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보증금 먹튀’ 임대업체, 김해서도 사기 행각

이경민 기자 mi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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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동 오피스텔 18세대 관리
한 소유주 고발로 수사 착수
이중계약 후 보증금 일부 유용

임대관리전문업체의 보증금 횡령 의혹이 일고 있는 김해시 내동 오피스텔. 이경민 기자 임대관리전문업체의 보증금 횡령 의혹이 일고 있는 김해시 내동 오피스텔. 이경민 기자

속보=경남 김해시에서 한 오피스텔을 관리하던 임대관리전문업체가 세입자들의 보증금 일부를 빼돌린 정황이 포착됐다. 이 업체는 최근 부산 동래구(부산일보 2023년 8월 14일 자 1면 보도)에서도 비슷한 수법으로 사기 행각을 벌여 경찰이 수사에 나선 업체다.

김해중부경찰서는 16일 김해시 내동의 한 오피스텔을 소유한 A 씨가 B업체를 고발하면서 수사에 착수했다. A 씨는 자신의 오피스텔 임대·관리를 맡은 B업체가 지난달부터 월세를 입금하지 않고 연락도 안 된다고 밝혔다. A 씨는 앞서 보증금 500만 원과 월세 55만 원을 받는 조건으로 B업체에 자신의 오피스텔 임대계약과 관리를 위탁했다. 이 업체는 임차인과는 보증금 2000만 원에 월세 22만 원에 계약을 맺는 이른바 ‘이중계약’을 체결했으며, A 씨에게는 보증금 500만 원만 주고 나머지는 유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B업체가 위탁받아 관리한 김해의 오피스텔은 2018년 준공한 지하 2층, 지하 14층 건물이다. 57㎡, 58㎡, 92㎡ 타입 총 220세대가 입주할 수 있는 규모다. B업체는 이 중 18세대를 위탁받아 임대계약과 관리를 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피해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이며, 피해 금액도 2억여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러한 사기 행각이 가능할 수 있었던 데는 한 공인중개사의 역할이 컸다. 이 공인중개사는 B업체의 임대차 계약을 도맡아 진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오피스텔 주변 다른 공인중개사는 B업체의 계약 건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는 “B업체는 임대인에게 매월 50만~60만 원을 보장해주겠다고 했다. 그런데 임차인과 계약서를 쓸 때는 보증금이 많고 월세가 적었다”며 “이유를 물어보니 임대인 모집을 위한 거라고 했다. 나중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해 거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임대인이 조금이라도 상황을 인지했다면 대리권 또는 표현대리가 인정돼 보증금을 반환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후 업체에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지만, 업체가 보증금을 다 써버렸다면 곤란한 상황이 생길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한 부동산 전문 변호사는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최소한의 사항도 확인하지 않았다며 과실 여부를 따질 수도 있다”며 “이를 예방하기 위해선 임차인 역시 업체가 가진 위임장에 임대인 인감이 찍혔는지 등을 꼼꼼히 살펴봐야 차후 책임 소재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당부했다.

한편 B업체는 최근 부산 동래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세입자의 보증금을 횡령하려 한 의혹으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서울·인천·경기도·울산·경남 김해 등 다른 사업장에서도 피해 의심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피해 규모는 부산에서만 100억 원 이상, 전국에서는 수천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경민 기자 mi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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