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하다고 치료 않고 방치하면 안 되는 ‘월경불순’

김동주 기자 nicedj@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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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낭성 난소 증후군, 불임·당뇨병 등 유발 가능성
한의학에서는 기와 혈의 순환 부족 원인으로 꼽아
한약 처방과 간 청소 해독요법, 침·추나·뜸 등 활용

“월경을 몇 달씩 건너뛰고 비정상적인 출혈이 있어요.” “몸에 털이 유난히 많아요.” “여드름이 심하고 허리와 엉덩이에 살이 잘 찝니다.” 다낭성 난소 증후군의 대표적인 증상들이다. 다낭성 난소 증후군은 가임기 여성 발병률이 5~10%일 정도로 흔한 질환이다. 하지만 방치하면 불임으로 이어지거나 당뇨병, 자궁내막증식증, 자궁내막암과 같은 질환을 유발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치료가 필요하다.


■혈(血)을 다스리는 게 중요

다낭성 난소 증후군은 시상하부와 뇌하수체, 난소의 호르몬 분비 이상으로 남성호르몬이 난소에서 증가해 배란이 잘 이뤄지지 않는 질환으로, 대사증후군과도 관련이 있다. 원인은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인슐린저항성, 남성호르몬 과다, 비정상적인 호르몬 분비 등이 발생해 생기는 내분비질환으로 본다. 만성 무배란, 고안드로겐혈증, 커진 난소의 가장자리를 따라 10여 개의 난포가 염주 모양을 한 양상 등 세 가지를 진단 기준으로 삼는다. 이 중 두 가지 이상이 해당하면 다낭성 난소 증후군으로 본다.

한의학에서는 기와 혈의 순환이 제대로 되지 못하는 것을 원인으로 꼽는다. 생기 즉, 생명력이란 남녀 구분 없이 오장육부와 영위삼초(營衛三焦)에 청상(淸上·머리와 가슴은 맑게)·통중(通中·비위는 잘 통하게)·온하(溫下·하복부는 따뜻하게) 하는 활동을 한다. 부인과라고 해 하초를 따로 떼서 진찰하고 치료하기보다는 상중하를 통하게 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맑은누리한의원 강재훈 대표원장(한의학박사)은 “자궁을 혈실(血室)이라 하고 충맥은 혈해(血海)이며, 임맥은 임신을 주관하므로 여성 질환은 혈을 다스리는 것이 중요하다”며 “아랫배가 따뜻해야 월경과 임신이 순조로운데, 스트레스를 많이 받거나 식생활이 불규칙하면 기운이 위로 뜨거나 중초가 막혀 하초에 기운 소통이 잘 되지 않아 월경불순이 오기 쉽다”고 설명했다.

한의학의 경전인 <황제내경>에서는 심주혈(心主血)이라 하여 심장이 혈을 주관한다고 했다. 마음 즉 생명력이 피를 순환시킨다는 뜻도 되며, 또한 기운이 움직여야 피가 움직인다고 본다.

월경불순이 혈에 나타나지만 결국은 기의 문제로 보는 것이다. 용을 쓰거나 화를 내면 기운이 더워져서 기운이 올라가고 피도 따라 올라가며, 슬퍼하거나 낙심하면 피가 올라가지 못한다. 마음이 우울하면 기운이 정체돼 붙들리게 되므로 피도 정체되며, 마음이 복잡하면 피도 탁해지기 쉽다. 칠정(七情, 기쁨·분노·우울·걱정·슬픔·두려움·놀람), 즉 마음이 노는 꼴이 지나치면 기운이 순조롭게 순환하지 못하므로 기체와 혈체를 일으켜 월경통이 올 수 있다.

한의학에서는 기와 혈의 순환이 제대로 되지 못하는 것을 다낭성 난소 증후군의 원인으로 꼽는다. 맑은누리한의원 강재훈 대표원장이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맑은누리한의원 제공 한의학에서는 기와 혈의 순환이 제대로 되지 못하는 것을 다낭성 난소 증후군의 원인으로 꼽는다. 맑은누리한의원 강재훈 대표원장이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맑은누리한의원 제공

■하복부를 따뜻하게 온하(溫下)

이처럼 한방에서는 다낭성 난소 증후군 원인을 칠정, 기거 생활, 음식과 식사 습관, 외부 환경 등에서 찾는다. 원인에 맞는 병리를 풀어내고 그에 맞는 한약을 처방하고, 노폐물 및 독소를 배설하는 해독요법, 약침·침·추나·뜸 등을 선택적으로 활용해 기와 혈을 잘 순환시켜 준다. 몸의 생명력을 복원시키면서 자궁과 난소, 난관도 정상화하는 치료를 한다. 따뜻하거나 더운 성질의 한약을 쓰면 기체가 풀려서 월경통도 좋아진다. 상중하를 살피되 하복부를 따뜻하게 온하시키는 한약을 기본으로 쓴다. 특히 자하거약침이나 운모약침은 다낭성 난소 증후군을 비롯한 부인과 질환에 빠른 효과가 있다. 짧게는 6~8주, 길게는 24주 정도의 치료 기간이 필요하다.

강재훈 원장은 “몇 달씩 월경을 거르는 사람들의 일상생활을 들어보면 대개 일이나 공부 때문에 마음이 조급하며 애쓰고, 그러다 보니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식사도 자주 거르는 경우가 많다”며 “30대 초반 환자에게 한약 처방과 함께 주 2~3회 양자온열방에서 면역, 기혈 순환, 대사기능을 집중 강화시키고, 마음의 평안을 위해 명상과 기도를 처방한 결과 6주 만에 난소 정상 판정을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다낭성 난소 증후군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스트레스 극복, 6시간 이상의 충분한 수면, 따뜻한 물과 음식, 규칙적인 식사, 꾸준한 운동 등을 통해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몸이나 월경에 약간이라도 이상 증상이 있다면 한의원을 찾아 기와 혈, 상중하를 조절해 주면 증상이 개선되면서 부인과 질환을 예방할 수도 있다.


김동주 기자 nicedj@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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