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다 시게루 마이즈루모임 회장

지난 8일 우키시마호 희생자 추모 활동을 하는 일본 시민단체 마이즈루모임의 시나다 시게루 회장이 사진 속 우키시마호를 가리키고 있다. 마이즈루모임 제공

1945년 8월 24일. 해방의 기쁨도 잠시, 강제동원 한국인을 태운 귀국선 ‘우키시마호’가 일본 마이즈루항 앞바다에서 침몰했다. 4730t급 거함은 돌연 뱃머리를 돌려 그곳으로 향했고, 의문의 폭발과 함께 사라졌다.

그토록 그리던 고국 땅을 밟지 못한 채 수천 명의 한국인이 수장됐다. 일본이 발표한 한국인 공식 사망자는 524명. <부산일보>와 <서일본신문>은 우키시마호폭침진상규명회 및 옛 오미나토 해군시설부의 우키시마호 희생자 명단을 각각 단독 입수해 번역했다. 1950년 일본 외무성 기록문서인 ‘우키시마호 인양요청서’에 따르면 배 탑승 인원은 8000여 명이었다.

2023년 8월 8일. 78년이 흘렀지만 그들은 죽어서도 고향을 찾지 못한다. 배는 고철로 팔렸고, 대부분의 유해는 주변에 집단 매장되거나 바닷속에 잠겼다. 50년 전 각계의 노력 끝에 국내로 반환된 유골조차 뿔뿔이 흩어졌다.

<부산일보>는 자매지 <서일본신문>과 한일 지역언론사 최초의 공동기획으로 일본에 남은 유골을 되찾고 ‘잊힐 위기’에 놓인 우키시마호의 마지막 기록을 남긴다. 이미 봉환된 유골도 한데 모아 ‘그날’을 기억할 역사적 공간이 마련되길 바란다. 현 정부의 미래 지향적인 한일 관계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풀어야 할 실타래다. 목적지 부산항을 향한 우키시마호의 마지막 항해다.

“제 나이 여든한 살입니다. 죽어서 아버지를 뵈면 적어도 ‘유골은 고국의 금수강산에 모셔뒀습니다’라고 할 수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유족 한영용 씨)

우키시마호 희생자 유해 봉환을 위한 노력은 국내뿐 아니라 일본에서도 끊임없이 이뤄진다. 특히 1945년 8월 24일 배가 침몰한 교토 마이즈루의 주민과 시민단체는 ‘그날의 기억’을 잊지 않고 희생자 유족을 위한 활동을 이어간다.

구심점 역할을 하는 곳은 ‘우키시마마루 순난자를 추모하는 모임’(이하 마이즈루모임). 마이즈루모임의 시나다 시게루 회장은 지난 11일 <부산일보>의 자매지 <서일본신문>에 “(유해 봉환)움직임에 계속 주목하며, 앞으로도 필요한 사업이나 활동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유해를 하루빨리 한국으로 반환받는 것은 우키시마호 유족들의 소원입니다. 저희는 지난해 12월 19일 유해 조기 반환 요청서를 후생노동성 장관에게 제출했습니다. 양국 정부가 (유해 봉환을)협의하는 자리가 빨리 마련되길 바랍니다.”

유해 봉환은 양국의 관계 변화를 떠나 인도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 시나다 회장의 입장이다. 사건 당사자인 유족의 마음이 가장 존중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현지 주민이 기억하는 폭침 당시 상황도 전했다. 마이즈루 주민은 우키시마호 침몰 후 마을의 동력선이나 작은 배를 이용해 구조 활동을 벌였다. 당시 일본 해군 승무원도 총 250명 중 25명이 숨졌다.

“폭침 후 많은 시신이 해변으로 몰려 들어왔습니다. 당시 한 여성은 너무나 비참한 상황에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느냐’라고 울면서 구조 활동을 했다고 하더군요. 시신은 마이즈루해병단과 타이라해병단이 있던 곳에 매장됐습니다. 1950년 인양원호청 복원국이 이를 발굴해 화장했으며, 지금은 후생노동성이 관리하는 도쿄 유텐지에 안치돼 있습니다.”

마이즈루모임은 매년 우키시마호 희생자를 위한 다양한 추모사업도 진행한다. 매년 배가 침몰한 8월 24일에 우키시마호순난자추모공원에서 집회를 열고, 추모공원 유지·관리도 직접 한다. 활동 비용은 회원 160명이 낸 회비로 충당한다. 시나다 회장은 “기관지인 우키시마호통신을 발행하고 학습회 등을 통해 우키시마호 관련 자료를 계속 수집하고 있다”면서 “폭침 80주년인 2025년에는 기념사업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침몰지 인근에 우키시마호 희생자를 기억하는 대형 추모비와 추모공원도 40여 년 전에 만들었다. 시민단체뿐 아니라 지자체까지 나서서 협력한 결과물이다. 특히 추모비 건립은 마이즈루모임 하시모토 에이지 사무국장 등 지역 교사들이 주도했다. 한 여성이 갓난아기를 안고 있는 모습의 추모비는 현재 우키시마호 사건의 참상을 나타내는 대표 이미지가 됐다.

시나다 회장은 “우키시마호 역사가 잊힐 우려 때문에 1975년 당시 마이즈루 시장을 회장으로 한 ‘우키시마마루 순난자 추모비 건립 실행위원회’가 설립됐다”며 “이후 시민 모금과 교토부·마이즈루시 지원이 더해져 추모 공원과 추모비가 완성될 수 있었다. 마이즈루 시민 모두가 만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