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거꾸로 간다] 노년기를 인정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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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정 부산연구원 책임연구위원

우리는 65세 이상의 노년기를 다 같은 ‘노인’이라고 생각한다. 노약자이자 약자로 부양해야 할 대상으로만 본다. 나이가 들면 젊었을 때보다 신체적·정신적 기능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은 자연적인 현상이다. 그들을 약자 그리고 보호의 대상으로 보고 지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의료기술이 발전하고 개인들의 건강 관리가 강조되는 지금 단순히 연령만으로 선을 긋는 것은 낡은 사고라고 볼 수 있다. 노년기를 법적 연령 대신 신체적·정신적 연령에 따라 세분화해서 그들을 바라보아야 한다.

또 많은 사람들이 ‘노인’ 이라고 하면 현직에서 물러나 거의 비슷한 생각과 행동을 하며 노인복지관이나 경로당에서 시간을 보내는 존재로 여긴다. 실상 한국은 OECD 회원국 중 가장 오랜 기간 지속적인 경제활동을 하는 나라인데도 말이다. 일하는 데 있어서도 긍정적인 시각보다는 부정적인 시각 즉, 청년의 일자리를 노인이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국가에서 재정적 지원을 하는 노인일자리 사업 등이 있지만 청년과 노인들의 일자리가 확연히 다르며 노인과 청년은 경쟁의 대상이 아님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경제활동을 하고 있지 않는 노인들은 무엇을 하고 있을지에 대한 관심도 중요하다. ‘노인’이라는 이유로 아무것도 하지 않아야 하는 사람들로 매도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실제 노년기를 연구하다보면 정말 하루를 바쁘게 보내고 있는 분들을 많이 접하게 된다. 손주들이나 배우자를 돌보거나 혹은 사회공헌에 참여하고 있는 분들도 우리 이웃에는 많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가 간과하고 있을 뿐이다.

최근 부산시에서는 65세 전후를 위한 HAHA(Happy Aging Health Aging)센터 시범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이 센터는 이용자들이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동시에 지역을 위한 공헌을 함께 할 수 있는 노년을 위한 또다른 공간이 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지금껏 짜여진 프로그램에 수동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익숙한 노인여가시설 이용자들이 여기서는 스스로 프로그램을 만들어 동아리 활동을 한다. 이 같은 활동이 지역사회에 환원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매우 획기적인 시도가 아닐 수 없다.

센터는 노인복지관이나 경로당은 연세가 많은 분들이 이용하고 있고, 지금의 고령화를 이끌고 가는 베이비붐 세대를 대상으로 한 새로운 발상에서 출발했다. 이번 시범사업이 성공한다면 센터의 확대는 물론 ‘노인’에 대한 인식 전환까지도 기대할 수 있다.

전국에서 처음 도입하는 이 센터의 성공을 그 누구보다 바란다. 이제까지 ‘노인’이라는 한 집단으로만 바라봤던 이들이 얼마나 다른 특성과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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