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간조와 만조 사이, 천천히 차오르는 삶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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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과 바다/베르나르두 카르발류

그림책 <해변과 바다> 표지. 그림책공작소 제공 그림책 <해변과 바다> 표지. 그림책공작소 제공

간조와 만조 사이, 우리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그림책 <해변과 바다>에는 간조의 해변에 파도가 밀려와 만조를 이루기까지의 시간이 들어있다. 물이 빠진 해변은 거대한 모래밭이다. 모래 위를 질주하는 아이, 일광욕을 즐기고 책을 읽는 어른, 얕은 웅덩이 고인 바닷물에 더위를 식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조개 껍데기 모으기에 푹 빠진 사람도 있다. 파도가 밀려왔다가 물러섰다가를 반복하지만 아직은 모래밭이 더 넓어 보인다.

시간이 지나자, 변화가 눈에 보인다. 아까는 모래 중간에 우뚝했던 바위가 어느새 찰랑거리는 물 가운데 있다. 얕았던 웅덩이는 더 깊어졌고, 웅덩이 속에서 어디서 나타났는지 모를 바다 생명체가 움직인다. 앉은 자리에서 꽤 멀었던 모래밭과 바다의 경계선도 더 가까워졌다. 모래 위로 점점 더 힘차게 밀려드는 파도. 가만히 서 있는데 바닷물이 발을 지나 무릎, 허벅지를 적신다. 드디어 모래밭과 바다의 경계선이 일직선을 이루고, 양쪽으로 펼쳐진 해변 그림에서 푸른 바다가 더 넓은 부분을 차지한다.

미대에서 순수예술과 커뮤니케이션 디자인을 전공한 저자는 그림책으로 볼로냐 라가치상과 포르투갈 올해의 최고 일러스트레이션 상을 받았다. 글은 없어도 그림책에는 수많은 이야기가 있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변하는 풍경에 따라 해변에 머무는 사람들의 모습이 달라진다. 만조가 된 바다에서 사람들은 본격적으로 수영을 하고 다이빙을 즐긴다. 깊어진 바다에 몸을 맡기고 편안하게 유영하는 사람을 보면 삶을 채우는 것들에 대해, 거기에 필요한 시간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베르나르두 카르발류 지음/그림책공작소/48쪽/1만 8000원.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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