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신림동 ‘성폭행 피해자’ 사망… “언제든 나도 피해자” 공포감
피의자 ‘강간살인’ 혐의로 변경
금속 흉기 ‘너클’로 무차별 폭행
신상공개위, 조만간 공개 결정
시민 “대낮 등산로서 살해” 불안
서울지하철 승객 폭행 사건도 발생
경찰, 50대 피의자 구속영장 신청
서울 신림동 성폭행 사건 피해자가 끝내 목숨을 잃으면서 “대낮 등산로에서도 치안의 위협을 느껴야 하느냐”는 시민들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잇따른 흉기 난동에 이어 인파로 가득 찬 지하철에서도 폭행 난동이 발생하면서 ‘언제든 나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공포가 시민들을 엄습하고 있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강간상해 혐의로 지난 19일 구속된 최 모(30) 씨의 혐의를 강간살인으로 변경했다고 20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가 사망함에 따라 최 씨의 혐의를 강간살인으로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징역 5년 이상인 일반살인죄와 달리 강간살인죄는 사형 또는 무기징역으로 더 무겁게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최 씨는 지난 17일 오전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공원과 연결된 야산 내 등산로에서 금속 재질의 흉기인 너클로 피해자를 무차별 가격하고 성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21일 피해자 시신을 부검해 구체적인 사인을 규명하고 폭행 피해와 사망의 인과관계를 확인하기로 했다. 최 씨는 성폭행이 목적이었고 피해자를 살해할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은 조만간 신상정보공개위원회를 열고 최 씨의 신상정보 공개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신상정보 공개가 결정되면 최 씨의 얼굴과 이름, 나이 등이 공개된다.
신상 공개 여부와 별개로 무차별 범죄에 대한 시민사회의 두려움은 커지고 있다. 직장인 김민지(30) 씨는 “피해자는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는데, 신상 공개가 된다고 한들 피해 회복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느냐”며 “특히 신림동 살인사건은 호신용품으로 판매되는 너클을 범행 도구로 삼았다. 믿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세상이라는 생각마저 든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잇따르는 범행은 경찰이 특별치안 활동을 선포한 뒤 발생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지난 4일 “국민이 안심할 때까지 다중이용시설에 경력을 배치하겠다”고 밝혔고, 실제로 도심 곳곳에 무장한 경찰 특공대 등이 배치됐지만 가해자들은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사각지대를 골라 범행을 저질렀다. 직장인 이수정(34) 씨는 “흉흉한 소식을 자꾸 접하다 보니 길을 걷다 자꾸 뒤를 돌아보는 습관이 생겼다. ‘치안 강국’도 이제는 모두 옛말”이라며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모르는 무차별 범행 탓에 외출마저 꺼려지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19일 낮 12시 40분께 홍대입구역에서 합정역 방향으로 달리던 서울지하철 2호선 열차 안에서 50대 남성 A 씨가 소형 다용도 공구로 남성 승객 2명의 얼굴에 찰과상과 자상을 입히는 사건도 일어났다. A 씨는 갖고 있던 다용도 공구, 일명 맥가이버 칼을 펼치지는 않은 채 손에 쥐고 승객들을 폭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조사에서 A 씨는 “전철 안에서 여러 사람이 공격해 방어 차원에서 폭행했다”고 진술했다. A 씨는 과거 조현병 진단을 받았지만, 2019년 1월 치료를 중단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당시 상황과 A 씨의 정신질환 병력 등으로 미뤄 이 같은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보고 A 씨에 대해 20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