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개방 확대” vs “안전대책 우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교내 칼부림 사건 발생
교육 현장 ‘개방 딜레마’
주민들 휴식 공간 ‘호응’
학생·학부모 불안 호소
무차별 흉기난동에 이어 교내에서도 칼부림 사건이 발생하자 교육 현장은 학교 개방 여부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주민들은 여가 활동의 공간인 학교가 열린 공간이 되기를 바라지만, 학부모들은 안전을 위협받으면서까지 학교를 개방할 이유는 없다며 반대하고 나섰다.
부산시교육청은 학교 개방률이 코로나 이전에 수준을 회복했다고 17일 밝혔다. 지난 6월 기준 부산 초중고교 평균 학교 개방률은 85%에 이른다. 570곳의 학교가 운동장을 개방하고 있으며, 361곳은 지역주민과 생활체육 동호인들에게 체육관과 강당을 개방하고 있다. 이는 코로나 이전인 2019년 4월 평균 개방률 83%를 넘긴 수치다.
주민들은 학교 개방에 긍정적인 입장이다. 나무 그늘과 벤치를 갖춘 학교가 좋은 휴식 공간이 될 뿐만 아니라 접근성도 뛰어난 덕분이다. 운동장과 잔디 등 학교 시설물을 활용할 수 있는 점도 장점으로 꼽았다. 부산 남구 문현동의 한 중학교 앞에서 만난 김순자(69) 씨는 “학교를 찾아 산책도 하고 벤치에서 이야기도 나누면 집 근처에 작은 공원이 생긴 느낌”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대전시의 한 학교에서 교사가 외부인에 의해 흉기에 찔리는 사건이 발생하자 학교 개방에 제동이 걸렸다. 학생과 학부모들이 불안감을 호소하고 나선 것이다. 외부인이 평일 오전 교무실 안에까지 침입해 흉기 난동을 벌인 만큼 출입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에 힘이 실린다. 방과 후나 주말 등 유휴 시간대에 교내 체육시설을 외부에 적극적으로 개방하는 정책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학부모들은 학교 방문객이 언제 돌변해 안전을 위협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학교가 학생들의 안전 보호를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남구 문현동의 한 초등학교 앞에서 자녀를 기다리던 박은영(41) 씨는 “외모로 봐서는 이 사람이 문제를 일으킬지 아닌지 구분하기 어렵다”며 “불안감을 일축시키기 위해선 학교 출입을 일괄 통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민을 위해 학교시설을 적극 개방하자는 시교육청의 방향 탓에 외부인 방문을 통제하기 어렵다는 ‘딜레마’도 있다. 지난 1월 시교육청은 ‘부산광역시 고등학교 이하 각급학교 시설의 개방 및 이용규칙’을 개정해 학교 개방으로 사고가 발생했을 때 학교장의 책임을 묻지 않도록 했다. 교육청은 앞으로도 미개방 학교의 개방을 독려하겠다는 입장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학생들과 외부인의 동선이 겹치는 부분에 대한 우려를 현장에서 확인했다”면서도 “학교 측과 협의해 안전대책을 마련하고 개방을 하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일선에서는 교육 현장의 안전을 지키면서도 개방된 학교로 나아가기 위한 실효성 있는 근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방문 대기 공간 마련이나 전문 업체를 통한 관리·감독 등이 대안으로 떠오른다. 부산광역시교원단체총연합회 강재철 회장은 “학교가 지역주민과 상생하는 공동체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안전이 우선적으로 보장돼야 한다”며 “학교 지킴이 한 분이 학교 안전을 담당하기엔 버거운 실정이기에 교육청의 예산 지원을 통해 관리감독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