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함께 못 탄다” 국힘 실세 경고에 PK 현역 좌불안석
공천 실무 총괄 이철규 사무총장
당 내부비판 의원에 경고성 발언
현역도 조기 탈락 가능성 대두
10월 당무감사 앞둔 의원 긴장
‘물갈이’ 정보지도 나돌아 뒤숭숭
오는 10월 당무감사를 앞둔 국민의힘 내부가 뒤숭숭하다. 이번 당무감사 결과가 내년 총선 공천의 기준이 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공천 실무를 총괄하는 이철규 사무총장이 지난 16일 “배를 침몰시키려는 승객은 함께하지 못한다”며 일부 의원들을 향한 경고성 발언을 날리면서 현역 의원들을 비롯한 당협위원장들의 긴장도가 극도로 높아지는 분위기다.
때 맞춰 얼마 전 여의도 정가에는 부산·울산·경남(PK) 일부 의원 이름이 포함된 ‘총선 공천 부적격자’라는 출처 불명의 자료가 당 내부 자료인 것처럼 떠돌기도 했다. 당내 ‘공천 물갈이’ 기류가 고조되면서 과거 대규모 물갈이의 타깃이 됐던 PK 현역들의 고심도 깊어질 전망이다.
이 사무총장의 경고성 발언은 전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장에서 나왔다. ‘당무감사와 관련해 사무총장이 할 말이 있다’는 사회자의 소개 이후 발언대에 오른 이 사무총장은 “사실에 근거를 두지 않고 막연히 동료를 비난하는 정치는 이제 해선 안 된다”며 “우리가 함께 배를 타고 항해를 하는데, 거꾸로 노를 젓는다든가, 배에 구멍을 낸다든가 해서 침몰하게 한다면 그 배에 함께 승선할 수 없는 승객”이라고 말했다. 이 사무총장은 자신의 발언을 두고 파장이 일자 “특정한 발언이나 의원을 지목한 것은 아닌 일반적인 이야기”라고 해명했지만, 당내에서는 당 지도부와 다른 목소리를 낼 경우 내년 총선 공천을 받지 못한다고 경고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당무감사위는 오늘 10월 중순부터 시작하는 전국 209개 당협을 대상으로 한 실사를 앞두고 기초 자료 수집에 나선다. 당무감사위는 당협위원장들의 조직 관리, 위원장 및 선출직 인사들의 사고 유무, 평판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질의서를 조만간 각 당협에 발송할 예정이다. 특히 당무감사위는 이번에 현역 의원들의 의정 활동에 대한 감사를 진행하는 방안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법안 실적, 출석률 등 정량적 평가 뿐만 아니라 윤석열 정부 국정 철학과 국제 과제 등에 부합하는 의정 활동을 펼쳤느냐 여부를 들여다본다는 것이다.
앞서 신의진 당무감사위원장은 “당협위원장의 당 기여도를 진단하고 내년 총선 당선 가능성을 보는 데 중점을 두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 관계자는 “당무감사위 감사 강도가 상당히 강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공천관리위원회가 출범하기 전에 상당수 현역들이 조기 탈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달 초 여의도 정가에는 국민의힘 전·현직 의원을 비롯한 40여 명의 이름이 적시된 ‘총선 공천 부적격자’ 명단이 돌기도 했다. 여기에 PK 중진과 초선 7~8명도 거론됐는데, 당 관계자는 “당과는 무관한 그야말로 지라시”라고 일축한 바 있다.
당 조직강화특별위원회는 이르면 이달 24일쯤 현재 진행 중인 전국 36곳 사고 당원협의회 조직위원장 선임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PK지역 3곳 중 부산 북강서갑, 울산 북구는 적임자가 없어 조직위원장 선정을 유보할 가능성이 높고, 김해갑은 이번에 조직위원장을 선정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김해갑에는 박성호 김해의생명진흥원장, 권통일 전 교육부장관 정책보좌관, 김정권 전 국회의원, 김장한 울산의대 교수 등이 경쟁 중이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