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악재 LH, 진주 지역사회도 전전긍긍
임직원 땅 투기 의혹 이후 2년 만에 철근 누락 사태 터져
잠잠했던 LH 분리안 다시 ‘고개’…내부 찬반양론 엇갈려
지역사회, 균형발전·경제 활성화 등에 악영향 ‘예의주시’
우리나라 최대 공기업,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잇단 악재로 사면초가에 빠졌다. 2021년 임직원 땅 투기 의혹에 이어 올해 철근 누락 사태까지 겹친 건데, 한동안 잠잠했던 LH 분리안까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최근 LH 내부 분위기는 그야말로 엉망이다.
앞서 2021년 임직원 땅 투기 의혹으로 한 차례 홍역을 치렀는데, 당시 아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다시 국민적 공분을 살만한 사태가 터졌다. 2년여 동안 걸어온 가시밭길과 혁신을 위한 노력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된 셈이다.
잇단 악재에 LH 분리 논의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2021년에는 고강도 혁신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따라 기존 L(한국토지공사)과 H(대한주택공사)로 분리하자는 의견과 LH는 그대로 두고 주거복지만 분리하는 등의 방안이 논의됐지만 모두 백지화됐다. 사업 분리 가능성이나 실효성 측면에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에 따라 내부 조직 통폐합과 인력 감축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그런데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다시 LH 분리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아파트 주차장에 철근을 빠뜨린 것은 물론, 조사와 보고, 통계 누락까지 드러난 점, 전관예우와 도덕적 해이 등 복합적인 문제까지 확인됐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그 원인 가운데 하나로 비대해진 조직을 꼽고 있다.
국민의힘 아파트 무량판 부실공사 진상규명 및 국민안전 태스크포스(TF) 김정재 위원장은 지난 4일 TF회의에서 “LH가 아직도 도덕적 해이, 전관 특혜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면 해체 수준의 구조조정을 통해서라도 윤석열 정부가 추구하는 공정과 상식의 기준에 맞춰 놓겠다”고 발언했다.
백경훈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과 원희룡 국토부 장관 역시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했다.
내부 반응은 2년 전과 사뭇 다르다.
당시에는 ‘LH 조직 분리 시 득보다 실이 크다’는 반응이 지배적이었지만 잦은 세파에 LH 내부적으로도 찬반 양론이 첨예하게 갈리고 있다.
한 LH 직원은 “2년 전에는 분리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차라리 분리하자는 말도 나온다. 대다수 직원들이 묵묵히 일만 하고 있는데, 또다시 문제가 터져서 답답하다 보니 이런 말이 나오는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지역사회 역시 이번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LH는 경남혁신도시 핵심 공공기관으로, 진주시에 연평균 400억 원 이상의 지방세를 납부하고 있다.
단순히 세금의 문제가 아니다. 경남도는 LH 이전 이후 8063억 원의 지역경제 기여 효과와 6005개의 일자리 창출 효과를 가져온 것으로 보고 있다.
당장 임직원 땅 투기 의혹이 불거진 2년 전만 해도 LH 직원들이 대외활동을 자제하면서 한동안 혁신도시 경기가 침체기에 빠지기도 했다.
LH가 분리되거나 핵심기능이 다른 공공기관으로 넘어갈 경우 지역사회에 미칠 여파가 워낙 크다 보니 걱정이 앞설 수밖에 없다.
2년 전 ‘경남진주혁신도시 지키기 범시민운동본부’에서 활동한 한 지역민은 “단순히 나 하나 잘먹고 잘 살자는 게 아니다. 지역사회 전체의 문제고, 균형의 문제다. 그때나 지금이나 분리가 타당해보이지 않는다. 분리한다고 이러한 문제가 없어지지 않는다. 정치적으로 접근할 게 아니라 올바른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