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 연결 압록강철교서 버스 운행… 북 국경 개방 신호탄?

김형 기자 m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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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 출발 버스 2대 북 갔다 돌아와
코로나로 중단된 지 3년 7개월 만
북중 국경에선 점검 분위기 한창
전면적 개방은 여전히 미지수

2020년 국경 봉쇄 이후 북한 압록강 변에서 한 인민군 병사가 경계 근무를 서고 있다. 교도연합뉴스 2020년 국경 봉쇄 이후 북한 압록강 변에서 한 인민군 병사가 경계 근무를 서고 있다. 교도연합뉴스

북한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국경을 봉쇄한 지 3년 7개월 만에 북한 신의주와 중국 랴오닝성 단둥을 잇는 압록강철교를 통해 대규모 인원이 왕래한 것으로 알려진다. 또 압록강철교 주변에서는 본격적 왕래를 위한 예행 연습이 이뤄진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러한 분위기가 국경 개방의 가속화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대북 소식통 등에 따르면 16일 오전 10시 15분께 북중 접경 지역인 단둥을 출발해 압록강철교 건너 신의주에 도착한 버스 2대가 11시 20분께 단둥으로 돌아왔다. 대북 소식통들은 이들 버스가 카자흐스탄에서 오는 19∼26일 열리는 국제태권도연맹(ITF) 세계선수권대회와 연관됐을 수 있다고 전했다. ITF를 통해 동구권 국가에 태권도를 보급해 우호관계를 유지해온 북한은 이번 세계선수권에 100여 명 규모의 선수단을 파견할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선수단은 이날 열차로 베이징으로 이동해 주중 북한대사관 기숙사에서 하루가량 머문 뒤 항공편으로 카자흐스탄으로 떠날 것으로 관측된다.

압록강철교에서 버스를 통해 대규모 인원이 오간 것은 3년 7개월 만이다. 북한은 중국에서 코로나19가 발생하자 2020년 1월 국경을 봉쇄하고 타국과의 인적 왕래를 전면 중단했다. 북한은 그동안 해외 출장 등 공적 목적의 왕래나 무역을 간헐적으로 허용하는 등 조치를 일부 완화하기도 했지만, 2020년 8월부터는 국경으로부터 1∼2km 지역에 접근하는 사람과 짐승은 무조건 사살하라는 새 지침을 내리며 초강경 봉쇄를 이어나갔다. 방역을 위해 최대 우방이자 제1 교역상대국인 중국과의 인적·물적 왕래 단절까지 감수한 고육책이었다.

압록강철교의 버스 행렬을 시작으로 북중이 물적 교류에 이어 인적 왕래까지 정상화를 향해 한걸음 나아간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레 제기된다. 북한은 이미 지난달 27일 6·25전쟁 정전협정일(북한식 명칭은 전승절)을 맞아 중국·러시아 대표단을 초청하면서 ‘외국 손님’을 맞아들인 바 있다.

특히 압록강철교 인근에서는 북중 관계자들이 인적 교류를 위해 운송 상황을 점검하는 등 분주한 모습을 보인다.

실제, 중국 해관(세관) 관계자로 보이는 사람들은 15일 오전 일찍부터 10차례 넘게 다리에 올라 시설 곳곳을 점검했다. 이날 오전 10시 40분께에는 단둥에서 버스 1대와 승합차 1대가 압록강철교를 이용해 신의주로 갔다가 오후에 단둥으로 돌아왔다.

전날 단둥에서 신의주로 간 버스에 탑승한 인원에 대해 대북 소식통은 “최근 밀수 등으로 공안에 체포된 북한 선원인 것으로 추정된다”며 “본격적인 인적 왕래를 앞두고 문제 인원들을 먼저 들여보내면서 인력 운송 상황을 점검하는 일종의 예행연습일 수 있어 보인다”고 추정했다. 그동안 대규모 인적 왕래는 중단됐으나 압록강철교를 이용한 화물 교역은 지난해 9월 재개돼 하루 1~2차례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를 감안할 때 앞으로 중국에 체류 중인 유학생 등 북한인들이 곧 단체로 귀국할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한다. 한 소식통은 “북한이 베이징의 중국 주재 대사관에 체류 중인 유학생 300∼400명을 북한으로 들여보낼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들 유학생들은 코로나19 발생 이후 국경 봉쇄로 그동안 귀국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진다. 또 다른 소식통은 중국 내에서 범법 행위를 하다 적발된 북한 인력 수십 명 역시 이번에 함께 송환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양국간 왕래가 정상화 단계로 들어갔다고 판단하기엔 아직 이르다는 시각도 있다. 코로나19 재유행 가능성이 존재하는 만큼 북한 입장에서 전면적인 국경 개방은 상황을 더 지켜본 뒤 결정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외교가에서는 다음 달 중국 항저우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이 관련 조건을 가늠할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북한은 일부 종목에 대표선수를 등록하는 등 출전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김형 기자 m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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