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지도부 조문… 대치 일시 소강
각계 빈소서 조우 ‘일시적 평화’
엑스포 핵심인사 한자리 회동도
여야 지도부가 지난 15일에 이어 16일에도 별세한 윤석열 대통령 부친 고 윤기중 교수 빈소를 찾아 조문하면서 여야 대치 정국을 해소할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전날 빈소가 차려진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는 정부·여당 측 인사뿐만 아니라 이재명 대표 등 야당 지도부도 잇따라 조문을 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이 대표를 비롯한 야당 지도부의 조문을 받고, 직접 찾아와준 데 대해 사의를 표시했다. 또 여야 지도부가 빈소에서 모처럼 다 같이 마주 앉기도 했다.
윤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를 놓고 공방이 가열되려던 시점에 부친상 소식이 전해지면서 대치 국면을 다소 늦추는 효과가 있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더불어민주당은 전날 정오께 윤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를 비판하는 논평을 낸 뒤 오후에 추가 논평을 준비했다가 상중이라는 점을 고려해 내지 않았다. 또 16일 국회 본청 로텐더홀에서 열기로 했던 ‘1특검(특별검사)-4대 국정조사’ 촉구 대회도 순연했다.
이런 기류는 ‘일시적 평화’일 뿐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정국 현안에 대한 여야 입장 차가 워낙 첨예하기 때문에 윤 대통령 부친상이 끝나면 곧바로 대치 정국으로 ‘원위치’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민주당 이 대표와 박광온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당 회의에서 ‘1특검-4대 국정조사’를 강력히 추진하겠다면서 여권에 날을 세웠다.
16일에도 빈소에는 고인의 지인과 제자, 여야 정치인 등 각계 인사들이 조문했다. 박형준 부산시장을 비롯한 시장·도지사들도 이날 조문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조문 후 기자들에게 “개인적으로 상당히 친숙한 사이였다”며 “대통령 부부를 만나 일찍 가신 것이 안타깝다고 했다”고 말했다.
또 이종찬 광복회장과 아들인 이철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국민의힘 정진석 의원, 정의당 이정미 대표와 배진교 원내대표, 이인제 전 경기지사 등이 차례로 빈소를 찾았다.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은 이틀 연속 빈소를 지켰다.
전날인 15일에는 한덕수 국무총리와 박진 외교부 장관, 장성민 대통령실 미래전략기획관, 장제원 의원 등 2030세계박람회(월드엑스포) 유치전 핵심 인사들이 빈소에서 한 자리에 앉았다. 한 총리는 엑스포 유치 공동위원장이고, 박 장관은 정부의 담당 부처를 맡고 있다. 장 기획관은 대통령실에서 엑스포 유치 업무를 전담하고 있고, 장 의원은 대선과 인수위 과정에서 2030엑스포 부산 유치를 공약화하고 국정과제로 포함시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들 4명이 모인 자리는 엑스포 개최지 선정 여부를 전망하고 잼버리 파행 사태가 엑스포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차단에 나서야 한다는 얘기가 오가는 등 마치 ‘엑스포 대책회의’처럼 비치기도 해 눈길을 끌었다. 전창훈 기자
전창훈 기자 jc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