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타니 비싸지는 악순환, ‘대중교통 친화도시’의 민낯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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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대중교통 요금 전국 최고

40%대 초반 분담률 10여년 고착
서울지역 60%대와 엄청난 격차
노선 중복·교통 오지 문제 여전
터널 등 자가용 위주 정책 엇박자
“동백패스 요금 경감 효과 늘리고
완전 공영제 등 근본 대책 세워야”

지난해 12월 개통한 롯데백화점 부산본점 앞 중앙버스전용차로의 모습. 부산일보DB 지난해 12월 개통한 롯데백화점 부산본점 앞 중앙버스전용차로의 모습. 부산일보DB

부산시가 만성적인 대중교통 적자를 이유로 버스·도시철도 요금 인상을 결정했다. 하지만 부산의 대중교통 적자의 고질적 문제는 시민들이 대중교통보다 자가용을 더 많이 이용하는, 낮은 수송분담률이 주요한 이유인 만큼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시민에게만 고통을 전가한다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부산시가 ‘시민의 발’인 대중교통 요금을 올린 것은 만성적인 대중교통 재정난 때문이라고 시는 설명한다. 지난해의 경우 시내버스에서 3657억 원, 도시철도에서 3441억 원의 운영 적자가 발생했다. 올해 추정 재정 적자는 7098억 원이다. 시는 시내버스와 도시철도에 대한 적자를 재정지원을 통해 메우고 있는데, 지난해에는 시내버스에 3056억 원, 도시철도에는 2616억 원의 재정이 투입됐다. 게다가 재정지원 미지원액이 점차 쌓여 시 재정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는 것이 시의 설명이다.

시는 이번 요금인상으로 인해 어느정도 재정에 숨통은 트이지만, 이번 인상으로도 운영수지를 맞추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입장이다. 시 공공교통정책과 관계자는 “적자가 없이 수지에 맞게 운영되려면 대중교통 요금이 3000원 수준으로 올라야 한다. 이번 요금을 인상해도 버스의 경우 원가대비 61.0%, 도시철도의 경우 34.7%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재정적자가 이처럼 불어난 것은 부산의 대중교통 수송분담률이 낮기 때문이다. 부산의 대중교통 수송분담률은 2008년 이후 10년째 40%대 초반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의 대중교통 수송분담률이 60%대인 것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시는 이밖에도 환승할인제 시행, 급격한 인건비 상승, 도시철도 노후화, 시내버스 장거리 노선 증가, 코로나 이후 대중교통 이용률 감소 등으로 인해 적자가 가중됐다고 설명한다.

문제는 수송분담률을 높일 획기적인 대책도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시는 지난 1일부터 시행한 ‘동백패스’를 통해 대중교통 이용률을 더 높인다는 방침이다. 동백패스는 지역화폐인 동백전 후불교통카드로 대중교통을 월 4만 5000원 이상 이용할 경우, 초과 이용금액을 4만 5000원 한도 내에서 환급하는 정책이다. 시는 이를 통해 대중교통 요금 인상에 대한 시민들의 부담도 조금 줄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하지만 시의 이 같은 대책이 수송분담률을 늘리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중교통 친화도시를 표방하며 BRT 구간도 확대했으나 도시철도 노선과 중복되는 데다, 교통 오지에는 버스 노선이 부족하다는 점 등도 문제로 지적된다.

시가 말로는 대중교통 분담률을 높이겠다고 하면서 대저·엄궁대교, 대심도 등 사실상 자가용 이용을 부추기는 엇박자 정책을 내놓는 점도 모순이라는 지적이다. 지역 시민단체 관계자는 “대중교통 분담률은 40% 정도인데 대중교통이 아니라 자가용 이용을 활성화하는 각종 도로, 다리, 터널 건설 계획은 매년 늘고 있다”면서 “대중교통 친화가 아닌 대중교통 죽이기와 자가용 이용 촉진, 시민 편의가 아닌 시민에게 부담을 주는 대중교통 요금 인상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대중교통 요금 인상에 대해 부산공공성연대는 시가 필수적인 공공재인 교통에 대한 지원과 투자는 거부한 채 요금인상으로 그 책임을 시민에게 전가하고 있다”면서 “시민의 발인 대중교통의 공공성을 높이기 위해 시의 예산을 확대 투입하고 준공영제로 운영 중인 버스를 완전 공영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는 대중교통 수송분담률을 높이기 위해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시내버스 노선을 전면 개편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용역에 착수한 상태이며, 오는 2025년 중에는 시내버스 노선을 대대적으로 개선한다고 밝혔다. 또 동백패스 등의 활성화를 통해 대중교통비 부담은 줄이고 이용률은 늘릴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지난 1일 시행 이후 동백패스에는 12만 명이 가입했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이번에 불가피하게 요금 인상이 결정됐지만 어린이 요금 무료화 시행, 청소년 요금 동결 등을 통해 고물가에 따른 가계 부담을 최소화하도록 하겠다”면서 “동백패스를 통해 대중교통 이용 시민의 부담을 줄이고 부산시 대중교통 이용률을 높이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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