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돌아온 '대동여지도'

곽명섭 논설위원 kms0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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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란 사람살이의 흥망은 물론이고 목숨줄이 달려 있는 겁니다.” 2009년 발간된 박범신의 소설 ‘고산자’ 속의 한 구절이다. ‘고산자(古山子)’는 조선 최고의 지리학자·지도 제작자로 꼽히는 19세기 중엽 때 인물인 김정호의 호(號)다.

소설 속 구절처럼 지도는 이동이나 교역 활동 등에 없어선 안 되는 수단이다. 말 그대로 사람의 목숨줄이 여기에 달려 있었다. 특히 옛날에는 각 지역의 물산이나 풍토까지 파악할 수 있는 종합 정보지였다. 도로나 하천은 말할 것도 없고 배를 탈 수 있는 곳, 역이나 주막, 산줄기나 산세까지 알 수 있었다. 다른 정보원이 크게 부족했던 시절, 장사치나 여행자는 지도를 통해 일정과 가야 할 길을 선택해야 했다.

고산자 김정호는 이처럼 필수 정보지인 지도의 정확하고 세밀한 제작에 평생을 바쳤다. 그가 제작한 대표적인 지도가 바로 ‘대동여지도’다. 고산자는 이전에 만든 다른 여러 지도를 바탕으로 더욱 완성도 높은 대동여지도를 내놨다. 지금 시각에서 보면 물론 미흡한 점이 있지만, 당시로선 조선 지도의 최정점으로, 고지도의 백미로 꼽힌다.

조선 최고로 꼽혔던 지도였던 만큼 대동여지도는 22첩으로 구성된 대형 크기임에도, 현재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 미국 등에 30여 판본이 전해지고 있다고 한다. 목판도 12점이 남아 있는데, 보물로 지정돼 있다.

그런데 올해 초 일본에서 환수된 대동여지도 목판본이 광복절을 맞아 부산에서는 처음 일반에 공개돼 화제다. 부산대 중앙도서관에서 이달 31일까지 전시되는 환수본은 목판본 대동여지도와 이에 앞서 만들어진 채색 필사본인 ‘동여도’의 지리 정보까지 합쳐진 것이어서 더 가치가 있다고 한다. 또 부산대가 소유한 다른 판본의 대동여지도와 함께 전시돼 판본별 차이까지 비교해 볼 수 있다고 하니, 선인들이 기록한 우리 국토의 모습이 어떻게 변화되었는지 살펴보는 것도 흥미로울 듯하다.

요즘에는 내비게이션이나 온라인을 통해 언제든지 지리 정보를 얻을 수 있어서 그런지 종이 지도는 거의 퇴물 신세가 됐다. 지도 자체를 아예 하찮은 것으로 여기는 이도 있다. 하지만 더 정밀하고 좋은 지도를 원하는 대중의 요구는 갈수록 더하고, 지금도 이를 위해 많은 사람이 노력 중이다. 게다가 지도 종류도 싣는 정보에 따라 훨씬 세분화하는 추세다. 세태는 달라졌어도, 예나 지금이나 사람은 지도 없이 이 세상을 항해할 수 없는 존재인 모양이다.

곽명섭 논설위원 kms01@busan.com


곽명섭 논설위원 kms0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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