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긴 라면 먹었다고 폭행에 물고문…지옥 같은 동거 ‘징역 4년’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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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나온 모자(母子)를 부자(父子)가 폭행·고문
옷 벗겨 비비탄 쏘고, 바닥에 압정 깔아 얼차려
금품도 갈취…피해 여성은 경계성 지능장애
1·2심, 아버지 징역 4년·아들 집행유예 선고
“허무맹랑한 진술” 주장했으나 재판부 배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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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동료였던 40대 여성과 그의 아들을 자신의 집으로 데려와 함께 지내면서 폭행과 고문을 일삼은 40대 남성이 징역형을 선고 받고 항소했으나 기각됐다.

부산고법 형사2-3부(부장판사 김대현)는 29일 중상해, 공갈, 특수폭행 등 혐의로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 받은 A(47) 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중상해, 공동폭행, 폭행 등 혐의로 함께 기소돼 1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 받은 A 씨의 아들이 제기한 항소도 기각했다. 양형이 너무 적다며 항소한 검사의 항소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직장 동료였던 A 씨와 B(48·여) 씨는 두 사람의 아들들이 같은 중학교에 다니면서 더욱 가까워졌다. 2016년 8월 B 씨가 자신의 남편과 다툰 이후 아들인 C(당시 17세) 군과 집을 나오자 A 씨는 아내의 허락 하에 이들을 기꺼이 자신의 집으로 들였다.

B 씨는 집안일이나 A 씨의 개인 영업 등을 도와줬고, A 씨 역시 처음에는 B 씨와 C 군을 가족처럼 대했다. 하지만 한두 달이 지나자 A 씨는 본색을 드러냈다. A 씨는 C 군의 훈육을 명목으로 C 군의 옷을 벗긴 뒤 신체 주요 부위에 비비탄 총을 여러 차례 쐈다.

C 군이 A 씨의 의붓아들인 D 군과 함께 오토바이를 훔치다가 적발돼 소년원에 들어가자 폭행은 심해지기 시작했다. A 씨는 ‘일할 생각도 없고 답답하게 산다’며 B 씨에게 주먹을 휘두르고 발로 걷어차기도 했다.

2017년 1월에는 C 군이 A 씨 집에서 도망쳤다는 이유로 B 씨에게 자신의 아들을 직접 때리도록 지시했다. 폭력은 B 씨가 지적장애로 진단될 정도인 경계성 지능장애를 갖고 있다는 이유로 되풀이됐다.

아버지의 폭행에는 아들인 D 군도 동참했다. D 군은 피해자들이 도망치려 했다는 이유로 B 씨를 폭행하고, C 군은 얼차려 자세를 취하게 한 뒤 무릎과 배 밑에 압정을 깔아두기도 했다.

B 씨는 전치 8주의 치료가 필요한 중상해를 입기도 했는데, 그 이유는 먹다 남긴 라면을 몰래 먹었다는 이유에서였다. A 씨는 D 군에게 ‘니가 알아서 해라’고 했고, D 군은 B 씨를 바닥에 눕혀 여러 차례 밟거나 걷어 차 갈비뼈를 골절시켰다.

또 다른 날 D 군은 피해자들이 집안의 음식을 몰래 먹었다는 이유로 화장실 대야에 치약과 바디워시를 푼 뒤 B 씨와 C 군의 머리를 여러 차례 집어넣었다 빼는 물고문을 자행하기도 했다.

A 씨는 또 폭력과 고문으로 겁을 먹은 B 씨에게 시댁으로부터 돈을 받아올 것을 시켜 9차례 걸쳐 262만 원을 받아 챙기기도 했다.

피고인들은 “피해자들을 폭행할 아무런 동기가 없었고, 동거 당시 피해자들은 자유롭게 외출할 수 있었다”면서 “피해자들의 진술이 너무 허무맹랑하고 비합리적이다”며 범행을 부인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A 씨는 실질적 가장 행세를 하면서 의붓아들과 함께 범행을 저질러 죄질이 무겁고 범정이 상당히 좋지 않다”며 “특히 B 씨는 자칫 생명을 잃을 수 있을 정도로 상해를 입는 등 피해자들이 극심한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고 설명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 여성과 아들이 상당기간 떨어져 지내 허위 진술을 모의할 시간이 없었음에도 구체적 사실에 관해 생생하게 일치하는 진술을 한다”며 “피해자들이 신고하고 고소한 경위는 자연스럽고, 무고나 위증죄의 위험을 무릅쓰고 허위 사실을 꾸며내 허위 진술을 한 정황은 발견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한편 피고인들은 2심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장을 제출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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