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아들 죽자 54년 만에 나타난 엄마 “보험금 내가 다 받을 것”
2년 전 거제 앞바다서 선원 숨져
두살 때 가출 친모 2억여 원 받기로
“딸과 나누라” 법원 중재안도 거부
나쁜 부모 막는 구하라법 통과 시급
54년간 연락 한 번 없다가 아들이 죽자 사망 보험금을 챙기기 위해 나타난 80대 친모가 ‘보험금 일부를 나누라’는 법원의 마지막 중재안마저 거절했다. 안타까운 사고로 동생을 잃은 김종선(61) 씨는 “친모는 엄마도, 사람도 아니다”며 양육 의무를 지키지 않은 부모의 재산 상속을 금지하는 ‘구하라법’의 국회 통과를 촉구했다.
부산고법 2-1부(부장판사 김민기)는 17일 화해권고결정을 통해 수협이 법원에 공탁한 고 김종안 씨의 사망 보험금 2억 3776만 4430원 중 1억 원을 친모가 김종선 씨에게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보험금 중 약 40% 정도의 돈을 김종안 씨의 누나에게 나눠주고 소송을 마무리 짓자는 법원의 권고였다. 하지만 친모 측은 법원의 중재안에 이의신청서를 제출하며 이를 거절했다. 이에 따라 김 씨는 오는 31일 재판부의 정식 판결을 기다려야 할 처지에 놓였다.
김 씨는 친모 측의 태도에 “기가 찬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김 씨는 “법원의 화해권고결정도 우리가 백번 양보하고 배려한 내용인데 친모 측은 도대체 무슨 권리로 이를 거절하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아들의 사망 보험금을 두고 소송전을 치르면서도 친모는 얼굴 한번 내비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성실한 선원이었던 김종안 씨는 2021년 1월 거제 앞바다에서 어선을 타다 폭풍우를 만나 목숨을 잃었다. 이에 김종안 씨 앞으로 사망 보험금 2억 3000여만 원과 선박회사의 합의금 5000만 원 등 3억 원가량의 보상금이 나왔다.
이 소식을 전해 듣고 나타난 그의 친모는 민법의 상속 규정에 따라 보상금을 가져가겠다고 주장했다. 아이들을 버려두고 사라진 지 54년 만이었다. 그러나 1심을 맡았던 부산지법은 현행 민법에 의거해 ‘아들의 사망 보험금 2억 3000여만 원을 지급해달라’는 친모의 청구가 이유 있다며 인용 판결을 내렸다.
김종선 씨는 “친모는 동생이 두 살 무렵 떠난 후 한 번도 우리 삼남매를 찾아오지 않았고 따뜻한 밥 한 그릇도 해준 적 없다. 그를 엄마라고 불러보지도 못했다”며 “친오빠가 1999년 교통사고로 생을 마감했을 때도 경찰서를 통해 연락이 갔지만 오지 않았다. 정말 본인의 자식이라고 생각했다면 그렇게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이제 막냇동생이 죽자 갑자기 나타나 거액의 재산에만 눈독을 들이고 있다”며 “생모는 동생의 통장에 있던 1억 원의 현금과 동생이 살던 집도 모두 자신의 소유로 돌려놓았다. 이 친모는 엄마도, 사람도 아니다”고 울분을 토했다.
김 씨는 양육 의무를 지키지 않은 부모의 재산 상속을 금지하는 이른바 ‘구하라법’의 조속한 국회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이 2021년 관련 법안을 내놨고 법무부도 작년 6월 비슷한 내용의 법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등 이미 여러 법안이 국회에 올라와 있다.
이들 민법 개정안은 가수 고 구하라 씨의 오빠 구호인 씨가 ‘어린 구 씨를 버리고 가출한 친모가 구 씨 사망 이후 상속 재산의 절반을 받아 가려 한다’며 이를 막기 위해 입법을 청원해 구하라법으로 불리고 있다. 그러나 여야 정쟁에 밀려 논의조차 되지 못한 채 계류되고 있다.
김 씨는 “부모에게 버림받은 자식들은 법의 사각지대에서 두 번 고통받고 있다. 구하라법에 관심을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