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귀동 선박수리공업협동조합 이사장 “싱가포르항 부럽나요? 부산항을 수리조선업 성지로”
자전적 에세이 ‘고래 심장을…’ 출간
창업과 시련, 성장까지 삶 편린 오롯
수리조선업 발전과 청년 창업 조언도
“수리조선업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으레 싱가포르항의 경쟁력을 부러워합니다. 수리조선업은 물론이고 유류 공급, 해상금융, 중개업 등 다양한 서비스를 선주들이 한꺼번에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부산항도 싱가포르항과 같은 역할을 할 겁니다.”
한국선박수리공업협동조합 김귀동 이사장은 “코로나19 이후 강대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조선·해운업계가 친환경, 디지털이라는 두 축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면서 “정부가 IT강국의 장점을 살려 수리조선업을 스마트화된 기간산업으로 육성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이사장은 이를 위해 부산 감천항 수리조선단지의 기능과 시스템 강화부터 정부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면서, 특히 선박 수리를 위한 각종 신고 체계 효율화, 정보화, 세제 지원, 외국인 기술자 고용 등 종합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그는 부산 수리조선업을 위기이자 기회로 진단했다. 중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인건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국가들과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지만, 오히려 이런 위기를 잘 활용하면 기술 융합 기반의 산업 고도화를 통해 새로운 성장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했다.
김 이사장은 대학 졸업 후 첫 10년을 상선원으로 전 세계에서 일을 했다. 다른 10년은 대기업에서 수리조선 분야에 종사했고, 이를 계기로 창업했다. 남들은 퇴직당할까 두려워하던 외환위기 직후였다. 하지만 위기를 되레 기회로 삼았고, 그렇게 20년이 후딱 흘렀다.
그 세월의 얘기를 최근 출간한 〈고래 심장을 수선하는 남자〉(도서출판 선)에 담았다. 자전적 에세이다. 제목에 쓴 ‘고래 심장’은 선박 엔진을 뜻했다. 심장 같은 엔진을 새롭게 고쳐서 바다로 돌려보내 선박으로서 새 삶을 살게 한다는 자긍심이 오롯이 담겼다.
책은 6개 장, 30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돼 있다. 각 장에 소제목으로 각인한 생존, 책임, 도전, 시련, 성장, 동행은 그의 인생을 압축한 여섯 단어이다. 청운의 꿈을 안고 첫 배를 탔을 때부터 창업과 시련, 성장까지, 삶의 편린이 담겨 있다.
김 이사장은 “대기업에서 줄곧 해오던 일이라서 창업을 쉽게 생각했는데, 정작 이유 없이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는 사실부터 깨달았고, 심지어 수리 중이던 선박에서 불이 나고 인명 사고가 나는 불운까지 겪었다”면서 “그것이 고통이라고 해도 그것 덕분에 오히려 삶의 의미가 더 커졌다”고 술회했다. 그는 서문에 “수리조선업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함께 일한 이들의 수고와 땀방울을 기억하고 싶었다”고 썼다. 뒷부분에는 수리조선업 발전을 위한 제언과 청년 창업자를 위한 조언도 담았다.
김 이사장은 수리조선 전문기업인 포코엔지니어링, 포코중공업, 비앤티를 창업했다. 한국선박수리공업협동조합 이사장, 부산일보 해양CEO아카데미 총동문회장 등 다양한 사회 활동으로 해양산업과 지역 사회 발전에도 큰 기여를 했다.
그가 창업한 ‘포코’(POKO)는 파워 오브 코리아의 준말이다. ‘대한민국의 힘이 되겠다’는 의미라고 김 이사장은 풀이했다.
인터뷰에 앞서 그와 함께 부산 감천항에 자리 잡은 작업 현장을 둘러봤다. 기린처럼 긴 목을 하늘 높이 치켜든 크롤러 크레인의 육중한 바퀴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빨강, 노랑, 파랑 페인트 색깔이 선명한 바퀴 덕분에 직원들이 산업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더 강하게 받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최고경영자가 안전에 관심이 없으면 사고 예방은 헛구호에 그칠 수 있습니다.” 그가 관념보다 실천에 강한 경영인으로 회자되는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백현충 선임기자 choong@busan.com
백현충 기자 choong@busan.com