시에서 강제로 수거해 여러 사설 보호소에 수용했는데, 동물학대방지연합 김애라 대표의 부탁을 받고 80마리나 되는 개들의 중성화 수술을 무료로 해 줬다. 이 회장은 동물단체뿐 아니라 구청이나 사설 보호소 등 여러 곳의 요청으로 이러한 무료 중성화 수술을 해 왔다고 밝혔다. 부산 서동의 한 주택가에서 번식했던 개 60마리는 피부 전염병에도 감염돼 중성화 수술과 치료를 병행했다. 치료 과정에서 몇 마리는 폐사하기도 했다고 하니, 이런 과정이 없었다면 자칫 더 많은 개가 목숨을 잃었을 수도 있었다.
이 회장은 부산 동물복지의 현주소도 진단했다. 부산시를 비롯한 지자체에 동물복지 담당 인력과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이 회장은 “인력에 비해 민원은 터무니없이 많으니, 결국 담당자가 버티지 못하고 자리를 떠나 업무의 연속성이 보장되지 않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며 “동물에 대한 전문성과 애정이 있는 반려동물 관련 학과 전공자들을 먼저 채용하는 등 구조적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또 애견숍이나 번식장에서 불법적으로 자행되는 ‘자가진료’를 철폐하기 위해 시에서 단속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회장은 “용법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엉터리 약과 주사를 사용하니 개들이 큰 부작용을 겪는다”며 “자가진료는 제일 큰 동물 학대”라고 비판했다. 이 회장은 앞으로도 부산시수의사회를 중심으로 동물권 보호를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하겠다고 말했다.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