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표 4번째 검찰 출석 “기꺼이 시시포스 되겠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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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현동 개발 특혜 피의자 신분
“정치 검찰 치부 가리려 조작 수사
무도한 폭력·억압 반드시 심판”
국힘 “소름 끼칠 정도의 뻔뻔함
시시포스는 속이기 좋아하는 인물”
민주, 비회기 구속영장 청구 기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7일 오전 백현동 특혜개발 의혹과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조사실에 들어가기 전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7일 오전 백현동 특혜개발 의혹과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조사실에 들어가기 전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백현동 개발 특혜 사건의 최종 결정권자로 지목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7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에 배임 혐의의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했다.


이 대표 소환을 계기로 정치권 공방도 거세지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기꺼이 시시포스가 되겠다”며 현 정부의 정치 검찰 조작 수사를 거듭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두려움에 쫓기는 범죄혐의자 그 이상도 이하의 모습도 아니다”라고 받아치면서 이 대표의 ‘죗값’을 강조하며 집중공세에 나섰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인근 법원삼거리에 도착한 뒤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단상 위에 올라 준비한 메시지를 읽었다. 그는 “벌써 네 번째 소환”이라며 “저를 희생제물 삼아 정권의 무능과 정치 실패를 감춰보겠다는 것 아니겠느냐. 없는 죄를 조작해 뒤집어씌우고 자신들의 치부를 가리겠다는 정치검찰의 조작 수사 아니겠느냐”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왕정 시대 왕들조차 백성을 두려워했고 백성의 힘으로 왕정을 뒤집었던 것처럼 국민을 무시하고 억압하는 정권은 결코 오래갈 수 없다. 정권의 이 무도한 폭력과 억압은 반드시 심판받고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 대표는 “기꺼이 시시포스가 되겠다”고도 말했다. 시시포스는 그리스 신화에서 신들로부터 바위를 정상에 굴려 올려놓는 일을 무한 반복하는 형벌을 받은 인물이다.

이 대표는 앞서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으로 1차례, 위례·대장동 개발 의혹으로 2차례 검찰에 출석해 조사받았다. 이 대표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백현동 의혹과 관련한 이날 검찰 조사에서도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내용이 담긴 30쪽 분량의 진술서를 검찰에 제출하고 대부분의 답변을 갈음할 것으로 보인다.

3차 출석 때처럼 이날도 민주당 의원들은 동행하지 않았다. 이 대표는 이번에도 지도부를 비롯한 측근 의원들에게 ‘배웅 자제’를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4번째 검찰 소환을 계기로 비판 수위를 높여 집중공세에 나섰다. 여당은 특히 이날 이 대표의 입장 메시지를 두고 “소름 끼칠 정도의 뻔뻔함”이라고 목소리 높였다. 국민의힘 강민국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이 대표가 자신이 처한 상황을 그리스 신화 시시포스에 빗댄 것에 대해 “시시포스는 애초에 욕심이 많았고, 속이기를 좋아했다. 이 대표와 참으로 닮은 시시포스, 끝없는 죗값을 받았던 그 결말도 같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 수석대변인은 “‘정치검찰’ ‘공작수사’ ‘탄압’을 앵무새처럼 읊었고, 단지 이 대표의 범죄 비리 혐의에 대한 조사임에도 오로지 윤석열 정권 탓으로만 열을 올렸다”며 “자신을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한 누군가’에 비유하며 ‘국민과 국가에 대한 기여’를 이야기하는 모습에서는 소름 끼칠 정도의 뻔뻔함과 분노도 느껴졌다”라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 내에서는 비회기에 영장이 청구되는 것을 최선의 시나리오로 보고 이달 임시회 일정을 두고 머리를 맞대고 있다. 국회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은 회기 중에 구속 영장이 청구될 경우에만 이뤄지고 비회기 중 청구될 경우 별도의 표결 절차 없이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이날 검찰에 출석하기 전 “구속영장을 청구하겠다면 제 발로 출석해 심사받겠다. 저를 위한 국회는 열리지 않을 것”이라며 “검찰은 정치가 아니라 수사를 해야 한다. 회기 중 영장 청구로 분열과 갈등을 노리는 정치 꼼수는 포기하라”고 주장했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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