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에 걸린 나뭇가지가 부르르 떠는 이유는?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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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현대미술관 새 연례전
‘부산모카 플랫폼:재료 모으기’
창작·기술자 협업 3개 팀 참여
생태·환경 위한 아이디어 선봬

부산모카 플랫폼:재료 모으기 전시 중 ‘죽은 나무에 접속하기’. 오금아 기자 부산모카 플랫폼:재료 모으기 전시 중 ‘죽은 나무에 접속하기’. 오금아 기자

죽은 나무에서 생명이 자랄까. 온도와 습도를 소리로 듣는다면 어떨까.

미술관이 생태·환경을 위한 아이디어 모으기에 나섰다. 부산현대미술관은 ‘2023 부산모카 플랫폼:재료 모으기’를 지난 5일부터 열고 있다. 전시는 문명사적 대전환기에 자연과 인류의 공생 방식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됐다. 을숙도에 위치한 부산현대미술관의 정체성과 방향성을 확고히 하기 위해 준비한 연례전이다. ‘부산모카 플랫폼’의 첫 번째 전시의 제목은 ‘재료 모으기’로, 부산현대미술관은 내년부터는 이 전시를 국제전으로 확대할 계획을 갖고 있다.

‘부산모카 플랫폼’에는 사전 공모로 선정된 3개 팀이 참여했다. ‘유조키움센터’는 오주영(미디어 작가)·김도연(전시 기획자)·김정은(키네틱 작가), ‘죽은 나무에 접속하기’는 유화수(시각예술 작가)·임재희(전자 테크니션)·이지양(그래픽 작가), ‘미래 모으기’는 조현민(연구원)·신교명(키네틱 작가)·이가현(전시 기획자)로 구성된다. 창작자, 연구자, 기술자가 팀을 이뤄 연구·개발한 작품 30여 점이 전시된다.

유조키움센터는 어린 새를 키우고 돌보는 가상 공간에 대한 기술적 시도를 담고 있다. 오금아 기자 유조키움센터는 어린 새를 키우고 돌보는 가상 공간에 대한 기술적 시도를 담고 있다. 오금아 기자

기상·기후 데이터 활용 작품 등 전시

증강현실 체험에 전문가 특강도 준비


‘유조키움센터’는 을숙도의 정체성을 살려 어린 새를 키우고 돌보는 가상 공간에 대한 기술적인 시도를 담은 프로젝트이다. 유조키움센터 가이드라인 영상과 투명 비닐·튜브 등으로 된 대형 인큐베이터 모형이 설치되어 있다. 모형 아래 투명 의자에 앉으면 새 소리, 바람 소리 등 낙동강 하구에서 채취한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전시장 입구에는 이 프로젝트의 시작점이 된 오주영 작가의 ‘황조롱이 드론’도 놓여 있다.

‘죽은 나무에 접속하기’는 도시개발로 잘려 나간 조경수들을 소재로 삼았다. 베어낼 나무에 빨간 리본으로 표식을 하는 것, 재배라는 이름으로 식물에 가해지는 폭력적인 상황이 작품으로 표현된다. 잘린 나무 둥치 아래에 양계장의 닭 등이 처한 현실을 담은 픽토그램도 눈길을 끈다. 죽은 나무에 스마트팜 시스템을 접목해 버섯이나 이끼를 키우는 것 등으로 생태적 공존과 공생을 위해 어떤 결정을 해야 하는지 질문하는 작업이다. 벽에 걸린 나뭇가지들이 관람객이 접근하면 사시나무 떨듯 진동하는 작품이 있다. 유화수 작가는 “나무의 입장에서 베어질 때의 공포를 기억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죽은 나무에 접속하기’는 개발 현장에서 잘려 나간 조경수를 소재로 사용한다. 오금아 기자 ‘죽은 나무에 접속하기’는 개발 현장에서 잘려 나간 조경수를 소재로 사용한다. 오금아 기자
‘미래 모으기’는 기상과 기후 데이터를 다양한 예술 작업으로 풀어냈다. 오금아 기자 ‘미래 모으기’는 기상과 기후 데이터를 다양한 예술 작업으로 풀어냈다. 오금아 기자

‘미래 모으기’는 작가들이 직접 수집한 기상·기후 데이터를 활용했다. 우선 온도·습도·풍속·강수량 등을 음계화하고 미디 작업을 통해 완성한 음악을 들을 수 있다. 차 소리, 풀숲 지나다니는 소리까지 더해 세 종류의 곡을 만들었고, 다음 달 27일 전시 현장에서 ‘기후의 소리 악보, 부산’을 직접 감상할 수 있는 사운드 퍼포먼스가 진행될 예정이다.

또 ‘미래 모으기’ 프로젝트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라는 하나의 데이터로 두 종류의 작품을 완성했다. ‘자연의 균형’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철 기둥의 균형점 위치를 대응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은 지역을 상징하는 기둥은 균형점의 위치 변화가 커서 위로 올라갈수록 위태롭다. ‘나비가 노래하는 곳’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을수록 더 많은 물이 샬레 위에 떨어진다. 그래서 샬레에 담긴 고흡수성 수지가 더 부풀어 오르는 즉 ‘생장이 더 풍성해지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부산모카 플랫폼:재료 모으기’ 전시장에는 각 프로젝트 연구·작업 과정에서 나온 자료와 전문가 인터뷰 영상 등을 보여주는 플랫폼 라운지가 있다. 이곳에서는 오는 25일 성공회대 김찬호 초빙교수, 26일 EBS 최평순 PD 등 다양한 연사들의 특별 초청 강연이 전시 기간 동안 진행된다.

부산모카 플랫폼 전시장에는 이번 전시 준비 과정에서 나온 다양한 아카이브와 전시 연계 강연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플랫폼 라운지가 마련되어 있다. 오금아 기자 부산모카 플랫폼 전시장에는 이번 전시 준비 과정에서 나온 다양한 아카이브와 전시 연계 강연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플랫폼 라운지가 마련되어 있다. 오금아 기자
부산현대미술관 로비에서는 증강현실 체험 전시 '실내정원'을 관람하고 기념 촬영도 할 수 있다. 오금아 기자 부산현대미술관 로비에서는 증강현실 체험 전시 '실내정원'을 관람하고 기념 촬영도 할 수 있다. 오금아 기자

또한 이번 전시와 관련해서 작가와 전시 기획자의 전시 설명회도 열린다. 지난 11일 조현민·이가현·신교명 작가 팀에 이어 9월 9일에는 오주영·김도연·김정은, 유화수·임재희·이지양 작가 팀이 직접 자신들의 작업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전시 기획자 설명회는 연말까지 총 다섯 차례 진행된다.

부산현대미술관은 관람객이 전시장 입구에서 한 호흡으로 그림을 그려보는 프로그램 ‘브리드 위드 미’와 증강현실 전시 ‘실내정원’, 메타뮤지엄 등 시민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전시를 즐길 수 있도록 준비했다. 특히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 구축된 메타뮤지엄에는 작업 과정에서 나온 데이터 등이 아카이빙된다. 전시를 기획한 하상민 학예사는 “작가들의 연구 자료, 작업물이 매년 축적되면 다음에 참여하는 작가들이 참고·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산모카 플랫폼’은 내년 1월 7일까지 이어진다. 전시 연계 특강 등 참여 프로그램 예약 안내는 부산현대미술관 누리집(https://www.busan.go.kr/moca/index)을 참고하면 된다.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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