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함께 못 탄다” 국힘 실세 경고에 PK 현역 좌불안석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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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천 실무 총괄 이철규 사무총장
당 내부비판 의원에 경고성 발언
현역도 조기 탈락 가능성 대두
10월 당무감사 앞둔 의원 긴장
‘물갈이’ 정보지도 나돌아 뒤숭숭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17일 국회 당 사무실에서 최고위원회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17일 국회 당 사무실에서 최고위원회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는 10월 당무감사를 앞둔 국민의힘 내부가 뒤숭숭하다. 이번 당무감사 결과가 내년 총선 공천의 기준이 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공천 실무를 총괄하는 이철규 사무총장이 지난 16일 “배를 침몰시키려는 승객은 함께하지 못한다”며 일부 의원들을 향한 경고성 발언을 날리면서 현역 의원들을 비롯한 당협위원장들의 긴장도가 극도로 높아지는 분위기다.

때 맞춰 얼마 전 여의도 정가에는 부산·울산·경남(PK) 일부 의원 이름이 포함된 ‘총선 공천 부적격자’라는 출처 불명의 자료가 당 내부 자료인 것처럼 떠돌기도 했다. 당내 ‘공천 물갈이’ 기류가 고조되면서 과거 대규모 물갈이의 타깃이 됐던 PK 현역들의 고심도 깊어질 전망이다.

이 사무총장의 경고성 발언은 전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장에서 나왔다. ‘당무감사와 관련해 사무총장이 할 말이 있다’는 사회자의 소개 이후 발언대에 오른 이 사무총장은 “사실에 근거를 두지 않고 막연히 동료를 비난하는 정치는 이제 해선 안 된다”며 “우리가 함께 배를 타고 항해를 하는데, 거꾸로 노를 젓는다든가, 배에 구멍을 낸다든가 해서 침몰하게 한다면 그 배에 함께 승선할 수 없는 승객”이라고 말했다. 이 사무총장은 자신의 발언을 두고 파장이 일자 “특정한 발언이나 의원을 지목한 것은 아닌 일반적인 이야기”라고 해명했지만, 당내에서는 당 지도부와 다른 목소리를 낼 경우 내년 총선 공천을 받지 못한다고 경고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당무감사위는 오늘 10월 중순부터 시작하는 전국 209개 당협을 대상으로 한 실사를 앞두고 기초 자료 수집에 나선다. 당무감사위는 당협위원장들의 조직 관리, 위원장 및 선출직 인사들의 사고 유무, 평판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질의서를 조만간 각 당협에 발송할 예정이다. 특히 당무감사위는 이번에 현역 의원들의 의정 활동에 대한 감사를 진행하는 방안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법안 실적, 출석률 등 정량적 평가 뿐만 아니라 윤석열 정부 국정 철학과 국제 과제 등에 부합하는 의정 활동을 펼쳤느냐 여부를 들여다본다는 것이다.

앞서 신의진 당무감사위원장은 “당협위원장의 당 기여도를 진단하고 내년 총선 당선 가능성을 보는 데 중점을 두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 관계자는 “당무감사위 감사 강도가 상당히 강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공천관리위원회가 출범하기 전에 상당수 현역들이 조기 탈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달 초 여의도 정가에는 국민의힘 전·현직 의원을 비롯한 40여 명의 이름이 적시된 ‘총선 공천 부적격자’ 명단이 돌기도 했다. 여기에 PK 중진과 초선 7~8명도 거론됐는데, 당 관계자는 “당과는 무관한 그야말로 지라시”라고 일축한 바 있다.

당 조직강화특별위원회는 이르면 이달 24일쯤 현재 진행 중인 전국 36곳 사고 당원협의회 조직위원장 선임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PK지역 3곳 중 부산 북강서갑, 울산 북구는 적임자가 없어 조직위원장 선정을 유보할 가능성이 높고, 김해갑은 이번에 조직위원장을 선정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김해갑에는 박성호 김해의생명진흥원장, 권통일 전 교육부장관 정책보좌관, 김정권 전 국회의원, 김장한 울산의대 교수 등이 경쟁 중이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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