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하천·저수지서 낚싯줄 던졌다 하면 외래종
배스·블루길·붉은귀거북 급증
번식력 강해 생태계 교란 심각
토종어류는 개체수 크게 줄어
“퇴치 강화·수변환경 변화돼야”
생태의 보고, 낙동강 수계가 배스와 블루길, 붉은귀거북 등 외래종에 의해 빠르게 잠식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자주 볼 수 있었던 토종어류들은 빠르게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16일 민물고기 보존협회에 따르면 남강과 덕천강, 양천강, 밀양강, 감천, 금호강 등 하천은 물론, 남강댐과 합천댐, 우포늪, 주남저수지 등 거의 모든 낙동강 수계에서 생태계 교란 외래어종이 확인되고 있다. 배스나 블루길, 붉은귀거북 등 외래종은 대체로 번식력이 강하고 식용으로 적합하지 않아 개체 수가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실제 남강의 경우 최근 10년 사이 배스와 블루길이 폭증한 상태다. 한 낚시꾼은 “올해는 배스는 조금 덜하지만 블루길은 더 늘었다. 지렁이를 달아서 던지면 십중팔구 블루길이 물 정도”라고 말했다.
다른 하천도 상황은 마찬가지. 그물을 던지면 토종 어류보다 외래종이 더 많이 잡힐 정도다. 여기에 붉은귀거북은 토종 남생이의 영역을 침범하고 있으며, 뉴트리아 역시 낙동강 수계 전반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와 같은 외래종들은 토종물고기의 알, 치어, 물고기 먹이가 되는 새우 등을 닥치는 대로 먹어 치워 어획량 감소, 생태계 교란을 불러온다.
낙동강 수계에는 예전부터 납자루 종류와 각시붕어, 흰줄낙줄개, 큰줄납자루, 은어, 뱀장어 등 30종 안팎의 토속 어종이 살았는데 최근에는 개체 수가 급격히 줄어든 상태다.
특히 여울마자의 경우, 전국적으로 낙동강 수계에서만 발견됐는데, 곳곳에 보가 설치되고 외래종이 들어서면서 2000년대 초부터 거의 자취를 감춘 상태다.
진주환경운동연합 정은아 사무국장은 “예전에는 여울마자와 흰수마자 등 보호종들이 자주 목격됐지만 지금은 아니다. 남강댐 상류로 가야 겨우 볼 수 있을 정도인데 토종 어류들이 갈수록 사라지고 있어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일부 지자체의 경우 매년 수억 원의 예산을 들여 수매를 하거나 낚시대회를 여는 등 외래종 퇴치작업에 나서는 중이다. 여기에 최근에는 하천 생태계 복원을 위해 쏘가리와 은어, 다슬기 등 토속어류를 방류하는 지자체도 늘고 있다.
특히 쏘가리의 경우 하천 먹이사슬의 최상위 포식자로, 성어가 되기 전인 배스나 블루길을 잡아 먹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외래종 개체 수가 워낙 많아 ‘억제’만 할 뿐, 퇴치까지는 어렵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완옥 민물고기 보존협회장은 “곳곳에 보가 만들어지는 등 물이 흘러가지 않으면서 배스, 블루길이 살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졌다. 바닥에 있는 토종어류는 거의 먹잇감이라고 보면 된다. 당장 손쓸 방법이 없을 정도다. 하천의 환경을 바꾸지 않으면 토종어류는 언젠가 완전히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내수면 어업이 활성화돼 있지 않아 아예 손을 놓고 있는 지자체도 적지 않은데, 최근 배스나 블루길이 확산된 남강이 대표적인 사례다.
특히 남강댐의 경우 10여 년 전부터 배스, 블루길 확산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았지만 상수원 보호구역이다 보니 별다른 대책을 세우지 못했다.
이 때문에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남강댐이 오히려 외래종을 보호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기에 최근 늘고 있는 강 낚시도 외래종 확산에 한몫하고 있다.
낚시꾼들은 붕어와 잉어는 잡아가지만, 먹지 못하는 배스와 블루길은 잡아도 대부분 그대로 풀어준다.
김진규 한국쏘가리연구소장은 “토종 어류가 살기 어려운 환경이 계속 만들어지고 있다. 이대로 방치하면 우리나라 하천 생태계가 망가질 수밖에 없다. 성공 여부를 떠나 노력이 필요한 시기다”고 말했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